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訃告)
- 반송불요 -
눈 붉은 하늘이
조등처럼 걸린 새벽에
부고를 받았다
한 글자 한 글자마다
감당할 수 없는 상주의
한 서린 손 글씨에 시간이
방향을 잃었다
의미가 무너진 지난
10년의 이야기가 부고장
안에서 마침표를 찾았다
상주 이름 앞에
무릎 꿇고 내가
나에게 쓴 반송불요의
부고를 보냈다
부고를 받은 사람들의
입들이 조등 꺼진
길 위에서 만가를 불렀다
새벽은 아직 멀었다고
새 길은 멀고 멀다고
도대체 어디로 가느냐고
생각해서 또 뭐 하느냐고
그래도 다 지나간다고
반송불요가 유언처럼 붙은
부고장이 입 안에 쌓였다
겨울을 지나던 비가
봄편지를 부조로 건네며
조문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