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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ee Jan 31. 2024

ep.8 [멕시코] 다시 마주해야 알아차리는 힘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서


ep8.

다시 마주해야
알아차리는 힘


새벽을 지나쳐 온 차가운 온기가 여행자들의 온몸을 으슬거리게 스쳐갔다. 호스텔에서 준 담요로 온몸을 꽁꽁 싸매며 정신도 함께 깨어졌다.


꼭기옥 꼮꼬꼮ㄱㄱ!!!!

미친 듯이 울려대는 닭들의 연발 소리에 나를 제외한 모든 여행자들은 이미 눈이 떠진 지 오래였다. 다른 여행자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알람소리도 진동으로 바꿔놨는데 이게 웬걸, 알람 자체가 필요 없었잖아?


오늘의 의무 완. 모두들 나에게 고마워 하소

피곤함으로 불어 터진 얼굴을 들고 씻으러 공용 샤워실로 향하였다. 복도에 전신 거울이 있길래 얼마나 외관이 구겨져 있는지 확인을 해보았다.


나도 함께 닭이 되었다

위층 침대에서 언니가 나를 보고 웃은 그 이유를 완전 알 것 같다.


오전동안 2~3시간이라도 이곳에 머무르고 싶었지만 내일 당장 멕시코를 떠나야 하기에 그럴 여유마저도 없었다. 공짜 조식으로 간단하게라도 배를 채우고 빠르게 자리를 일어섰다. 똘란똥꼬 때부터 꾸준히 연을 함께했던 멕시코 동행자인 언니는 운이 좋으면 오늘, 일정이 맞지 않는다면 내일 아침이라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급하게 인사를 마치고 헤어지기엔 멕시코 여정에서 함께한 시간이 많다.


언니의 따뜻한 배웅과 함께 거리로 나왔다. 과나후아토에서처럼 '어제 내려준 곳에서 다시 타면 되겠지~?' 1초 생각하며 돌바닥을 가로질러 광장으로 향하였다.


나 어제 어디서 내렸니...?

오늘도 자신의 기억력과 사투를 벌이다 버스정류장 표시가 보이는 곳에 대충 서버렸다.

잃어버린 카메라와 함께 사라진 기억력

기다란 줄을 서고 있는 현지인들에게 'Terminal Central de Autobuses'(고속버스터미널)을 물어보았지만 다 허탕이었다. 버스가 오는 족족 기사님에게도 까꿍거리며 물어보았지만, '떼르미-ㄴ'에서 바로 퇴짜를 맞았다.

터미널 안갑니다요

버스 몇 대를 흘러 보내니 예정된 출발시간을 훌쩍 넘어버렸다. 버스출발 시간까지 30분 채 안 남아 조급증이 발현되며 오두방정 시동이 걸려버렸다. 멋없는 몸짓에 홀로 힘겨워하기도 전 초록색 택시가 보이길래 멈춰 세웠다.


고속버스터미널까지 얼마예요?? 나 가격 다 알아요!!!!!!

과나후아토에서부터 혼자 [와이파이로 멕시코에서 살아남기]를 실현하고 있바닥에서 우버는 손에 댈 수도 없었다.

얼레벌레 멕시코에서 살아남기

그래도 호옥시나 만일의 상황을 위해 숙소에서 우버 비용을 보고 온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전 세계 택시기사님 국룰인 따블로 부르자마자 노노!!!를 외치고 빠르게 협의를 봤다. 비행기를 놓쳐 고생해 본 자. 대중교통만큼 앞에서 오두방정 호덜갑 대박 허용이다.


택시를 타자마자 역시나 빠지지 않고 멕시칸 노래가 흘러나왔다. 난 중남미가 이래서 너무 좋다. 쿠바에서든 멕시코에서든 어딜 가도 음악이 끊기질 않는다. 매 버스, 매 택시, 매 식당, 거리.. 밤을 제외하면 어느 곳에서든 늘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 (쿠바에서는 밤에도 잔잔히 재즈음악이 들려오기도 하였다.)


뽕짝의 멕시코 음악은 조급한 마음과 함께 박자를 이루어갔다. 똥줄을 타며 식은땀을 흘러주니 5분 전에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다. 휴~


미샨 컴플릿

기껏 버스 터미널로 땀 흘려가며 뛰어갔는데 막상 도착하니 반겨준 소식은 20분 연착이었다. 제기랄 택시비만 날렸다. 택시값은 똥줄 만회값으로 치겠다.


철퍼덕-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대박 귀여운 아기를 보았다. 부모님의 캐리어 위에 앉아있던 조그마한 애기는 입이 이제 막 트였는지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였다.


올라~~~~ 꼬모 떼 야마스?
(안녕~~~~ 이름이 뭐예요?)


진짜 목소리가 대박적 귀요미였따

나만 그런 것인가? 올라라는 어감이 너무 귀엽다. '안녕'이라는 세계어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 멕시코 여행 내내 애기들이 올라~~~ 올라~~~ 해줬는데 진짜 그때마다 귀여워서 내 마빡을 장구마냥 신명나게 치고 다녔다.


열심히 귀여워를 외치다가 입에 경련이 날 때쯤, 카메라가 생각나 분신물 센터도 들러보았는데 음 역시나~!

기대도 안했다 시잘.. 아니 사실 조금은 기대했ㅇ..

시원치 않았던 하루를 보내고 산미겔을 떠나는 길. 달리는 5분 동안 산미겔의 분홍색 성당이 시야에 사라지지 않았다. 너무 좋아하는 분위기를 소유한 동네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어딘가 모르게 많이 안 맞았던 도시였음을 받아들였는데.. 모습을 계속 드러내며 자신을 잊지 말라는 것만 같았다. 내재된 작은 동네의 욕망은 내 마음에도 자리 잡은 듯 특별히 한 것 없었던 이 도시에서의 비에 젖은 타코 맛을 떠리며 창문 끝에 걸쳐진 동네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열심히 달려~ 달려~ 아니 열심히 잠만~ 자며~ 멕시코 시티에 도착했다. 멕시코시티 터미널만 벌써 4번째다. 이제는 집에 온 것 같은 안락함이 느껴진다. 마지막 멕시코시티는 센트롤로 향한다. 지금까지 멕시코시티에서 거쳐온 소나로사, 로마노르떼, 꼬요아깐, 뽈론꼬, 센트롤 중 가장 좋았던 동네에서 여행의 끝을 지으려고 한다.


익숙하게 우버를 쳡쳡 불러내며 센트롤로 향하기 위해 이전과 다른 골목으로 들어왔다. 확실히 골목이 달라지니 분위기가 확 달라지긴 하였다. 차가 멈춰 서면 강제로 차 앞면을 닦아내며 돈을 뜯듯이 기사한테 요구하고, 기사는 적당한 손짓으로(너무 격하지 않는 하지만 단호한) 거절하였다. 끈질긴 난잡함 속에서 긴장감이 돋보이는 골목들을 지나 구시가지로 들어왔다.


이번 숙소는 소깔라광장 바로 코 옆에 위치하였다. 언니가 이 숙소를 엄청 추천해 주어서 주저 없이 선택한 곳이다. 으ㅡ 지금 당장 몸도 너무 피곤하고 배도 너무 고프지만, 마지막 이 하루를 그냥 보낼 수 없다. 점심은 주전부리로 대충 때우고 바로 다시 밖으로 향하였다.


10일간 멕시코에 있는 동안 한 가지 못한 것이 있다. 별 거 아니지만, 여행 중 큰 낙 중 하나인 마트 탐방이었다. 대부분 동네에는 편의점 OXXO(옥소), 과일&채소가게, 아주 작은 생필품 슈퍼, 시장이 끝이었기에 거대한 마트가 너무나 그리웠다. 유심 없이 멕시코 살아가기와 더불어 홀로 미션 수행을 하고 있는 [우버비용 절감하기]에 힘입어 여행의 끝자락이 되어서야 첫 지하철까지 타보게 되었다.


남미사랑 카페에서도 특정 지하철 역은 조심해라!라는 말이 많아서 겁을 꽤나 먹었는데, 말 그대로 '조심'하라는 거였다. 이 좋은 걸 왜 마지막 날에 알게 된 거니....??


600원의 행복...
여성 전용칸도 있지요

정말 놀랍게도 지하철에 들어가면 경찰, 여성 전용칸 앞에도 경찰. 어느 역에서 다 똑같았다. 지하철 환승도 너무 쉽고 너무 잘되어있어서 혼절할 뻔했다.


하... 지나간 내 우버비...

지하철을 들어가는 입구가 소매치기하기 좋아 보여 조심하라는 말이 이해 가긴 하였다. 입구를 들어가고 나올 땐 머리 굴려 중앙으로 다니니 8페소의 행복 그 자체였다. 윌마트가 있는 동네는 뽈론꼬st 분위기였다. 안전한 회사촌 느낌이 낭낭하여 더더욱 지난 겁들에 스스로 질려하며 마트로 향하였다.


마트 앞에는 노상 타코집이 줄지어 있었다. 후 진짜 너무 먹고 싶지만!!!!! 찜해둔 저녁집에서 먹기 위해 참아야겠다. 흑..


드뎌 도챡!!!!!!

미국이 절로 생각나는 덩치 있는 규모에 놀랐다. 들어가서 가족들에게 약속한 데킬라(사실 우리가족은 술을 안 좋아하고 안 먹는다. just 장식용)와 교회 영아부 애기들에게 줄 간식, 사촌동생에 줄 간식을 샀다. 지인들에게는 좀 많이 미안한 소리이지만, 여행 다녀올 때마다 안 챙겨주는 편이다. 오로지 가족, 영아부 애기들, 사촌동생에게만 주는 특권이닷- 헤헷


대만족스러운 쇼핑을 마친 후, 캐리어에 레고 하듯이 끼워맞추고 나서야 드디어 중요일을 다 끝냈다. 배고파 디지것다 이제 해지기 전까지 센트롤 골목을 마구 누비며 밥을 야무지게 먹어야겠다.


인간은 어떻게든 욱여넣게 되더라고요...

지하철을 타고 센트럴에 오자마자 공기로만 가득 찬 아사직전의 배를 붙잡고 찾아놓은 타코집으로 달려갔다. 어제 노상집에서 먹은 소세지 타코가 너무 맛있었어서 소세지 타코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15분 정도를 걸으며 노상부터 상가 속 음식점까지 지나친 타코집만 20여 개였던 것 같다. 멕시칸인들은 타코를 정말 사랑하나 보다.


한국에 있는 지금.. 타코가 너무 먹고싶습니닥,,..

점심과 저녁 그 사이인 애매한 오후시간인데도 현지인들로 가득 찬 식당에 들어섰다. 멕시코 식당에는 마리아치나 싱어 등 노래 & 악기 연주를 해주는 문화가 있다. 그간 식당들이 싹 다 이를 피해 갔는데 이곳은 싱어가 있는 곳이었다. 직원은 싱어의 코 앞 명당자리를 내게 내주었다.


놀랄만큼 코 앞자리

개취로 멕시코 노래 너무 취향이다. 똘란똥고 갔을 때 하루종일 들은 민속노래 같은 뽕짝 노래는 흥을 돋우게 하고, 택시나 버스 그리고 식당에 나오는 멕시코 가요는 감성적이라 좋다. 노래만 나오면 가만히 못 참는 나의 몸뚱아리는 리듬을 타 혼자 신난다고 박수 음식점 속 작은 공연을 즐겼다. 싱어께서 잠시 토크 타임 때 나를 지목해 주었는데 뭔 소린지도 모른 채 현지 사람들한테 박수갈채도 받았다.


가만히 있었는데 박수갈채 받는 사람 됨

나에게 손을 뻗으며 노래도 불러주시고.. 옆에 있는 사춘기 딸랑구는 계속 나를 쳐다보고.. 기다리는 동안 여러모로 잘 즐겨서 팁을 조금 드렸다.


소세지 타코를 위해 내장타코집으로 와서 이왕 온 거 우설타코도 시켜보았다. 우설이 3,000원도 안 한다니 실화입네까?

당장 진행시켜

멕시코에 있는 동안 물 가격과 맥주 가격이라 비슷해서 매번 시켰는데, 이번에도 마지막 저녁식사이니 빼놓지 않고 시켰다.(단걸 안 좋아해서 음료수는 잘 안 먹는다.) 멕시칸 애들은 일반맥주와 더불어 미첼라다, 첼라다도 많이 먹는다고 한다. 저번에 미첼라다를 도전해 보았으니 이번엔 첼라다로 도전해 보았다. 첼라다는 잔에 소금을 묻힌 잔에 라임즙을 짠 맥주이다. 진짜 멕시칸 애들은 타코와 더불어 매운맛과 신맛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수제 소세지 타코는 두말할 거 없이 첫 입부터 끝까지 맛있었다. 문제는 우설타코였다. 아니 슨생님... 혓바닥이 이렇게 적날한 것은 너무한 거 아닌가요...?


너무나 혓바닥 그 자체인 우설타코

비주얼이 좀 흠짓스러웠지만.. 뭐 입으로 들어가면 다 똑같은 맛이니 흐린 눈 하며 먹었다. 우설타코는 사알짝 비려서 테이블에 배치된 살사소스를 더 올려 먹었다.


하.. 이제 저녁이다. 곧 있으면 해도 진다. 해가 지고 나면 밤이 된다. 정말 마지막 날이다. 두 번째 다시 온 멕시코 거닐기만 하는데 왜 이렇게 좋은 것일까. 남은 페소를 탕진하기 위해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망고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으며 이 시티가 가진 기운을 비로소 느끼기 시작하였다.


시간아 젭알 멈춰줄래..?

시티는 이상한 힘이 있다. 이상하게 시티는 두 번째로 마주해서야 그 공간의 강한 매력을 발견하곤 했다. 이곳과 처음 마주했던 설렘보다 더 큰 동요가 불어왔다. 처음에 마주할 땐 정신없는 거리를 지나치며 못 보고 놓치는 것들이 많다. 익숙함을 가지고 다시 오면 처음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쿠바 아바나에서도 이곳에서도 그러하였다.


가장 낡은 공간에서 가장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크게 들린다. 시티 속 구시가지는 파도와 같다. 지금의 이 자리에 서성이고 있는 나처럼, 예측할 수 없는 파도를 정신없이 흘러만 보내다가 이제야 파도 위에 올라탔을 때 비로소 그 공간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 된다. 하지만, 시티의 진가가 보일 때 여행의 끝이 보였기에 이번에도 떨어지는 발걸음이 조금만 더 있고 싶다는 아쉬움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었다.


소깔로 광장까지 가는 거리를 걷기만 하였는데 왜 이렇게 행복하고 벅찰까. 정말 내게 딱 일주일만 아니, 3일만 더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운 발걸음 소깔로 광장에 가까워질수록 있는 힘껏 발을 늘렸다. 너무 느리게 걸은 탓인지 꼬맹이들에게 플러팅도 당했다. 아니 근데 진짜 웃긴 게 외국에 나오면 10대 애들만 꼬인다.

동안인 자의 설움

큰일 났다. 해가 지기 시작하였다. 정말 이렇게 하루를 끝내고 싶지 않는데... 숙소 바로 옆 골목을 돌다 발견한 헌 책방에서 책을 고르다가 어두컴컴한 밤이 찾아오고 나서야 호스텔로 들어설 수 있었다.


LP를 사고 싶지만 안 보여서 책이라도 샀다
어두워지지 마...

이대로는 하루를 떠나보낼 수 없어서 호스텔 로비에서 본업 업무 마친 후, 밤 10시에 루프탑에 올라가 혼자 멍하니 멕시코의 밤을 바라보았다. 여행을 한 지 10일 차만에 이곳의 밤 전경을 처음 마주하였다. 멕시코의 밤은 위험한 탓에 길거리에는 개미 하나도 안지나다녔지만 건물 안 안에는 형형색색의 조명과 사람들의 대화 소리로 시끌벅적하였다. 정말 마지막이라니.. 이렇게나 아쉬웠던 여행은 이전에도 없었던 것 같다. 루프탑 마감시간인 10시 59분까지 꽉 채우고 나서야 방에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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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았던 오늘의 해는 어김없이 떠올랐다. 동행 언니가 이곳 조식이 정말 맛있다고 해서 1빠로 내려갔다.


조식의 음식 퀄과 풍경 퀄 대체 머선 일이쥬...?
심지어 빵이랑 시리얼은 무한제공이었다

흐메 시리얼 무한 제공부터 핫케이크랑 과일이라니.. 추천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테라스 테이블에 앉아 조식을 먹는데 노래부터 분위기 & 풍경 모든 것이 정말 완벽했다. 이 숙소를 이제 안 것이 탄식 나올 정도였으니..


멕시코 풍경을 바라보며 아침을 먹는 내내 너무나 행복해서 이 순간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

한 번이라도 멕시코시티를 더 채우기 위해 이제 막 개장하는 멕시코의 아침을 반기 나갔지만, 너무 이른 아침이라 즐길 게 없어서 1시간도 안되어 숙소로 빠르게 돌아와 버렸다. 짐을 다 싸고 1시간가량 여유시간이 나 남은 시간은 어제 같은 호스텔로 돌아온 언니랑 루프탑에서 이야기를 하며 채웠다.


지난 여정의 회고에 시간이 지난 지도 몰랐다. 이젠 진심으로 떠나야 할 때가 찾아왔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내가 먼저 떠난 경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전 몽골여행에서는 다 같이 출발하고 다 같이 떠났고, 쿠바여행에서는 내가 가장 마지막 출국자였다. 짧았던 멕시코 여행 내내 운이 좋게 다른 동네에서 반나절은 꼭 같이 하였던 동행이었기에 정이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추억이 되어준 똘란똥고 여정을 함께 동행해 주어 유난히 이 배웅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우버에 내 캐리어를 직접 넣어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주었다.


멕시코 추억에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진심 어린 따뜻한 배웅과 더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에 처음으로 눈물이 글썽거렸다. 서투른 나의 여정에 함께 해주었고, 두려움이 많았던 나의 길에 무던함으로 용기를 불어주었다. 이제는 정말 두려움 없이 이곳을 여행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여행까지 끝이 나버리니 속상한 마음이 올라 차버렸다.


아련가련한 눈빛으로 창밖너머의 멕시코를 바라보다 공항에 도착하였다. 감동의 물결도 잠시 망할 우버기사가 터미널2가 아닌 1에 내려줘서 다시 공항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난리를 친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카드를 충천했어야 했는데 버벅거리는 나를 보고 공항 직원이 도와주었다. 도와준 건 참 고마운데.. 충천하고 남은 잔돈은 슬며시 지 주머니에 넣는 꼴을 보며 아쉽지 않게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어째 끝까지 날 그냥 안보내니

공항에 오니 1시간 정도 여유시간이 남아 페소를 완벽히 탕진시킬 겸 너무나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며 기다리기로 하였다. 지금 당장 내 위가 부르짖고 있는 음식은 한식이 아니라 햄버거랑 초밥이었다. 나 진쨔 여행에서만큼은 치킨버거랑 감튀 그리고 해산물은 꼭 주기적으로 넣어줘야 한다고요,,,...


이 작은 공항을 샅샅이 뒤져봐도 햄버거 프렌차이저가 도저히 안 보여 일식집으로 들어갔다. 연어롤 하나가 거진 3만 원 돈이라니.. 남은 동전과 지폐 탈탈 털어서 멕시코의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진짜 개 맛있어서 1분 만에 순삭함;

아주 흡족한 표정과 함께 식당밖을 나오니 보딩 시간 10분 전이었다. 시간 정말 대박적으로 알차게 썼다. 미국으로 향하는 게이트 앞에는 벌써 사람들 꽉 차있었다. 한 자리 남은 자리에 앉아 해맑은 표정으로 여행의 끝을 알리는 티켓을 가만히 응시하다 지금껏 여행 내내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샘솟듯 줄줄 흘러나왔다.


갑자기 비행기 티켓을 쥐어든 채 눈물을 하염없이 흘러 보내는 나를 보고 코앞에 있는 승객들은 의아한 듯 번갈아 쳐다보았지만, 그들의 시선에 무심한 눈방울 계속 흘러내렸다. 나도 모르게 떨어지는 눈물을 보며 이곳에서의 추억이 행복했고, 더 오래 있지 못해 아쉽고 섭섭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멕시코는 내게 여러모로 의미가 큰 여행지였다.

20년도 쿠바 이후로 3년 만의 첫 여행지가 되어준 멕시코,

첫 홀로 여행지이자 모든 것을 즉흥으로 즐긴 멕시코,

내게 도전이자 이전 여행의 미련을 성취해 주었던 멕시코,

엄청 대단한 관광지가 있는 것이 아닌데 이상하리만큼 볼게 많았던 멕시코,


다시 또 마주하게 될 것을 확신하며 멕시코를 향해 마지막 눈물을 흘러 보냈다.


부에노 멕시코 진짜로 또보아




epilogue.


여행 뉴스레터 <모아>를 발행한 지 어느덧 8개월이 지났다. 나는 그저 배낭여행이 좋았고, 배낭여행에는 우리가 흔히 하는 일반 관광 여행과 분명하게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생각을 확인하고 싶었다.


뉴스레터를 통해 9명의 여행자를 만나면서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람' 때문에 여행을 하고, '사람' 때문에 여행의 재미를 알게 되었어요.
'혼자' 여행을 간다 한들, 진짜 혼자 하는 여행은 없어요.


특별한 상황과 낯선 환경에서 주는 귀한 만남.

지금도 몽골, 쿠바, 멕시코에서 만난 여행자들과 1년에 한 번이라도 연락을 지속 주고받고 있다. 잠깐이었지만, 가장 행복했던 나의 20대의 순간에 함께 해준 친구들이기에 여행자의 만남과 추억을 더욱 애정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멕시코에서 만난 모든 동행들과의 만남도 그러하였다.

언니가 마지막으로 건네주던 말이 기억난다.


OO아, 한국에서도 이렇게 착하게 지내면 안 돼!!


여행하면서 더욱 깨닫게 되었다. 좋은 사람 앞에서는 나도 좋은 면만 보인다는 것을. 멕시코를 오기 딱 1년 전, 마지막 회사를 다닐 때는 진짜 스스로가 봐도 너무 별로였을 정도로 성격의 모난 면이 도드라졌는데. 1년이 지난 타지에서 전혀 반대되는 이야기를 새로운 동행들을 만날 때마다 매번 듣게 되었다.


언니 저 한국에선 완전 별로인 면이 많은 사람이에요.
제가 좋은 사람으로 보였다면, 언니가 진심으로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지나친 사람들 중, 나와의 만남이 좋았다면 그것은 진정 상대가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의 말을 귀 기울여서 듣고 있다면 당신의 가치관과 생각이 좋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나 솔직해서, 너무나 투명해서, 상대방이 좋은만큼 행동한다.


반대로 나의 못난 모습이 두드려졌다면, 서로에게 정말 좋지 못했던 만남이었을 뿐임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내 못난 모습만 들어 보인 사람을 진심으로 미워했던 순간이 있었지만, 그런 만큼 그들이 나를 미워하는 것에 전혀 원망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더 깊은 미안함도 원망도 없이 지나간 것은 지나간 데로 흘러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도 그러하길 바란다.





*저는 바로 다음 주, 새로운 여정을 위해 떠납니다-!

과연 어떠한 곳으로 떠날까요? 그곳에선 어떠한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끝나지 않고 지속될 다음 여정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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