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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 Mar 05. 2021

완결: 20대의 끝자락,
은행원이 되었습니다.

5번째 직업, 그리고 30대를 시작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고민과 불안감이 가득했던

나의 20대가 저물어간다.

다가올 30대는 어떤 모습일까.

바라건대 잔잔한 물결 같은 마음을

지닐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5번째 직업은 은행원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이 글을 통해 저를 처음 만나 뵙는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저로선 작년 12월 1일 [손이 하얀 그대의 삶에 위로를]이라는 글을 쓰고 난 뒤 꼬박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쓰는 글이다 보니 글쓰기가 왠지 낯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처음엔 저의 부족함 많고 지루한 글을 누가 읽어주시려나 싶었는데, 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을 눌러주신 덕에 글쓰기를 쉬면서도 브런치 독자님들께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었어요. 누구에게나 소중한 시간일텐데, 하루 중 일부를 제 글을 읽는 데 사용해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먼저 제 소식을 알려드리자면, 이미 제목에서 밝혔듯, 저는 은행원이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제가 은행원이라니... 아직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2021년 2월, 저는 제가 가고 싶었던 기업은행이라는 곳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연수를 받고 있는데요, 아마 4월부터는 지점에서 은행원으로서 근무를 하게 될 듯합니다. 아직도 실감은 나지 않습니다.


 혹시 이전에 제가 적었던 글이 기억나는 분이 계시다면, 제가 언젠가 글에서 은행원이 되고 싶다는 내용을 적었다는 것을 떠올리시는 분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당시 적었던 글에는 제가 다른 은행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을 것입니다. 사실 솔직한 마음으론 불합격 통보를 받았던 그 당시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도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원하는 은행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온갖 일에 의미부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로선 이 직업이 저의 20대 마지막 직업이자, 5번째 직업이라는 사실에 괜히 의미심장해지곤 했었습니다. 20대에 5개의 직업을 경험했다는 것은 그만큼 제 마음이 20대 내내 흔들림과 불안,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기 때문인데요, 지나고 나니 정말 별 것도 아닌 일들이었는데 그때는 왜 그리도 마음이 힘들었는지... 저로선 아직도 이 모든 것을 이해하기엔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제가 20대 내내 고민하고 걱정해왔던 경험들이 싫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아픔으로만 남을 줄 알았던 저의 과거 경험들 덕분에, 오늘날의 저는 세상을 조금 더 넒고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마음의 그릇을 키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게 어른들이 말해주셨던 성숙해지는 과정이라는 것일까요?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요.




정말로 힘들지 않았어요


 저는 은행에 합격하고 나서 주변 분들께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분들께서 제게 항상 해주셨던 말씀도 있었는데요, 예상하셨듯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말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사실 조금 더 솔직한 저의 속마음은 조금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정말로 백수 시절을 보내며 '고생'을 했는가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약 2년가량 백수로 지내며 남들보다 훨씬 뒤처진 삶을 살고 있었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는 없었기 때문에 분명 이런 점에선 나름대로 맘고생도 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스러운 생각도 종종 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했던 고민과 걱정들은 백수에게만 주어지는 고통스러운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성실한 자세로 직장생활과 사업을 영위하며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가시는 많은 분들 또한 마음 속에는 말로는 전부 설명할 수 없는 고민과 걱정이 있을 것이고, 이러한 것들이 백수로 살아가며 경함하게 되는 걱정과 고민의 무게보다 부족하진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백수로 살아가면서도 '내가 정말 불행하고 가장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반대로 저는 제가 백수이기에 할 수 있었던 일, 다시 말해 직장생활을 할 때는 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경험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사용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대단한 일을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좋은 오후엔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나가거나, 평일 오전 사람이 없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었던 것이 제가 했었던 일들이었죠. 하지만 별 것 아닌 일들인데도 이러한 매 순간순간들이 저의 마음 속 한 곳에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저는 이러한 기억들을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저의 마음에 들어와 있기 때문일까요? 지금도 저는 취업이 결정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도 크지만, 제 마음속에는 이미 지나간 백수 시절에 경험했던 여러 가지 추억들이 자꾸만 떠오르곤 합니다. 이런 게 아련하다는 느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적어도 저한테는 이 아련한 느낌이 참 좋은데요, 누군가에겐 두 번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백수 시절이 제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에겐 삶의 기쁨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속마음을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수가 어때서요?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들도 많이 남아있어서 저는 좋았어요!



과정의 즐거움은 가능합니다


 제가 [손이 하얀 그대의 삶에 위로를]이라는 제목으로 100편의 글을 썼던 이유 중 하나는, 지금의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은 백수의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저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이전까지는 제가 이전 글에서 적었던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면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제가 보여드릴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합격을 통해 제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생각에 조금 더 의미 있게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리 대단한 업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백수 시절을 보내며 매일, 그리고 매 순간을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자 노력했었는데요, 저로선 이러한 삶에 대한 저의 가치관이 반영된 하루하루가 쌓여 제가 원했던 결과를 얻을 수 있었기에, 이제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다른 분들께 제가 삶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 사실 이게 제일 기뻤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 또한 이번 백수 시절을 통해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너무 절실하게 매달리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지 않더라도, 매일 꾸준히 시간을 들여 성실히 쌓아 나간다면, 목표는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믿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이러한 축적의 과정에 있어 마음이 괴로울 필요가 없다는 것도 직접 경험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언젠가 또 다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쌓아나갈 필요가 생긴다면, 그 때도 지금과 같이 매일 매일 조금씩 쌓아가고, 또 막연하다 할지라도 '잘 되겠지'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데 집중할 것입니다. 목표달성하는 데는 이걸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경험했으니까요!


 그러니 만약 지금 백수로 지내는 순간이 힘들게만 느껴지는 분들이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또 괴롭게 생각하지 마시고 자신에게 주어진 이 소중한 순간들을 조금 더 행복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전 글에서 백수생활이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는지에 대해선 100편이나 적어두었으니까요, 적어도 2~3편 정도는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요!




다가올 30대의 삶

 

 원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그래도 아직 가본 적 없는 길인 30대의 제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궁금증과 설렘, 불안과 걱정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인생이란 고민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보다 먼저 30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선배님들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은 많이 있지만, 그래도 제가 직접 살아보면 또 다를 것이니까요. 


 우선 저는 30대에 이루고 싶은 목표와 꿈은 정해두었어요. 아직 밝힐 수준은 아니지만 언젠가 목표가 이루어지고 나면 이번과 같이 브런치를 통해 가장 먼저 알리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답니다. 꼭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또 은행원으로서의 삶도, 제가 늘 생각해왔듯 네 가지만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만큼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따듯하고 다정하게,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사람을 대하는 은행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인데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저를 만난 고객분들이 저에 대해 따듯하고 다정한 사람. 솔직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정말, 제가 백수 시절 늘 꿈꿔왔던 목표 달성의 글을 적으며 이번 [손이 하얀 그대의 삶에 위로를]이라는 글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었다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뿌듯함과 보람이 샘솟는 기분이 듭니다. 이러한 저의 경험이 담긴 작은 삶의 조각이 다른 분들의 삶에도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제겐 더없이 행복할 일이 될 것이라는 작은 기대감을 가지고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며, 다음 글에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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