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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공장장 Oct 17. 2020

강점은 왜 고유한가? 커피를 내리다 깨달았다.


우리집 커피 담당은 접니다. 보통은 머신으로 내려 마시지요. 오늘은 사다놓은 예가체프 원두가 있기도 하고, 아내의 요청도 있어서 오랜만에 핸드드립을 했습니다.


핸드드립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강점에 대해 새롭게 배우고 정리한 내용들이 있어서 나눕니다.


몸이 기억하고 있다


오랜만에 핸드드립 도구를 꺼내놓고 잠시 멈칫했습니다.


오랜만에 내리는데 잘 될까?


하지만 이내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괜찮아, 몸이 기억하고 있으니까.


몇 년 전 겨울입니다. 저의 가장 절친을 오랜만에 만나러 진주에 다녀왔었지요. 절친은 커피를 배워서 멋지게 커피 두 잔을 내려 같이 마셨습니다. 어찌나 풍미가 좋던지요.


그래서 집에 오자 마자 나도 커피 드립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40대가 넘어가자 좀처럼 뭔가 새로운것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안드는걸 스스로 잘 알기에, 그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 최소한의 도구를 사놓고 유튜브를 보면서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초와 기본기부터 보면서 하나하나 따라해봤지요. 맹물을 주전자에 놓고 물줄기를 고르게 나오게 하는 연습, 물의 온도를 맞추는 효과적인 방법, 나선형에 따라서 움직이면서 물줄기가 달라지지 않고 속도도 일정하게 하는 연습....


매일 그렇게 연습을 했고, 당시 주 1회로 수업을 하던 곳에 가서도 그곳의 친한 동료들에게 점심시간마다 커피를 내려주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매일 연습을 해왔던 일입니다.

그러니 오랜만에 했지만, 예상대로 별 문제 없더군요.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했습니다.


'나는 커피를 내리는 과정이 뭐가 좋을까?'


커피를 내리고 난 뒤의 결과물인, 맛있는 커피를 좋아하는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무엇이 좋았고 무엇에 집중했는가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러자 한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차분함"


내가 커피를 통해 얻고 싶던 것

차분해지는 그 과정이 좋았던 것입니다.

'차분해지는'이라고 표현했는데,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내적 평화'


커피를 내리는 과정은 저에게 내적 평화를 주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내려주는 기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말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책을 보면서 마시기 위해

혼자 드립을 하는 과정 또한 즐거웠습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이었거든요.


이 내적 평화는 제 성장과정에서 필요했던 강한 욕구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제 삶의 여러 부분들이 내적 평화와 연관되어 있다는 걸 강점을 공부하면서 더 알게되었지요.


커피를 배우는건 은근히 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막상 시도하는 용기를 내지 못했는데, 그것을 넘어서게된 계기는 절친의 모습이었고 뒤이어 계속하게 되는 지속성은 내적 평화때문이었습니다. 이는 강점이 만들어지는 과정하고도 관련이 있습니다만, 오늘은 이 내용을 다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간략히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내면에 강한 동기와 신념이 있습니다. 이런 동기와 신념은 우리의 삶 전반에 지속적이고 은근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삶의 방향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좌우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이 강점과, 그리고 약점(하위테마는 약점이 아닙니다)과 관련이 있습니다.


나는 이래서 드립이 좋아/싫어

커피 얘기로 돌아와서, 그런 내적 평화를 느끼며 핸드드립을 하고 있는데, 식탁에서 아내와 큰 딸의 대화가 들립니다.


"엄마는 저거 못해. 답답해서."

"응. 나도 그럴거 같아."


네. 아내의 입장에서는 핸드드립을 위해서 물을 찬찬히 붓는 과정은 어려운 일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지금은 그 이유를 좀 더 깊이 알게 되니 이해가 됩니다.


아내는 복구, 분석 테마가 강한데, 드립의 과정은 문제해결도 아니고 미세한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활동이라서 커피 맛을 일정하게 내기 어려운 과정이거든요. 첫째는 아내랑 기질이 비슷하고, 또한 절친 테마가 강해서 엄마의 의견에 잘 동의합니다.


하지만 아내에게 커피 드립의 원리나, 물을 붓는 단계를 절차에 따라서 안내해주면 분석테마로 이해하기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만약 생계에 어려움이 닥쳐서 바리스타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복구), 매우 집중해서 일을 배울 것이라는 점을 떠올리면서 속으로 웃었습니다. (나중에 밥먹으면서 슬쩍 물어보니 "어 맞아"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마침 그때 둘째 딸이 와서 옆에서 한참 들여다보더니 한마디 했습니다.


"나는 재밌어"


둘째는 책임 테마가 강합니다. 이 아이의 입장에서 커피를 내리는 과정, 그리고 결과물을 내는 것은 '책임'을 건드리는 좋은 활동입니다. 성취와 달리 책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성이 더 높습니다.


성취는 일을 완수하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이라면, 책임은 일을 완수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거나, 타인의 부탁을 끝까지 완수함으로써 책임감있는 내 모습을 떠올리는 형태입니다.


둘째는 공감 테마도 높기 때문에, 누군가 필요한 것을 부탁할 때 매우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끝까지 완수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선생님이 내 준 숙제는 피곤해도 끝까지 하고 자려고 하거든요.


그런 둘째에게 커피 드립은 가족에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할 수도 있고, 또한 내가 그것을 완수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재미있는 일로 보였겠지요.


커피 향이 나는 참 좋아

잘 내려진 커피에 물을 타서 농도를 맞추고, 두 개의 잔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한 모금 마시면서 감탄을 더했습니다.


저는 커피 향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예가체프, 게이샤와 같이 향과 산미가 많은 원두 품종을 특히 더 좋아합니다. 후각에도 예민하고요.

발상 테마가 높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상의 특성 중의 하나는 '서로 다른 것들 사이의 연결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거든요. 이 능력은 '후각정보처리'와 매우 비슷합니다.


후각 세포에서 받아들인 냄새입자에 대한 정보를 우리 뇌는 받아들여서 그 입자와 관련이 있는 사물, 경험, 음식 등을 '떠올리는'것이 냄새를 맡는 일입니다. 생존의 입장에서 보자면 냄새를 맡는 목적은, 이것이 안전한지 아닌지, 과거의 어떤 경험과 관련이 있는지를 구분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발상테마와 후각정보처리는 비슷한 뇌 신경망을 공유하는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시절 강의를 마치고 식당으로 가는 중에 아직 언덕 하나를 넘어야 식당이 나오는 상황에서 풍겨오는 반찬냄새를 맡고는 메뉴를 맞추기도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래?'라고 하는 상황에서요.


또한 계절이 오는 것을 냄새로 느끼기도 합니다. 이렇듯 발상 테마와 후각은 비슷한 정보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강점리딩을 하면서 발상 테마가 높은 분들은 대개 후각이 민감하고 향이 좋은 것을 더 좋아하기도 하더라구요.


커피를 내려서 가지고 와서 책상에 앉았다가 옆에 쌓인 자기계발서들을 봅니다.

아!! 그런거구나. 더 깊이 깨달음이 왔습니다.


자기계발서도 각자의 강점이 드러난 것

팀 페리스의 <나는 4시간만 일한다> 책이 팀페리스의 강점으로 사업을 한 얘기라면, 스콧 애덤스의 <더 시스템>역시 그의 강점으로 보는 세계의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그릿>은 처음부터 끝까지 끈기를 가지고 완주하는 형태로 적용하면 좋을 것입니다.

다른 누군가에게 <그릿>은 포기할 때와 나아갈 때를 구분하여서, 나에게 맞는 때에 끝까지 해 나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끝까지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본질은 같지만, 그것을 흡수하여 적용하는 데에는 자기의 특성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가지 방법들 중에서는 현재까지는 스트렝스 파인더가 매우 유용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해석과 적용이 쉽지 않은 점 때문에 아직까지는 스트렝스 파인더는 개인 차원에서 적용이 많이 안되고 있습니다. 이건 강점의 특성이기도 한데, 이 주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다루어야 할 주제입니다.


누구나 나의 고유한 점을 알고 싶고 이를 활용해서 성공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들이 나오고 불티나게 팔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자기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 속에서 원리를 추출해내서 자기에게 맞게 잘 적용하는 반면, 자기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한 분들에게는 따라하다가 지치는 책이 되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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