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잠에서 꾼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꾼 꿈은 그야말로 제 무의식 속에 쌓여왔던 욕망이 꿈이라는 형태로 발현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꿈이었거든요. 보통 꿈에서 본 내용은 금세 잊히기 마련인데, 이번 꿈은 쉬이 잊히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꿈의 첫 장면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즈음에 위치한 하얀 주택입니다. 제 기억에 집의 내부로 들어가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옆에는 건장한 체격을 지녔고 이마가 훤히 드러나도록 머리를 뒤로 쓸어 올린 남자가 있었습니다. 다음 장면에선 저와 이 남자분이 주택의 입구를 시작으로 마치 조깅을 하는 것처럼 달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정확한 표현으론 저는 이 분이 열심히 달리기를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간의 대화를 나눈 것 같기도 하지만, 대화의 내용보다는 운동을 하고 난 다음에 느낄 수 있는 어떤 뿌듯함과도 같은 감정이 꿈속에서도 느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진 장면은 몇 명의 사람들이 추가로 등장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무엇인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여기에서도 이전에 등장했던 저와 달리기를 하였던 남자분이 여전히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주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모습이 생각나는데요, 이 장면은 여기서 더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문제가 풀리지 않았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원만히 해결된 느낌에 가까웠죠
이제 마지막 장면입니다. 장소는 레스토랑인데요, 제 기억이 맞다면 이 레스토랑의 모습은 배우 잭 니콜슨이 주연한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영화의 두 주인공인 잭 니콜슨과 헬렌 헌트가 극 중 바다 옆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장면에서 등장했던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처음 등장했던 이 남자분은 이번 장면에서도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장난기가 드는데요, 어쩌면 제가 이제껏 적어왔던 글을 읽어보셨던 분들은 마지막 장면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짐작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꿈은 욕망의 충족이라는 말이 맞기라도 한 것처럼, 꿈의 마지막 장면에서 매 순간 등장했던 이 남자분은, 식당의 한쪽에 놓인 피아노에 가서 앉아 식당을 찾은 손님들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했습니다. 제 꿈의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이번 꿈에 나타난 세 가지 상황을 각각 달리기, 소통과 문제 해결, 피아노라고 정리했을 때, 이 세 가지는 모두 정확히 제가 가진 각각의 욕망이 꿈이라는 형태로 표현되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매일 같이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수많은 핑계로 운동하는 것과 피아노 연습 게을리하는 저의 모습, 다른 사람들과 소통함에 있어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기보단 어색하고 과장된 형태로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종종 보여주는 제 모습은 현실 속의 저로 하여금 현실과는 다른 형태로 제가 변화하기를 욕망하게끔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만약 꿈에서 본모습이 제 무의식 속에 잠재된 저의 욕망이라고 본다면 저는 현실에서 어떻게 행동해야만 할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가 꿈에서 보았던 장면들은 모두 현실 속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일어나서 운동하고,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누르고, 사람들을 만났을 때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연습을 하면 될 테니까요.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제게 남은 궁금증은 한 가지였습니다. 왜 저는 꿈에서 스스로가 아닌 어느 남자분을 통해 저의 욕망이 실현된 것일까요? 저는 심리학자도, 정신의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정확한 판단을 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꿈에서 나타난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를 저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남자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늦은 나이에 행동으로 옮겨, 지금은 외국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물론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 그분 역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없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엔 어려움을 극복해내고 자신이 하고자 했던 좋아하는 일을 통해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 그 모습은, 어쩌면 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상향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달리기, 소통, 피아노가 저의 작은 욕망이라면, 저의 최종적인 욕망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다른 분들께 좋은 영향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보람된 인생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꿈을 꾸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별로 없었는데, 이번 꿈은 여러 보로 뜻깊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