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병맛아재 May 23. 2020

성인 용품점 다녀오다

몇 년 전 국회 국정감사에 요리 연구가 백종원 대표가 등장한 적이 있었다. 산업통상 자원 중소벤처 기업위원회 어쩌고 저쩌고라고 하는데 목적은 잘 모르겠다. 당시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뜬금 백종원 대표 영상이 나온 걸 본적 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자유 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백종원 대표가 가진 가맹점이 너무 많아 손님을 다 빼앗기고 있고 출점을 제한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러자 백종원 대표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독학이 안돼서 비싼 과외료를 들고 찾아와 도와준 건데. 그들을 도와준 게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다. 정말 너무 하신 거 아니냐"며 의원에게 도로 반박을 한 영상이었다. 당시 나도 백종원 대표 이름으로 된 가게가 너무 많아 이거 너무 한 거 아니냐며 한신포차에서 닭발을 뜯은 적이 많았는데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우리도 학교에서 배운 게 부족해서 비싼 학원, 과외료를 들여 자식 좋은 대학 보내려는 거나 이거나 뭔 차이가 있겠나 싶었다.


어제 저녁에 흔들리는 시국 속에서 곱창 향이 느껴진거 같아서 요새 핫 한 수원 인계동에서  지인 모임을 다녀왔다. 코로나로 민감한 시즌이라 모임을 길게 갖지 않고 딱 3시간만 주야장천 술 마시다가 집으로 가려했다. 근데 가는 도중 빨간 가게가 눈에 띄었다. 그건 바로 성인 용품 이색 데이트 코스라는 간판을 단 이상하게 생긴 가게. 바로 성인 용품점이었다. 같이 있던 일행들에게 나 저기 들어가 보고 싶은데 같이 들어갈 사람 물어봤더니 남자 녀석들은 뒷걸음질 치며 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담배 피우러 도망갔다. 그렇게 포기하고 가려는데 같이 있던 여자 지인이 나랑 갈래? 하며 손목을 붙잡고 끌고 갔다. 왜 이래 이 x아. 할 정도로 난 너무 당황했다. 참고로 이 여자 사람은 10여 년째 모임을 갖고 있는 부랄 친구급 여자였다. 말은 당황했지만 내 인생 처음 들어가는 성인용품점이 눈 앞에 있어 떨리기도 했고 감격스러웠다.


드디어. 밖에서 보이지 않던 내부가 짜잔 하며 눈앞에 펼쳐졌다. 여자 점원이 어서 오세요 라며 인사를 크게 했는데 나도 모르게 폴더 인사를 하며 네네를 연발했다. 그러면서 나한테 이상한 크림을 손등에 뿌려주면서 입으로 불어보라고 했다. 시키는 데로 후우 불었더니. 옴 머나. 갑자기 손등이 후끈후끈.

"이거 새로 나온 제품인데요. 어떠세요. 후끈후끈 해지시죠?" 하는데 어디다 눈을 둬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제품들을 보기 시작했다. 나의 여사친은 거침없이 제품을 들어 올리며 테스트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 얼굴 한번 보고 제품 한번 보고 그러고 미소를 음흉하게 지었다. 뭐지? 이 미친 광경은??


그래 이왕 들어온 김에 적극적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어차피 이 곳은 다시 오기는 어려운 곳이기 때문에 한 번 시원하게 둘러보고 만져보고 테스트했다. 여사친은 남자 제품 쪽으로, 나는 여자 제품 쪽으로. 술 마신것도 망각한체 참 열심히 들여다 봤다.

다른 손님들을 보니 거의 커플들이었으며 일부는 여자분들끼리 온 손님들도 꽤 보였다. 이런 곳이 과연 장사가 되겠어 라고 의심했던 나는 내부 모습을 보고 다시 와야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짧으면 짧은 10여 분간의 탐색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같이 들어왔던 여사친의 손에 익숙한 모양의 제품이 들려 있었다. 맞다. 그 x은 그걸 구입해버렸다. 88,000원. 시원하게 카드 긁은 여사친은 가방에 자연스럽게 넣으며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쇼핑을 마쳤다.

밖에서 담배 피우던 남자 애들한테 자신 있게 꺼내 보이며 자랑질을 해대는데 당시 인계동에서 그 장면을 목격했던 주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


성인용품. 단어가 부끄럽기도 하고 어린애들이 볼까 민망하고 말하면 안 될 거 같지만 일부 성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단어가 맞는 거 같다. 우리 어른들 거의 다 그거??? 하지 않나? 그거. 하잖아.

감춰봤자 뭐하겠나. 어렸을때 무딱지 테이프 몰래 돌려 보며 독학으로 동영상 시청하다가 선생님한테 걸려 쥐어 터졌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은 지났다.

감춰봤자 좋을것도 없고 당당하게 제대로 알려 준다면 이 보다 좋은 성교육이 있겠나 싶다.


섹스. 이 놀이를 잘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고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잘하는 사람이야 때려치우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이 성인용품점은 백종원 대표 같은 좋은 과외 선생님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좋고 상대방도 좋고 우리나라 좋고??? 이 얼마나 좋은 아이템인가. 없어서는 안될 우리의 좋은 과외 신생님들같은 아이템들 이였다.


물론 그곳은 19세 이하 미성년자는 출입불가에 내부도  사업자 등록번호도 있고 나라에 세금도 낼 것이고 떳떳이 월세도 꾸역꾸역 낼 텐데 그곳을 들어가면 이상한 사람 취급했던 나 자신을 반성했다. 실제 들어가 보니 웃으면서 둘러보는 커플들이 대부분 이었고 대부분은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러운 쇼핑을 하는 사람들로 형성돼 있었다.

집에 와서 와이프에게 성인용품점 다녀온 얘기를 구체적으로 했다. 할거 없으면 집에 와서 티브이를 보던지 책이나 봐라 이러면서 마지막에 가게 이름이 어딘지 물어봤다. 휴대폰으로 검색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와이프를 보고 난 아들을 데리고 서둘러 잠을 청했다. 뭘 굉장히 잘못한 거 같다.   



작가의 이전글 구독, 좋아요, 알람 설정?? 싫은데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