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에 가족 내에서의 여러 큰 이슈도 있었다. 좋은 이슈도 있었고 나쁜 이슈도 있었는데 어찌되었든 굉장히 큰 일들이었다.
원래는 이직을 한 뒤에 새로운 회사에서의 일들과 예전에 나중에 쓸 소재로 모아 놓았지만 쓰지 못한 글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꽤나 일상이 번잡스러워서 쓰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3월에부터 내가 다녔던 회사는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회사였다. 회사 규모는 전체 글로벌로 따지면 500명이 조금 넘는 회사였다. 내가 입사할 당시의 한국 지사는 10명 남짓의 인원이 있었다. 개발 인력이라든지 스태프 조직들은 미국 본사나 인도 등의 오피스에 주로 있었다.
이전에 상해에서 영국계 회사를 다녔을 때에는 지사의 규모가 꽤 컸었다. 약 200명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속해있던 한국팀은 약 10명 정도였다. 그 당시에 조직의 상사가 했었던 말이 있었다. “만약에 한국에 한국 오피스를 따로 꾸려서 10명의 인원으로 운영한다면, 본사에서 오피스 자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 덩치가 작으면 그런 경우가 있고, 실제로 봤었다.”
이번에 외국계 기업으로 간다고 했을 때에도 그 때의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들어가기 전에 알아 봤을 때도 그렇고, 들어가고 나서 봤을 때에도 한국 오피스는 비용 대비 이익이 좋은, 소위 ROI가 좋은 오피스였다. 그래서 피도 눈물도 없는 서양 회사이기 때문에 내가 언제든 잘릴 수는 있겠지만, 오피스를 날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이전에 영국계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것이 서양 회사는 한국 회사랑 다르구나였다. 보상이 확실하지만 그만큼 성과 평가도 명확하여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언제든 집에 갈 준비를 해야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3월에 입사를 했고, 8월에 한국 오피스가 문을 닫았다.
퍼포먼스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결정이라고 했다. 글로벌적으로 봤을 때 절반은 날라갔다고 들었다. 내 직속 상사도 잘렸고, 직속 상사의 바로 직속 상사도 잘렸다. 그리고 살아 남은 사람들이라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인력의 부재는 남은 인원이 감당해야 되는 부담이 커지게 한다.
엄청나게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한 번은 생각을 해봤기 때문일까. 절대로 헤어질 일이 없고 평생 잘 만날 거라고 생각한 커플은 헤어짐이 너무 충격이겠지만, 영원한 건 없고 헤어질 수도 있지라고 생각한 커플은 전자보다 헤어짐의 충격이 덜할 것이다.
그렇다고 충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태껏 5개의 직장을 다니면서 퇴사와 이직은 내가 하는 것이었지 이렇게 오피스가 없어진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스트레스 순위에 대해 봤던 걸 다시 한 번 찾아봤다. 해고는 외국에서는 스트레스 순위 8위, 국내 기준 10위에 들어가는 큰 사건이다. 그보다 높은 순위의 것들은 죽음이나 가족에 관한 것들이 대다수이다.
[참고] 스트레스 순위
<외국 기준>
1. 배우자의 죽음
2. 이혼
3. 배우자와의 별거
4. 교도소 수감생활
5. 가족의 죽음
6. 자신의 부상이나 병
7. 결혼
8. 해고
9. 별거 후 재결합
10. 퇴직/은퇴
11. 가족의 건강 악화
12. 임신
<국내 기준>
1. 자식 사망
2. 배우자 사망
3. 부모 사망
4. 이혼
5. 형제자매 사망
6. 배우자의 외도
7. 별거 후 재결합
8. 부모 이혼, 재혼
9. 별거
10. 해고, 파면
11. 정든 친구의 사망
12. 결혼
한편으로는 30대 중반에 이런 일을 겪어보는 것도 좋은 인생 경험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덕분에 브런치에 글도 쓰고 말이다.) 나이가 들어서 겪거나 내가 외벌이인 상태에서 겪었다면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조금 더 힘들었을 것 같고, 그런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조금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까 싶다.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한국 오피스가 문을 닫으면서 알게 된 점들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다뤄야 될 것 같다.
어쨌든 가족 때문에 미국으로 이주해야만 하는 상황이어서 어떻게 보면 나쁘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살다보니 뭐 이런 일도 다 당하는구나 싶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 미국에서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거 쉽게 볼 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올해 안에는 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파란만장한 미국 현지 취업기에 대한 글도 써볼 기회가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