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g히다 Feb 20. 2024

아주 가끔 필요한 기능 수신자 차단

사사사 전략  수신자 차단으로 내 마음 달래기 

너, 카페에 왜 가는데?

브런치도 먹고  브런치 글도 쓰고.

집에 데스크 있잖아?

사람들 속에 있는 것 같아 좋기도 하고.

너, 많이 외롭니?

아니, 그다지.

사람들 많아서 시끄러울 텐데 글이 써지니?

시끄러움 때문인지 더 집중이 잘되는 것 같아서.

나는 네가 이해가 안 간다. 그럼, 매일 카페로 출근하니?

카페만 가는 거는 아니고.

그럼, 어디를 또 가는데?

도서관에도 가지.

자격증 준비하니?

아니.

그럼 거기까지 가서 뭐 하는데?

책 읽고, 글 쓰고. 드로잉도 하고.

너희 집에 있던 그 많은 책들은 다 읽었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늘 이해 안 가는 게 많은 이 친구는 궁금해서 전화를 한 것인지, 말 꼬투리를 잡기 위해서 전화를 한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결국 이 친구가 리드하는 일방적 질문공세 대화법으로 통화하고 나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난다. 묻고 답하기 시간도 아니고, 출연료 받는 기획방송 출연도 아닌데..

암튼 싫은 데다 좀 그렇다.

적당한 핑계를 대고 전화를 끊는다.

조용히 "넌, 아웃이야!"라며 휴대폰 통화목록을 뒤적거린다.

그다음은 뻔하다.

"수신자 차단!"

아주 드물게 사용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편한 기능이 있다니...

암튼, 당분간 만족이다.

오랜만에 전화하여 생활 안부랍시고 질문 던지고 응답하면 그 응답에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견해로 짜증이라는 선물을 안겨 주는 친구에게 성질 돋우지 않고 할 수 있는 필요한 처방이다.

그러나 내 마음이 넉넉해지는 어느 날 쯤엔 "차단 해제"를 해줄 생각이다.

내게 관심을 갖아주는 친구여서 그런 것일 텐데 최소한의 인격대우는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친구야, 미안하지만 당분간 그러자. 응.

이건 순전 나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겠지만, 내가 편해야 친구인 네게도 넉넉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주 가끔 당분간 필요한 기능 수신자 차단!

작가의 이전글 사람 관계 잘하고 싶으십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