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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만원 가을에

나무로 살기

by 이주형

(시) 만원 가을에

- 나무로 살기 -


가을을 포대에

담습니다


당신을 생각하는 것처럼

몇 번의 비질에도

포대의 배가 금방

부릅니다


가을은 소리부터

담깁니다, 색과 잎이

순서를 기다리고

마지막엔 모든 걸

내어 준 나무가

스스로 포대 안으로

걸어갑니다


간혹 가을을 놓지 못한

바람과 하늘과 내가

만원 포대를 비집고

들어갑니다


비질 소리가 환상곡으로

울려 퍼지는 나무 길마다

가을로 만원입니다


그 길 위에 나무가 되겠다는

출가의 마음 깊게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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