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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Feb 25. 2024

문해력? 어휘력도 심각해

#꼬꼬마 독서지도 #5편



 


꼬꼬마 독서지도, 5편




 


 문해력 저하도 문제지만, 어휘력 저하 역시 심각한 일이다. 이건 다름 아닌 나의 이야기다.  




 이 시리즈는 독서 지도 이야기 아니었어? 선생님인데 어휘력이 저하된다고? 충분히 의문점이 들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건 분명 독서 지도와도 연관된 이야기이다. 다름아닌 내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건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는 부분이다. 


 선생님이라면서 어휘력이 저하된다니, 부끄러워서 낯이 화끈거린다.


 하지만 꼬꼬마 독서지도에는 진솔함을 담고자 한다. 또한 나 자체의 성장을 담고 있는 내용으로, 그것이 나의 치부라 할지라도 드러내고 싶다. 그렇다. 나는 어휘력이 부족하다. (또는 부족한 것 같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대학교에 와서는 필요한 책만 읽거나, 좋아하는 책만 읽는 '편독' 성향이 두드러졌다. 최근에는 조아라 같은 사이트에서 작가 지망생들의 글을 주로 읽는 편이다. 이 역시도 마음에 드는 스토리가 아니면 칼같이 잘라내는 편이다. 


 다양한 책을 읽지 않아서일까. 내 글을 보면 다른 작가분들에 비해 조잡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수 차례 퇴고를 거치거나, 필요할 때는 유의어반의어 사전을 사용한다. 나의 부족함을 알기에 글을 쓸 때는 최대한 공을 들이는 편이다.     


 그러나 친구들과 연락할 때는 완전 무장 상태가 해제된다. 흐앙. 우와. 대박. 다양한 감탄사들은 몇 가지로 고정된다. 어휘력 부족이다. 그것은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 단어 뭐였지?"

 "어떤 거?"

 "세 글자 있잖아. 그거 말이야."


 간혹 나는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수수께끼를 푼다. 국문학과를 졸업한 내가 자신보다 잘 알겠거니, 하며 특정 어휘를 물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단어를 찾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어휘력 부족에 시달리는 건 나 하나만이 아닌 것 같다.




 수업 도중에도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아이들의 글쓰기를 첨삭하다 보면 감정이 '기쁘다', '슬프다' 두 가지로 고정되는 일이 상당히 많다.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쓰기에서 같은 단어가 등장하는 건 수차례다. 우리가 고민하듯 아이들 역시 어휘력 부족으로 꽤나 고생하는 듯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들에게 '다양하게 표현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기쁘다는 것은 즐겁다, 가슴이 벅차다 등 여러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 유의어 사전을 찾아보면 더욱 쉬운 일이다. 



 

네이버 표준국어대사전, 기쁘다 - 유의어


    


 '기쁘다' 하나에 무려 10가지의 유의어가 존재한다. 국어사전을 살핀다면 10가지의 어휘는 더 알고 가는 셈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어휘를 반복 사용하며, 나의 언어로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독서 지도 수업 중 다양한 어휘 표현을 무척이나 중요시한다.




 이 부분은 내가 전공 교수님께 배운 것이기도 하다. 내가 국어국문학과에 갓 입학한 새내기일 때, 전공 교수님은 이런 질문을 하셨다. 심지어 수업 진행도 얼마 되지 않은 극초반이었다.   


 "훌륭한 음식을 먹으면 뭐라고 말하니?"

 "'맛있다'요!"


 다른 학우들의 대답처럼, 교수님의 질문에서 나 역시 '맛있다'를 떠올렸다. 


 "'맛있다' 말고도 짭조름하다, 매콤하다, 달큼하다. 다양한 표현이 있잖니."   


 그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는 기분이었다. (이것 역시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한 번 뒤집히는 느낌이었다. 나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동안 왜 '맛있다'라는 표현만 해왔을까.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고, 모두가 알고 있지만 잊고 있던 방식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의식적으로 다양한 표현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식사를 할 때는 항상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라, 단순히 맛있다는 표현을 쓴 건 오래전 일이 되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훨씬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어휘를 사용하자고 다짐한다.



 독서 지도 수업을 진행하며 '다양한 표현'을 하자고 강조하는 건 아이들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사용하는 어휘의 폭을 늘리자.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한국어는 수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언어니까.     


 가령 색을 표현할 때도 한국어는 노리끼리-노르스름-연노랑-누런-샛노랑-노랑 등 여러 어휘가 있으니까. 




 생활 속에서 천천히 노력하다 보면 어휘의 폭이 넓어지고, 그 깊이도 점점 더해가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서 앞으로도 의식적으로 노력하려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내 감정을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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