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 독서지도 #3편
꼬꼬마 독서지도, 3편
한 치 앞을 모르겠다. 독서 지도를 관둔 지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이 글은 꼬꼬마 독서지도의 번외 편이자, 다시 독서지도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2023년 상반기. 나는 일을 시작한 지 딱 1년 만에 퇴사 의사를 전했다.
새로 도전하고 싶은 일은 참 많은데, 모든 걸 수행하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한 탓이었다. 하물며 원래 하던 일까지 버겁게 느껴졌다. 쉽게 말해 번아웃이 찾아왔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로감이 심했다. 나는 모든 일을 관두고 잠시 쉬기로 했다.
독서 지도를 관둔 나는 3개월가량을 집에서 쉬기만 했다. 그러나 집에서 쉬는 것도 3개월이 한계였다. 나는 베짱이보다는 개미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 일정 시간 일을 안 하니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일을 구하기로 했다. 다른 분야의 보조 강사로 지원해보기도 하고, 서빙 같은 일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내게 잘 맞는 일은 아니었다. 면접부터 당혹스럽거나, 서로의 지향점이 다르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그때가 되어서야 '처음부터 나랑 잘 맞는 일을 찾았던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서히 원장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원장 선생님은 내가 퇴사 의사를 밝혔을 때, 나의 결정을 만류하셨다. "선생님께는 이 일이 잘 맞는 것 같다"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결과적으로 이 말은 사실이었다. 오랜 시간 교육 현장에 계셔서 선견지명이 생기신 걸까. 원장 선생님의 말씀은 놀라울 정도로 딱 들어맞았다.
다시 독서 지도를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 가능하다면 다시 근무하던 곳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곳에는 내가 쌓아온 기반들이 탄탄했으니까. 하지만 복직 의사를 밝히기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퇴직 의사를 먼저 밝힌 건 내 쪽이었다. 이제와 다시 돌아가는 건 민폐라고 생각했다.
그때, 원장 선생님이 내게 먼저 연락을 주셨다.
가능하시다면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수업을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온몸에서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모든 상황이 독서 지도를 계속하라고 내 등을 떠미는 것 같았다. 타이밍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나는 즉답으로 다시 학원에 출근을 시작했다.
그리고 2024년. 근무일만 따지면 2년, 햇수로는 3년 째.
나는 다시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독서 지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서 지도와 나의 인연은 정말 이상하다. 나는 독서 지도사라는 직업이 있는 줄도 모르던 사람이었으니까. 교수님의 소개로 자격증을 취득하고,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관련 봉사활동을 발견하고, 그렇게 경험을 쌓으니 독서 지도사로 활동하게 되었다. 이 과정이 너무나도 물 흐르듯 진행돼서 놀랍기만 하다.
거기다 다시 돌아오게 된 과정까지 생각해보면, 정말 운명이 아닐지 싶다.
6개월이 지나도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는 선생님과 아이들. 내 가치를 알아주는 이들과 함께하며, 나 역시 그들의 가치를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것. 아니, 같이 성장하는 것.
나는 여전히 배울 것도 많고, 갈 길 역시 참 멀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제목은 <꼬꼬마 독서지도>다. 꼬꼬마는 중의적인 의미이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아직 갈 길이 한참 먼 꼬꼬마 선생님의 이야기. 앞으로도 이 시리즈에 나의 이야기를 기록하며 성장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