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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Feb 25. 2024

경청으로 판 깔아주기

#꼬꼬마 독서지도 #2편




꼬꼬마 독서지도, 2편



 

- <꼬꼬마 독서지도> 1편과 2편은 2022년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오후 2시.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하나 둘 학원에 등원하는 시간. 


 쏟아지듯 학원에 등원한 아이들은 인사조차 잊고 하루 일과를 재잘거린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부터,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놀러 갔던 일까지. 사소하지만 주제는 다양하다.


 수업 시간이 줄어들수록 선생님인 내 마음은 조마조마해진다. 그러나 시간이 조급해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흘려듣지는 않는다. 오히려 끄덕거리며 들어준다. 그럴수록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경청의 중요성은 다들 말하지만, 몸소 깨달은 건 독서 지도를 시작하면서였다. 


 독서 지도사는 경청이 불가피한 직업이다. 북토킹이라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북토킹은 책에 대한 생각 및 감상을 함께 나누는 작업이다. 그러나 간단해 보이는 말과 다르게 수많은 요령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아이들의 감상을 잘 들어주는 것이다. 


 설령 이해하기 힘든 감상을 내놓는다 해도 말이다.


 북토킹이 처음인 아이들은 느낀 점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책이 어땠냐고 물어도 모르겠다고 대답할 뿐이다. 또, 어떤 아이는 공주님이 나오는 동화책을 읽고 무섭다는 말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 같은 돌발적인 대답에도 유하게 웃으며 어째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되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건 독서지도에서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아이들이 용기 내 말한 감상을 선생님이 부정한다면, 아이는 어떤 감상도 꺼내지 않을 테니까. 




 내가 독서지도에서 너무도 당연한 경청을 다시 꼽은 건 또 다른 이유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면에서 찾아온 일은,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을 180도로 바뀌게 만들었다.


 처음 독서 지도 수업에 참여한 아이였다. 책에 흥미도 없어 보였고, 선생님도 데면데면하게 대했다. 아이는 1시간 남짓의 수업 시간을 무척이나 힘겹게 여겼다. 집에 갈 시간이 얼마 남았냐고 묻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선생님의 입장에서 일찍 하원을 시키거나, 책을 읽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아이에게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좋아하는 음식, 취미, 연예인 등등. 관심사에 부합하는 주제가 나올수록 말의 마디가 더 길어졌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었다. 정말 열심히 듣기만 했다.




 그런데 경청의 소득은 생각보다 더 엄청났다.


 어느새 아이는 내게 큰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내 수업에 곧잘 따라와 주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장래 희망까지 알게 되었다. 나는 아이의 장래희망을 고려해, 레나 마리아라는 가수의 책을 추천해 주었다. 


 그때부터 아이는 한결 편한 얼굴로 학원에 등원하였다. 하루 하루 가수의 꿈을 더욱 키워나가면서.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경청의 중요성과, 교육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게 되었다. 




 교육은 중요하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만큼 교육열이 치열한 곳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학교는 획일화되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들 같은 과목을 배우고, 같은 단원을 배우고, 같은 내용을 학습한다. 아이의 성향은 고려하지 않은 수업 방식이다. 더군다나 수업 역시 선생님 홀로 진행하는 일방적인 방식이다. 이러한 수업 현장에서 아이들의 깊은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을까? 또, 아이들 개개인마다 다른 잠재 능력을 개화시킬 수 있을까?


 그러나 독서지도는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해, 잠재 능력을 이끌어 주는 것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 과목에 치중되지 않고 다양한 영역을 접한다는 장점이 있다. 독서 지도로 아이들과 상호 교류하며 다양한 꿈을 키워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독서 지도가 공교육의 빈틈을 메워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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