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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형 Feb 03. 2024

(시) 부고(訃告)

반송불요

 부고(訃告)

 - 반송불요 -


눈 붉은 하늘이

조등처럼 걸린 새벽에

부고를 받았다


한 글자 한 글자마다

감당할 수 없는 상주의

한 서린 손 글씨에 시간이

방향을 잃었다


의미 무너진 지난

10년의 이야기가 부고장

안에서 마침표를 찾았다


상주 이름 앞에

무릎 꿇고 내가

나에게 쓴 반송불요의

부고를 보냈다


부고를 받은 사람들의

입들이 조등 꺼진

길 위에서 만가를 불렀다


새벽은 아직 멀었다고

새 길은 멀고 멀다고

도대체 어디로 가느냐고

생각해서 또 뭐 하느냐고

그래도 지나간다고


반송불요가 유언처럼 붙은

부고장이 입 안에 쌓였다

겨울을 지나던 비가

봄편지를 부조로 건네며

조문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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