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p 이야기
NLP를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이때 무척 놀랐던 것 한 가지는 어떤 사람들은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알려줘야 이해할까 말까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결과를 낳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순서대로 쪼개서 얘기해도 실행에 옮길까 말까라는 거다.
나도 물론 모든 걸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실행할 수도 없다.
다만 그렇게 일일이 쪼개서 설명하고 알려 주는 게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친절한 게 아니라 무시하는 느낌이 강했다.
나는 질문을 잘하지 않는 편이었다.
잘 모르는 게 있으면 묻기 전에 스스로 알아보려고 노력한다.
질문해서 쉽게 답을 얻으면 시간도 절약되고 편하지만, 스스로 탐구하는 재미가 없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내가 강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
대부분의 강의는 정답을 알려주고 실행은 각자의 몫으로 돌린다.
그래서인지 내가 묻기도 전에 먼저 답을 주는 사람에게 몹시 화가 난다.
상대방 입장에선 혼자 끙끙거리는 내가 답답하거나 측은해서 호의를 베푼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원치 않는 호의를 한 번도 달가워해 본 적이 없다.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내가 먼저 해보고 못 하겠으면 도움을 청하는 게 좋다.
남편은 뭔가 눈에 보이면 즉각 해결하려는 경향이 짙다.
그런데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세계를 탐구하길 좋아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남편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행동이 빠른 반면, 나는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 행동이 느린 편이다.
어떤 일을 할 때 남편은 알려만 주면 그대로 하면 되니 편하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누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재미없고 불편하다.
한마디로 청개구리과다. 잘하다가도 누가 시키면 하기 싫어지는.
이런 습성 때문에 세션을 준비할 때 무척 힘들었다.
잘하든 못하든 내 마음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코치님이 시키는 것 안에서 해야 하니 답답하고, 일단 너무 재미없었다.
이런 습성은 글을 쓸 때도 나타난다.
주제를 주고 쓰는 것보다 내 마음대로 정해서 쓰는 게 더 좋다.
어떤 사람들은 주제를 주는 게 더 편하다고 하는데, 나는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생각의 폭이 확 좁아지면서 답답함을 느껴 오히려 창의적인 글쓰기에 방해가 된다.
억지로 끼워 맞추는 글이 되는 기분이다.
NLP 세션을 할 때도 일일이 알려줘야 하는 게 무척 고역이었다. 그걸 그대로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나까지 멍청해지는 기분이었달까.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기분이기도 하고, 스스로는 할 의욕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그나마도 못 따라 하는 사람들은 뭘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훈련에 임했었다.
물론 지금은 각자의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걸 알기에 이전처럼 고역스럽진 않다.
부딪침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있지만, 내가 상대에게 스트레스받는 만큼 상대도 내게 스트레스받는 게 있다는 걸 인정한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100까지 치솟았던 스트레스 지수가 확 떨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떤 사람은 아기가 첫걸음마를 떼듯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가르쳐줘야 한다.
가르쳐주는 대로 잘 따라 하면 그나마 괜찮은데,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반복해서 알려줘야 하는 사람도 있다.
한 번에 잘 못 알아듣는 사람은 알려주는 입장에선 에너지가 몇 배로 든다. 아주 진을 빼기 일쑤다.
그러나 이 또한, 시각이나 청각에 취약한 탓이라 쉽게 고쳐지진 않는다. 아무리 계발 좀 하라고 해도 하는 방법을 모르거니와 알려줘도 하려고 들지 않거나 하다가 마는 식이다.
무언가 하나를 계발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나는 정말 울면서 혼자 훈련할 때가 많았다. 왜 울었냐면,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갈등에 부딪쳐서였다.
타인에 대한 수용력 부족에서 오는 억울함과 불평불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 생각과 부딪칠 때 상대가 어떤 필터와 방식을 쓰는지 관심을 갖는다.
그렇게 자세히 살피다 보면 내가 꼭 옳은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더 나아가 저 사람처럼 하면 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도 생긴다. 좋은 건 모델링하면서 배운다.
사람은 각자 선호하는 필터가 있고, 필터에 따라 패턴이 달라진다.
그 필터가 어떤 면에선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선 단점이 되기도 한다.
특히나 인간관계에서 서로 필터가 달라 부딪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대에게 못마땅하거나 불편함을 느낀다면 나와 다른 필터가 작동하고 있다고 알면 된다.
서로 시스템이 다를 뿐, 누가 옳고 그른 게 아니다.
재밌는 사실은 나와 비슷한 사람과는 편해서 좋지만, 더 배울 수 있는 건 반대의 성향을 만났을 때다.
일테면 극강의 EEEE와 IIII가 만났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