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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형 Sep 28. 2024

나무와중학교 학교정원 이야기 8

두루미 꽃, 멀미

학교 정원 이야기

두루미 꽃, 멀미 (1)


45세대 2,475 가족이 경기도 한택 수목윈에서 이사를 왔습니다. 집단 이사를 도운 이삿짐 차량이 왔을 때를 잊지 못합니다. 45세대가 한꺼번에 이사를 왔으니 이사 차량의 행렬이 이룬 퍼레이드가 어떠했을까요!


이사 전날부터 운전기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여러 통 왔습니다.


이사가 너무 까다롭고,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가고 있다고, 지금 출발하지만 내일 아침에 되어야 도착한다고, 그전에 이주할 곳을 미리 준비해 달라고!


기사님의 목소리에서 조심스러움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마음이 더 급해졌습니다.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했지만,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삽과 호미를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함께 작업을 하는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식물이 이주할 곳을 준비했지만 마음에는 차지 않았습니다.

 

법적 준공 검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되었다고 할 때까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멸종 위기 식물 5세대, 희귀 식물 10세대, 자생 식물 30세대!"


각 세대 앞에 붙은 수식어는 내 마음을 구속하고 남았습니다. 그 구속에는 책임감과 함께 죄책감이 더해져 내 마음을 더 압박하였습니다. 멸종될 수밖에 없는 운명! 멸종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알고 사는 생명체의 마음은 어떨지 굳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최근 멸종 위기 식물 보존 학교 정원을 방문한 분들께 다음과 같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이곳은 멸종 위기 식물을 보존하 위한 공간입니다. 과연 멸종 위기에 처한 생명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나)


"……!" (방문객)


"물론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지만, 더 아픈 것은 교육다운 교육도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더 나아가 건강한 미래에 대한 꿈으로 가득 찬 건강한 학생들도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녀를 그렇게 키우려는 부모는 오래전에 다 멸종되었습니다." (나)


분위기가 일순간에 무너졌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함께 생각해야겠기에 용기를 내어 던졌습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45세대 2,475 식물 가족을 태운 이사 트럭이 도착하였습니다. 탑차를 가득 채운 세대들을 우선 순서대로 내렸습니다. 그리고 수량을 확인하였습니다.


"삼백초, 단양쑥부쟁이, 대청부처, 섬시호, 정향풀, 그리고 노루오줌, 까마귀밥나무, 매미꽃, 두루미 꽃 ……"


유독 동물과 관련된 꽃이름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정원 담당 선생님과 함께 마음을 다해 각 식물의 특성에 맞춰 미리 준비해 둔 곳에 뿌리를 풀어주었습니다. 정성의 비료도 함께 듬뿍 주었습니다.


2,745 가족을 모두 이사하는 데에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이사가 끝난 후 매일을 정원에서 살았습니다. 귀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멀리서 온 생명들이라 더 마음이 갔습니다. 정원에서의 시간은 마음의 눈을 더 열어주었습니다. 땅과 교감하려고 노력하는 식물들의 고군분투가 보였습니다.


절대 욕심을 내지 않으려는 이주 생명체와 절대 텃세를 부리지 않으려는 땅과의 교감! 식물들은 땅이 허락하지 않으면 줄기를 뻗을 생각을 접은 채 뿌리로 땅과 마음을 다해 이야기를 시도했습니다. 땅도 뿌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힘을 뺏습니다.


2주일 정도 지나자 눈갯쑥부쟁이가 제일 먼저 땅의 허락을 받아 꽃을 피웠습니다. 그 뒤를 삼백초, 부산꼬리풀, 노루오줌 등이 개화에 성공하였습니다. 땅의 허락을 받아 낸 식물들이 대견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생명들을 받아준 땅이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유독 뿌리 내림에 힘들어하는 식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두루리 꽃"이었습니다. 두루미가 분명 이사 멀미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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