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 (輓歌)
- 새벽을 지우다 -
또 잠이 무너졌다
잠을 짓기 위해
하루 내내 몸을 비웠다
마음이 지쳐
쓰러질 정도로
시간을 다그쳤다
마음이 고개를
못 들정도로
하루를 몰아세웠다
하지만 한번 당겨진
마음의 불씨는
어둠이 깊을수록
더 선명해졌다
뒤척일수록 잠의
잔해만 늘었다
기다림마저 차단된
속절없는 숨은
스스로 새벽을 지웠다
가슴을 치는 소리가
만가의 북소리처럼
들렸다, 그 소리 따라
또 잠이 무너졌다
빈 상여는 이미 출발했다
부복한 막걸리 병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