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가격표
- 소문난 서점 -
파도가 문을
여닫는 책방이
발끝에 걸린 숨을
불러 세웁니다
책방 주인은 오랫동안
마음들이 퍼올린 말을
수집하였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손에
구멍 뚫린 가슴을 가진
파도가 묻어 나왔습니다
1948 제주도는 그 가슴을
솜으로 메운 이야기를
기억에 묻었습니다
솜의 역사를 알지 못하는
숨 사이로 쉼을 잊은
시간이 썰물로만
부서집니다
손의 뿌리는
구멍 난 가슴을
솜으로 메운 마음임을
당신의 손을 잡고서야
알았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잡는가에
따라 그 시간의 이름도
정해짐을 알았습니다
절망을 잡으면
절망의 시간
불행을 잡으면
불행의 시간
나는 절망을 잡았지만
당신은 늘 희망을 잡고
있었습니다
책방지기가 내 발끝에
메모장을 붙입니다
"놓지 못하는 삶"
구멍 난 것은
파도가 아니라
내 숨이었습니다
구멍 난 시간마다
파도가 가득입니다
발끝이 당신이 손짓하는
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파도가 문을 열어줍니다
눈으로 인사하던
책방지기가 메모장을
다시 붙여줍니다
"희망이 숨트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