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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Jun 03. 2023

거꾸로 가는 경매

나의 경매일지 4 

7. 경매손품의 맛!     


경매 공부를 한 지 한 달. 

아침에 눈 뜨자마자 경제 기사를 읽고, 세수하고 이 닦은 뒤 커피를 타서 컴퓨터 앞에 앉아 부동산 앱들을 켠다.    

  

오늘은 어떤 곳을 가볼까?     


아실(부동산앱)에 들어가 인구 변화를 기점으로, 또는 호재가 있는 지역을 선택 후 역세권, 학원과 초품아, 호재, 재개발재건축을 살펴본다. 

공매, 토지도 살펴본다. 

상가를 볼 땐 상권이 잘 형성된 곳을 위주로 본다. 

요즘은 부동산 앱이 발달해서 손품 팔기에 아주 좋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그냥 훑어보기만 했는데, 한 달쯤 되니 속도도 빨라지고 기본적인 권리분석도 된다. 

엊그제 공매 책을 본 뒤로 숨겨진 함정이 없을까 꼼꼼하게 살피기도 한다. 

법을 알지 못한 채 섣불리 덤벼들었다간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라, 하면 할수록 공부할 게 정말 많다 싶다.   

   

공매의 경우, 경매보다 싼 이유가 현장조사의 미비함에 있다. 경매처럼 인도명령제도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임차인과의 트러블이나 유치권 행사 중일 땐 명도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리스크가 많은 대신 싸고, 그만큼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임장 갈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이 공매를 많이 한단다. 그런데 실제 공매 공부를 하다 보니 투자자들이 경매보다 더 싼 물건을 찾거나 아무나 하지 못하는 특수물건을 찾기 위해 공매도 많이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나한테 쉬운 물건은 남도 쉬울 것이기에 경쟁이 적은 물건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남들과 경쟁하지 않고도 싸게 낙찰받는 노하우가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 때문인지 부동산 전문가들 중 어느 한 분야에 올인해서 그 방면에 전문가가 되는 걸 볼 수 있다. 

일테면 토지, 빌라, 아파트, 상가, 분양권, 지식센터 등. 

부동산 공부를 하다 보면 특별히 관심 가는 분야가 생기게 마련이고 거기에 집중해 완전히 마스터해 버리는 거다.    

  

그 방법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이것저것 다 욕심내다 오히려 방향을 잃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초반엔 전반적으로 공부하되 차차 한 가지를 전문적으로 파는 것도 자기만의 투자방법이 될 것이다.      


나는 유독 토지와 상가에 관심이 갔는데, 토지는 예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분야였고 상가는 수익형 부동산에 적합해서였다. 


주거형인 경우 인테리어나 수리 등 신경 쓸 부분이 많지만, 상가는 어떤 게 들어오느냐에 따라 인테리어가 달라지고 그 역시 임차인의 몫이다. 게다가 관리인이 있어서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없다. 


그보다 더 매리트 있게 느껴졌던 건 임대를 주지 않고 내가 사업을 직접 운영할 수 있다는 거다.    

  

아... 토지!


토지는 정말 매력적이다. 

그 어떤 부동산보다 토지를 보면 마구 흥분되는데 그만큼 관심이 많아서겠지. 

지금도 토지를 마스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나중에 법인으로 하게 되면 남편은 상가, 나는 토지로 분담해서 하고 싶다.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나는 늘 사업적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고, 기획력을 살려 땅이나 상가에 사업을 매칭시키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아직은 너무나 먼 얘기 같지만, 오래 전부터 생각하던 거라 그런지 부동산 공부를 하며 더욱 확신을 가졌다.      


확실한 목표가 있으면 생각이 늘 그쪽으로 가게 되어 있고, 생각이 곧 나를 그곳까지 이끈다.     

 

남편과 오래 전에 막연히 했던 얘기가 드디어 경매 공부하는 자리까지 왔다는 데 놀랍고 흥미로웠다. 

과연 1년 후에 우린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8. 거꾸로 가는 경매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느라 고생할 때부터 나는 파이프라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느꼈던 사람이다. 열심히 일만 하는 노예근성이 아니라 일하지 않고도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었다.    

  

경매도 마찬가지다. 싸게 사서 이윤을 남기고 파는 단타는 투자금을 모을 때나 필요하지 진성 투자자들은 수익형 부동산, 즉 월세 세팅을 더 선호한다. 안정적인 월세 세팅을 해야 중장기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경매를 선택한 이유도 파이프라인을 만들기에 최적화되어 있어서다. 

일반 소비자들과 거꾸로 가는 시스템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부동산을 살 땐 팔고, 팔 땐 사들이는 것. 


그래서 금리가 오르고 경매 물건이 쏟아질 때 투자자들은 산다. 경제가 위축될 때가 경매하기 최적기라면서. 

부린이인 내가 봐도 전국에 올라오는 경매 물건 중에 그리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는 물건이 많다. 


문제는 명도다. 


명도 경험담을 보면 쉬운 줄 알았다가 진상 소유주를 만나는 경우도 있고 악질 임차인을 만나 최악의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      


첫 낙찰 때부터 그런 사람을 만나면 다시는 경매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기에 경매도 수많은 사람이 덤벼들었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대개 남는 사람은 10%라고 하니 어떤 분야든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싸움이다.     

10% 안에서도 자기만의 노하우를 가진 사람은 1% 안에 들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은 1등이 아닌 2등이 되는 게 더 안전한 투자다. 1등이 성공하는 걸 보고 그대로 따라만 해도 성공하는 것이다. 3등까지도 괜찮으나 4, 5등으로 들어온 사람은 이미 과부하로 뒤처진다. 


그러니 너무 앞서려고 하지 말고 1등을 잘 따라다니면 된다. 경매야 말로 어떤 멘토를 만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걸 절감하는 요즈음이다. 공부만 해도 절감하는데 실전에 들어가면 오죽할까.     

 

혼자보단 여럿이 함께 하는 게 오래 가는 비법이다. 


경매에서 정보는 생명이고 그 정보를 나누는 팀이 있다면 훨씬 빠르고 편하게 투자할 수 있다. 그 방면의 노하우를 가진 멘토를 만나면 실력도 쭉쭉 는다. 

물론, 세상엔 사기꾼도 많고 입으로만 경매하는 사람도 많기에 잘 만나야 한다. 


투자는 본인 스스로 하는 것이다. 내 돈으로 투자해서 돈 벌어주겠다는 사람은 믿지 말아야 한다. 돈을 벌고 싶다면 스스로 공부해서 실력을 갖춰라. 돈만 투자하는 사람 말고 손품 발품까지 팔아본 사람만이 진짜 투자자다.      


파이프라인도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그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고되고 외로운 시간과 공부와 투자를 했을까.     

 

두려운 임장


임장 경험담을 보면 익숙지 않아 두려움이 앞서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매수자나 임차인으로 왔다면 반길 사람도 경매 때문에 왔다고 하면 푸대접이기 일쑤다. 


경매자를 보는 시선이 아직도 부정적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부동산을 경매로 넘긴 소유주의 잘못이지, 그 물건을 사서 빚을 갚고 해결해주는 건 경매자가 아닌가.      


그런데도 소유주는 마치 경매자에게 제 집을 빼앗긴 것마냥 적반하장으로 굴고, 임차인은 소유주에게 할 화풀이를 엉뚱한 경매자에게 해댄다. 


처음엔 경매자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이야기만 읽으니 울화통이 터졌다. 이래서 다들 경매하길 꺼려하는구나 싶다. 명도가 이렇게 골치 아파서야 아무리 싸게 산다고 한들 의욕이 사라질 터였다.      


더욱 놀라운 건 그런 사람들한테 인간적으로 대하고 이사비를 챙겨주고 마지막엔 웃으며 헤어진다는 고수들이었다. 이건 뭐 거의 해탈지경에 이른 건가 싶을 정도다. 


워낙 사람들에 치여 웬만한 일엔 코웃음 치지도 않을 수준까지 간 것일 테지만, 그 험난한 과정을 통과해야 진짜 투자자로 거듭날 수 있겠구나 싶어 마음이 아득했다.    

  

하지만 비싸게 집 한 채 사서 평생 이자 갚으며 사는 게 더 무서워서 경매한다는 얘길 듣고 웃었다. 

맞다. 평생 집 한 채 없이 살든가 이자와 원금 갚느라 허덕이며 사는 것보다 좀 험난해도 법적인 보호 하에 싸게 집 사서 여유롭게 월세 받으며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금수저가 아닌 이상 쉽고 편하게 부자가 되는 건 더 어렵다. 

그럴 바엔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감수하고 인내하면, 어려운 명도도 척척 해내고 악질인 사람들도 쉽게 다루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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