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원 이야기
- 디자인의 습격 -
처음에 학교 정원의 모습을 생각했을 때는 정형화된, 마치 농경지 정리 사업을 마친 네모반듯한 들판의 모습이었다. 사각의 틀에서 배운 나여서인지 그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아니 당연히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다.
한택 수목원에서 식물이 도착하기 전날 정원 담당 선생님과 새롭게 이사해 올 식물들의 번지를 정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직선 도로 옆에 가지런히 정돈된 신도시 주택을 생각했다. 그런데 그 묵은 생각은 선생님의 손짓 한 번으로 굉음을 내며 깨졌다.
"교장 선생님, 여기서 여기까지는 틀을 놓으면 좋겠습니다."(정원 전문가 선생님)
"……!" (나)
"그리고 여기는 요만큼 높이의 언덕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손으로 그으시는 선을 따라가던 내 눈이 시작과 함께 길을 잃었다. 분명 내 짐작대로라면 앞으로 쭉 가야 하는데 갑자기 꺾였다. 그 각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 선을 따라가던 눈에서 선이 사라졌다. 선을 찾기 위해 처음에는 눈이 빠르게 움직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눈을 돕기 위해 머리가 도우미가 되었다. 좌우상하! 선생님이 그리시는 선을 찾는 머리가 분주했다.
그런데 "언덕"이라는 말에 머리는 물론 몸 전체가 동작을 멈췄다.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 선생님의 손은 곡예를 하듯 움직였다.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보고 선생님께서 선 긋기를 잠시 멈추시고 물으셨다. 그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 묻어 있었다.
"교장 선생님, 괜찮으셔요?"
"……!"
평면에서 이탈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선생님만 바로 보았다. 선생님께서 재차 괜찮은지 물으셨다. 괜찮다고 눈으로 간신히 대답했다.
선생님은 호미로 직접 땅에 선을 그으셨다. 그런데 그 선 모양이 내 사각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호미가 멈춘 곳을 눈으로 속기해보니 세상 어디에도 곡선이었다. 디자인이었다.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은 내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아름다움이었다. 곡선도 아름다웠지만, 손수 만드신 언덕은 나를 입체의 세상으로 초대하였다.
디자인에 대해서 생각했다. 오로지 직선뿐이었던 내 삶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용기가 났다. 지금부터라도 나만의 선을 찾아 새로운 인생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생님께서 그려주신 선대로 분리석을 놓았다. 한 땀 한 땀 바느질 하듯 디자인을 생각하여 돌로 선을 그렸다. 틈틈이 뒤를 돌아보았다. 나를 따라오던 선이 나도 충분히 선을 디자인할 수 있다고 격려하였다.
디자인이 내 모든 것의 서술어가 되는 순간이었다.
정원을 디자인하다!
교육을 디자인하다!
내 삶을 디자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