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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후 Sep 12. 2020

재구축

완전한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그럴싸하게 다듬어 놓는 것.



이 두가지 삶의 태도 중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나를 의심하는 버릇이 시작되었다.



정답이 없는 것은 알고있었다.

삶의 이치를 밝혀내기 위해 노력했던 철학자, 과학자들은

세상을 밝히고, 나아가게한 중역들임에 틀림없지만,

한편으로는,

무식하리만치 고집스러운 강한 자기 확신과 믿음으로

자신의 일상과 행복에 충실한 주변사람의 모습이

피부로 와닿으며 감동이 느껴질 때도 더러 있었다.



음, 나는 어느 한 편도 아니었나보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계속해서 저울질을 해왔다.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또는 

'그래 사람은 계속 변하고, 그 과정에서 나는 더 나아지고 있어'

하고 말이다.



아마 내 생각에 이 저울질이 끝나려면

의식주 생활에 밀접한 고민들이 들어차오르고

나의 삶에 비교적 반복되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

이런 저울질이 그저 환상의 이야기로만 느껴지고

가슴까지 와닿지 않게 되며

가까이에 있는 작은 행복들에 집중하게 되겠지.



음 아무튼



그렇게 계속해서 의심하는 습관, 저울질로

난 어딘가 무너지고, 지워진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의지하던 나의 강점들이 온데간데 힘을 잃은 기분도 들었고,

내가 믿던 것들을 눈비비고 다시 보니 그냥 뿌연 연기처럼 느껴진 적도 있었다.



이렇게

내가 알던 내 모습은 진짜 내 모습이었을까 하는 물음이 날 감쌌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환상에 불과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못난 생각들이 나를 괴롭히기도 했다.

이런 시간들은 대개 고통스럽고,

더러운 찌꺼기만 남는 무의미한 시간이곤 했다..



스스로 빠져든 가시밭길을 지나고..

나는 이런저런 노력들과 다짐들로

나 자신을 다시 세워가고, 그려가기 시작했다.

과격한 의심들로 무너진 나, 지워진 나는

스스로 다시 일어나는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도전했고

다양한 삶의 패턴으로 나를 실험(?)하고 판별했다.



그리고 이런 시간들도 지나버리고..

현재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알고보면 나는 무너지고, 지워진 것이 아니라

더 단단해지고, 뚜렷해진 것이라고.

그 근거는

원래 좋아하던 것들을 결국 다시 찾는 내 모습과

내가 느끼던 나의 성격들은 쉽게 어디 안간다는 사실,

그리고 새로운 활동 속에서의 새로운 목표와 나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었다.



퍼즐을 다 맞추고 나서야

퍼즐 한 조각에 담긴 그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듯이

나는 일련의 시간들과 노력들을 지나와서야

나의 고민들이 나에게 어떤 시간이었는지 느낄 수 있다.

단단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재구축한 시간이었고

선이 끊겨있던 나의 그림들을 수정하고, 이어주는 시간들이었다.

(실제로 그림도 이렇게 그린다..나의 성격인가보다..)



나의 결론이 결국

앞서 말한 '그럴싸하게 다듬는 것'에 불과해도 좋다.

오래전부터 나에게 있어서 진실은

'내 자신을 믿고 있는 나' 만이 있을 뿐이고,

이 진실이 나와 내 주변에 행복을 주기만을 바랄뿐이니까.



+ 이 과정에서 늘 옆에 있어준 소중한 사람들에게 너무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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