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외국계 회사가 오피스를 닫게 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번 글에서 조금 더 다뤄보도록 하겠다.
물론 내가 겪은 것이 모두에게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케이스라고 생각하면서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1. 사전 경고 없이 바로 통보한다.
이 부분은 워낙 유명해서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 출근하려고 하는데 출입 카드가 안 찍혀서 해고가 된 줄 알았다.
- 이메일로 해고되었다고 통지 받았다.
-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해고되었다고 통지 받고 인사팀이 박스 하나 줘서 옆에서 한 시간 안에 짐 싸라고 지켜 보고 있었다.
등등의 여러 일화가 있다.
내가 겪은 케이스는 전날 퇴근 전까지는 잡혀 있지 않았던 미팅이 아침에 출근해보니 오전 9시에 잡혀있었고, 들어가보니 한국 오피스는 닫을 것이고, 너희들은 오늘 오후 5시에 모든 접속 권한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고객사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고 한다. 자기들이 알아서 할 거라고 했다. 그리고 당연히 인수인계도 할 필요가 없다.
그 전에는 항상 내 발로 회사를 그만 두었는데, 당연히 인수인계와 고객사들에게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와 다음 담당자가 누구인지를 알리고 퇴사를 했었다.
출입 권한은 당일에 바로 해지되었다. 그리고 진짜 얄짤 없이 바로 해지가 되었다.
회사 메일 주소도 바로 날려버려서 다음 날에 고객사들이 없는 메일 주소라고 나오는데 퇴사하신 거냐고 문자나 연락이 왔다. 전화는 일부러 다 받지 않았고, 친분이 있었던 분들이 문자를 보내는 경우에는 그 동안 감사했다는 말과 형식적인 답장을 드렸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안타깝게도
“저는 더 이상 근무를 하지 않아서 공식적으로 도움을 드리거나 말씀 드릴 수 있는 바가 없고, 공식 서포트 이메일로 보내시면 도움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밖에 없었다.
2.위로금은 후하게 준다
케바케일거 같은데 일단 내가 다녔던 회사는 연봉도 후하게 줘서 퇴직금 및 위로금으로 불리는 금액도 나쁘지 않았다.
(내 시장 가격보다도 많이 줬고, 들어보니 여기 다니다가 다른 곳으로 이직하신 분들은 아무래도 조금씩은 다시 깎았다고 한다.)
해고에 대한 퇴직금 및 위로금은 보통 패키지라고 부른다. 다닌 근속 연수와 직급에 따라서 다르게 책정되는데, 6개월밖에 안 다녔지만 이 정도면 괜찮게 챙겨준다고 생각했다.
<퇴직금 및 위로금 관련 알게 된 사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고용노동부에 문의하는 게 더 정확하다.
Q. 기업에서 한 달 전에 미리 노티스를 안 줬는데 괜찮은가요?
A. 괜찮다. 챙겨주는 금액이 한 달치 이상이면 법적으로 상관 없다.
Q. 한 달 전에 노티스를 안 주는 경우 한 달치 월급을 추가로 줘야 되는데 그건 따로 안 주고 위로금으로만 줬어요. “위로금 + 한 달치 추가 월급”을 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요?
A. 아니다, 이미 위로금의 액수가 한 달치의 월급보다 많은 경우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위로금이 한 달치가 되지 않는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실업 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3.서류에 싸인
모든 회사는 회사에 들어갈 때와 나갈 때 항상 서류에 싸인을 하라고 한다. 해고를 당해서 나가는 경우는 처음이었는데, 서류 자체는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서류의 초반부에 마음에 안 드는 문구가 있어서 문구를 바꿔달라고 했고, 들어주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단순 문구라서 그런지 바꿔줬다.
원래 문서에는 “퇴사하는 걸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식으로 써있었는데,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게 아니라고 너네가 결정하고 나는 따를 수밖에 없지 않았냐고 하니까, 문구를 “회사의 결정에 동의했다”라는 식으로 변경해줬다.
별거 아닌 문구였지만 그래도 바꾸고 싶었고, 바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4. 커리어 트랜짓 (Career Transit) 프로그램을 제공
현재도 진행하고 있는 부분인데, 이직 컨설팅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가장 중요하게 도움을 주는 부분은 이력서 업데이트와 면접 연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기 위해서 어떤 역량에 초점을 줄 것인지도 얘기를 하게 된다.
총 4회차 세션으로 진행이 되는데, 나는 현재까지 2회차를 진행했고, 이번 주에 3회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직무나 특정한 업계 자체에 대해서는 실제 일을 했던 내가 더 잘 알 수 있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팁이나 놓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혼자서 진행하려면 조금 늘어지고 게으름을 부리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누군가 매니저처럼 있으니 눈치가 보여서라도 조금 더 빠릿하게 움직이게 되는 부분도 있다.
아마 내가 직접 비용을 부담했다면 꽤 큰 금액이었을텐데, 회사 차원에서 다음 커리어를 위해 제공해줘서 좋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