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안다리 Nov 21. 2023

작은 꽃을 그리는 이유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다.

하얗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나면 하나의 세상이 탄생한다.

그것이 그림을 그리는 재미인 것 같다.

아무 의미 없던 백지가 나의 손에 의해서 멋진 배경으로, 예쁜 꽃으로 탄생되어진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자꾸 데이지 꽃밭을 그리게 된다.

작은 꽃망울들이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정경을 만들어 내는 그림을 그리는 게 좋다.

화려한 장미 같은 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꽃은 들판에 수두룩하게 피어 있는 데이지나 이름 모를 들꽃이다.

나는 왜 이렇게 작은 꽃들을 그리는 것을 좋아할까?


가만히 왜 그런지 생각해 보았다.

내가 작은 꽃들을 그리는 이유는

화려하지도 않고 단순한 작은 꽃일지라도 그 꽃들이 모여서 만드는 아름다움이 좋아서 이다.


어쩌다 보니 우리 가족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강남에서 살게 되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이었나?

내가 사는 곳이 어디인지 알고 보니 바로 TV에서 말하는 강남 8 학군!  

그곳이었다.

내 주변에는 잘 사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 아이들이 사는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우리가 사는 곳보다 훨씬 높았다.

그 아이들은 미국에도 벌써 다녀왔고 영어도 잘했다.

취미로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를 연주했다.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서 가보니 여러 가지 음식이 가득한 테이블 위에

처음 보는 외제 과자와 젤리들이 수두룩했다.


화려하고 잘 사는 사람들 속에서 그렇지 않았던 나는 자꾸만 움츠러들었고

스스로 초라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 화려한 사람들 틈에서 하나도 존재감이 없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

그게 바로 나 같았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가면서 나는 내 정체성을 찾았다.

난 화려하지도, 그들처럼 잘 살지도 않지만 그래도 소중한 한 사람임을.


그래서 작은 꽃을 그리는 걸 좋아하나 보다.

장미나 히비스커스처럼 크고 화려한 꽃은 아닐지라도

작은 데이지가 가득 피어 있는 꽃밭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서 이 작은 꽃들을 좋아하나 보다. 작다 못해 초라하게 보이는 이 꽃들을.

화려하지도 크게 돋보이지도 않는 나 같은 사람일지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소소한 아름다움이 모여서 장관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아니까.


작가의 이전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가능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