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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형 Feb 29. 2024

(시) 희망 가격표

소문난 서점

  희망 가격표

- 소문난 서점 -


파도가 문을

여닫는 책방이

발끝에 걸린 숨을

불러 세웁니다


책방 주인은 오랫동안

마음들이 퍼올린 말을

수집하였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손에

구멍 뚫린 가슴을 가진

파도가 묻어 나왔습니다


1948 제주도는 그 가슴을

솜으로 메운 이야기를

기억에 묻었습니다


솜의 역사를 알지 못하는

숨 사이로 쉼을 잊은

시간이 썰물로만

부서집니다


손의 뿌리는

구멍 난 가슴을

솜으로 메운 마음임을

당신의 손을 잡고서야

알았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잡는가에

따라 그 시간의 이름도

정해짐을 알았습니다


절망을 잡으면

절망의 시간

불행을 잡으면

불행의 시간


나는 절망을 잡았지만

당신은 늘 희망을 잡고

있었습니다


책방지기가 내 발끝에

메모장을 붙입니다


"놓지 못하는 삶"


구멍 난 것은

파도가 아니라

내 숨이었습니다


구멍 난 시간마다

파도가 가득입니다


발끝이 당신이 손짓하는

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파도가 문을 열어줍니다

눈으로 인사하던

책방지기가 메모장을

다시 붙여줍니다


"희망트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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