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안녕하세요. 매일경제신문사 부동산부에서 일하고 있는 나현준 기자라고 합니다.
저는 서울 토박이로서 서울시를 출입하면서 '서울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30대 청년입니다. 이미 전세계적인 메가시티로 발전한 서울. 과연 우리는 미래의 서울을 어떻게 기획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앞으로 '서울개발'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기자로서 제가 만났던 주요 인터뷰이들을 소개하고, 기사에 미처 못풀었던 내용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개발방법 등을 풀으며 독자분들에게 서울 개발의 현주소와 미래상을 풀어드리고자 합니다. 도시공학, 건축학 전공도 아닌 문과출신이지만, 현장의 생생함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하는 기자이기에 재밌는 이야기들을 소개시켜줄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혹시 서울개발과 관련돼 관심 있으신 주제가 있다면 댓글을 통해 물어봐주세요. 현직 기자로서, 여러분을 대신해 전문가 혹은 관련된 분에게 직접 가서 물어보겠습니다. 우선 시작하겠습니다.
처음 여러분께 소개드릴 개념은 '블록개발'입니다.
이를 위해선 제가 지나 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최근 양천갑에서 재선에 성공하셨죠)을 먼저 말해야 합니다. 블록개발 주창자이시기 때문이죠.
관련 기사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9&aid=0004499738
블록개발을 직관적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황희 의원 블로그에 있는 영상의 한 장면을 캡쳐해보았습니다.
위 그림은 황희 의원이 그리는 미래의 목동 재건축 단지 모습입니다. 고층(최대 80층) 아파트가 있고, 그 주변에는 공원과 호수가 조성돼 있습니다. 현재는 저 일대 모두가 아파트로 빽빽히 차있는데, 앞으로 재건축 방향을 혁신해 위와 같은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 황희 의원 생각입니다.
저게 가능한 이유는 블록 내 특정단지로 용적률(용적률이 커지면 그만큼 더 높은 층을 지을 수 있습니다)을 몰아줬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이 용적률을 몰아주는 것이죠.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목동 신시가지아파트는 1~14단지까지 있는데요. 1~4단지(4개 재건축 구역)을 1개의 '블록'(Block)으로 만드는 겁니다. 각 구역별로 최대 용적률은 250%인데, 4개 구역이니 용적률 총량은 1000%죠. 블록 내 1개 구역(1~4단지라 하면 1단지)에 용적률을 최대치로 몰아넣고, 나머지는 녹지로 조성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재건축으로 주택 공급도 늘어나면서, 스카이라인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또한 녹지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지니(3개 구역이 녹지), 그만큼 공간이 쾌적화됩니다. 미래형 도시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현재 계획 상으로 용적률이 100%대 중반 밖에 안되는 목동은 재건축을 할 경우 현재 대비 거의 2배에 달하는(현재는 2.6만 가구가 있는데 5만 가구가 들어서게 될 예정) 주택이 공급됩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빽빽하게 들어선 목동 신식가지 아파트 (최대층은 5~15층)가 층수만 30층대로 높여서 들어설 경우 도시 미관상 안좋고, 다른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냥갑 아파트'를 양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것보단 블록개발을 통해 녹지도 조성하면서 고층 아파트를 짓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죠.
진보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를 주장하는 것은 새롭습니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 때 추진했던 뉴타운(왕십리, 길음, 신길, 가재울, 수색 등이 대표적이죠)이 원주민을 내쫓았다는 문제의식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원주민 재정착률이 10~20%대 밖에 안됐죠) 때문에 진보측은 뉴타운에 대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죠.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 지역을 해제하고,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튼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그런데 뉴타운까지 대규모는 아니어도, '미니 뉴타운'(중규모 뉴타운) 격인 블록개발을 여당 의원이 가져온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황희 의원은 이 같은 블록개발이 이뤄지면 재건축에 따른 이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고층 아파트(용적률을 몰아준)를 지을 부지만 철거하고 새로 지으면 되니, 뉴타운처럼 대규모 철거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그만큼 세입자 등이 순차적으로 시간을 가지면서 이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아울러 황희 의원은 높여준 용적률만큼 공공성을 확보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녹지를 조성하는 것 이외에도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늘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죠. 사업성과 공공성 두마리 토끼를 잡자는 것입니다.
이 같은 블록개발 개념은 관주도 도시재생의 실패와 뉴타운식 대규모 철거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병합해 나온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목동뿐만 아니라 1980~90년대 택지개발지구(공공기관이 땅을 사서 대규모로 개발한 곳)가 서울 곳곳에 있습니다. 창동상계, 문정동, 가양동 등이 대표적이죠. 이들 지역도 30년이 지난 재건축 시기가 도래했는데, 이 같은 블록개발을 생각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도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만큼 블록개발 대상지라고 볼 수 있죠.
다만 표면적으로 보면 두 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첫째는 35층 규제입니다. 서울 2030플랜에 따라 '35층 규제'가 아파트에 적용됩니다. (서울2030플랜은 용도지역에 상관없이 주거용 건물은 35층 이하, 주상복합 건물은 50층 이하로 각각 제한) 강남 재건축의 대장주격인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추진 시 35층 규제에 막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물론 래미안 챌리투스(최고 56층), 성수동 트리마네(47층) 등 35층 규제를 피한 사례도 있긴 합니다. 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재임할 시 층수를 높이되 기부채납을 그만큼 더 많이 받기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죠.
올해 하반기 서울은 2040 서울플랜을 발표합니다. 35층 규제가 시대착오적인 낡은 규제라는 전문가 시민의 의견이 많은만큼 어느 정도 교정이 될 거라는 시각도 있지만, 재건축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반론도 있어서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되지 않는 한 쉽게 고쳐지지 않을거란 말도 많습니다. 이미 강남구 등 일부 자치구는 '35층'을 '평균 35층'으로 유연하게 바꿔서, 일부는 고층으로 짓되 일부는 저층 혹은 녹지로 조성하자 (황희 의원의 블록개발과 나름 궤를 같이 하는)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서울시는 7월 이후 공청회를 열면서 여론을 수렴한다는 입장인데 과연 새로 바뀌는 2040 플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됩니다.
둘째는, 재건축을 원천봉쇄한 '안전진단' 기준입니다.
재건축을 하기 위해선 정밀안전진단 통과가 필수적인데요. 이번 정부 들어 안전진단 항목 중 '구조안정성' 분야의 비중을 50%(이전엔 20%)까지 끌어올린 덕분에 80년대 이후 지어진 아파트들 중에 안전진단을 통과할 단지가 거의 없게 됐는데요. (1988년 지어진 송파 올림픽선수촌아파트도 구조안정성 20% 기준일 땐 조건부 통과였는데, 기준이 50%가 되면서 유지보수(미통과)가 됐죠)
비록 목동 6단지, 9단지 등이 올해 초 조건부로 안전진단을 통과하긴 했지만, 아직 한국시설공단의 최종 안전진단이 남아 있어서 최종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번 총선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더욱 더 재건축 규제를 옥죌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근에 있던 목동8단지는 안전진단 진행을 취소해달라고 양천구청에 요청하기도 했죠. 목동 내에서도 10년은 더 지나야 재건축이 가능할 것이다라는 의견도 많이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1980년대 후반) 지어진 상계주공아파트 근처 임장을 돌았을 때도, '지금 기준 상으론 안전진단 통과에 대한 별 기대감이 없다'고 말한 바 있죠.
따라서 황희 의원이 말한 블록개발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층수규제 완화(2040플랜)와 안전진단 통과기준 완화(국토부 담당)이란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서울의 미래를 위해선 꼭 필요해보이지만, 정책 당국은 현재까지만 봤을 땐 별로 태도를 바꾸지 않을 듯 합니다. 과연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