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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형 Apr 10. 2024

나무와중학교

산촌식당도 감동한

    나무와중학교

- 산촌식당도 감동한 -  

(※ 2024 년 4월  10일 버스킹 장면)


 딱 일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어제 일 같다. 수학여행. 체험학습, 해외이동수업 등 지난 20여 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 한 거리를 계산하면 아마 지구 몇 바퀴는 돌았을 것이다.


 학생들을 인솔할 때마다 그 지역의 특징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식당을 섭외했다.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께서는 멀리서 찾아온 학생들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주셨고, 또 친절히 맞이와 배웅을 해 주셨다. 감사하고 감사했다.


 일반적인 일이지만, 그 마음은 식당을 넘지 못했다. 학생과 나 또한 식당을 나오는 순간 자연스럽게 다음 일정에 더 신경을 썼다.     

 그런데 26년 만에 전혀 새로운 경험을 했다.

    

 "교장 쌤, 우리 또 산촌식당에서 먹으면 안 돼요?"

    

 체험학습 2일 차 아침 식사를 위해 예약된 식당으로 이동하는데 버스에서 한 학생이 아쉬움 가득한 마음으로 물었다. 그 마음은 분명 진심을 넘어 그리움에서 나온 것이었다.      


 “맞아요, 교장 쌤! 우리 어젯밤에 먹은 산촌식당에서 먹어요. 사장 할머니가 보고 싶어요.”


 버스 안은 순식간에 합창 공연장이 되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로 이야기했지만, 그 마음은 하나이기에 정말 천상의 화음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아이들도 잘 알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합창도 잦아들었다. 그런데 아이들 눈은 산촌식당을 향해있었다. 그것마저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이 먹성이 좋지요. 조금만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무슨 말씀을요. 우리 집에 오신 손님은 배불러서 가야지요!”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음식을 준비해 주시는 사장님이 너무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서 내가 말을 건넸는데 돌아온 답은 답이 아니라 모든 경전을 응축시켜 놓은 말씀이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나는 두 손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학생은 물론 학교를 찾아오시는 분들을 어떤 마음으로 맞이해야 하는지 큰 가르침을 주신 삶의 스승께 나는 큰 인사를 했다. 학생들이 식사하는 내내 학생들을 살피시는 할머니 사장님! 그리고 그 마음에 감사의 인사를 할 줄 아는 학생들! 아름다웠다.

     

 “학생들처럼 맛있게, 또 감사하게 먹는 손님은 처음이에요. 고마워요. 모두 건강하게 체험학습 잘 다녀가세요.”

  

 떠나는 차에까지 올라 감사 인사를 하는 사장님은 나는 분명 처음 봤다. 말씀에는 학생들에 대한 감사와 존중과 사랑이 가득했다. 학생들도 예의와 존경을 갖추어 할머니 사장님께 인사를 했다.

   

 차가 출발하고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빛이 났다. 그 빛은 분명 세상을 밝힐 빛임을 누가 말을 해주지 않아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빛을 따라 봄이 빛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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