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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 Dec 02. 2021

(19) 막상 하면 좋은데 안 함


 최근 저는 방에 있는 가구들의 위치를 바꾸는 일을 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로는 15년 넘도록 한쪽 벽에 붙어있던 책상의 위치를 창문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바꾼 것이었습니다. 생각이 들었을 때부터 할까 말까 고민만 했던 것이 약 2주, 책상을 옮기는 데 걸린 시간은 청소까지 포함해 2시간 남짓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택은 매우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창문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책상을 놓으면 햇빛으로 인해 눈이 많이 부실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커튼만 하나 달아주면 곧바로 해결될 문제였습니다. 오히려 커튼을 바꾸고 나니 방의 분위기가 더 좋아졌던 것은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이기도 했습니다.


 책상을 옮기는 김에 방 안에 있었던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거나 치워 두고 나니 같은 크기의 방임에도 지금의 방이 훨씬 넓어 보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 들었던 생각이 지금 글로 적고 있는 내용과도 일맥상통합니다만, 결국 대부분의 일들은 일단 시작해보면 좋은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하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며칠 전에 적었던 글에서 무려 '인생의 비밀'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적었던 내용 역시, 자신의 삶은 내가 선택한 것을 행동으로 옮김에 따라 인생이 흘러라고 바뀌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뭐든 시작하고 행동하면 인생은 어떻게든 흘러갈 테니까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딱 한 가지, 제가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있다면 그것은 '하면 좋은 행동, 심지어 이걸 하면 얼마나 나에게 좋은지를 알면서도' 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가령 지금 글을 적는 이 행위는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행동이며 저는 글을 많이 적어볼수록 제 삶이 반드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올해 제가 적은 글의 양은 작년에 비해 확연히 적은 상황입니다.


 당장 떠오르는 변명은 역시 바쁨과 피곤함입니다. 가령 어제 저는 퇴근 후 집에 도착해서 밥을 먹고, 이제 씻은 뒤에 글을 써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던 그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모임에 참석하는 상황이 생겼었습니다. 물론 제가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저는 그게 잘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모임에 참석하고 돌아오니 시계는 자정을 넘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고, 6시간 뒤엔 다시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생활을 평일에 하고 나면 확실히 주말엔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좀 더 자고 싶고 눈을 뜨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지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이렇게 바쁘다는 이유, 피곤하다는 이유로 가만히 쉬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리고 불안해집니다.


 그 이유는 뭔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마음의 불안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기준에서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하는 것이죠. 그리고 아직 행동을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저는 분명 제가 생각하는 행동들을 하고 나면 상당한 뿌듯함과 만족스럽다는 느낌을 얻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결국 저는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행동한다는 것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심지어 어떤 행동을 하던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확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처음에 전 그 원인을 게으름에서 찾았습니다.


 그러나 게으르기 때문에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인의 전부라고 생각하기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최근에 생각한 것은 저에게 부족한 것은 '습관'과 '경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제가 바쁘고 피곤함을 느끼더라도 저는 양치하는 것을 까먹거나 샤워를 빼먹지 않는 것처럼, 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저는 그 즉시 행동에 옮기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즉시 행동한다'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저는 행동하는 것에 대해 안 하는 것이 하는 것보다 더 불편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들이 갈수록 쌓여간다면, 언젠가는 지금 하는 고민이 왜 고민거리 인지도 모를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인생이 제가 하는 행동에 따라 흘러간다는 것이 맞다면, 제게 필요한 것은 결국 두 가지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난 것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 그리고 그런 습관을 경험치로 쌓아가는 것이 되겠습니다. 그거면 충분할 것입니다. 막상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은 틀림없이 좋은 것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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