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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 Dec 04. 2021

(22) 마음속 신호등은 초록불이 되고


 어제오늘 제가 생각한 것들을 비유해서 표현하자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신호등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호등은 본래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선, 상황에 맞게 빨간불과 초록불로 잘 바뀌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의 신호등은 오랫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초록불이 아닌 빨간불인 상태였으니까요.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신호등 사이에 넓은 도로가 있다고 한다면, 한쪽 신호등 아래엔 언제나 저 혼자 서있었습니다.


 저는 신호등의 불빛이 초록색으로 바뀌면 언제든 길을 건너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저의 기대와는 달리 신호등의 붉은빛은 초록색 빛으로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어쩌면 신호등의 불빛은 제가 길을 건너는 데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제 마음속에 새겨진 길에는 설령 제가 붉은빛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넌다 한들, 제가 위험해질 요소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신호등은 멀뚱히 붉은색을 정지 표시를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도로를 달리는 차도 없고, 제가 무단횡단으로 길을 건난다고 해서 저를 나무랄 수 있는 사람도 마음속 장면에선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신호등이 붉은색이라고 해도, 저는 필요하다면 언제든 길을 건널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위의 신호등 이야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물쭈물 대기만 했던 저의 마음 상태를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과거 많은 순간들 속에서, 마음먹은 것을 행동하기만 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왜 하지 않았는지를 생각해보면, 언제나 저는 행동만을 남겨둔 시점에서 '하지 않아도 괜찮을 만한 이유'를 찾아내고, 실제보다 더 큰 위험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건너야 할 길 위에는 저를 위협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없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제가 스스로 신호등의 불빛이 붉은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길 바라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는데도 길을 건너지 않는다면 확실히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될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제가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것 같았던 마음속 신호등의 불빛을 오랜 시간 동안 붉은색인 채로 놔두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요즈음, 저는 제 마음속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는 느낌을 종종 받게 되었습니다.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면 요즘 들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의욕이 계속 생겨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조금 더 명확하게 정해서, 제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와 관계없이.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에 앞서 실패하거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불필요한 고민과 걱정만 가득했던 저 자신이었기에, 이런 스스로의 변화에 대해 아직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이젠 그럴 때가 되었기 때문일까요?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일단 뭐라도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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