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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Nov 07. 2023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가능성

“아크릴화를 그려보지 않을래?”  


오랜만에 화가인 지인을 모임에서 만났다. 

그동안 취미로 수채화를 그려왔는데 아크릴화를 그려보지 않겠냐고 한다. 

예전 같으면 “어.. 아크릴? 자신 없는데, 못하는데, 잘 모르는데..”라고 반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좋아요!! 해볼게요!” 하고 반응했다. 


나이가 40이 넘어가면서 시작된 무기력증은 나를 자꾸만 땅으로 끌어당기는 듯했다. 

평소 운동도 꾸준히 하고 분주하고 바쁘게 사는 내가 

그냥 앉아있는 날이 많아지고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보다는 하지 못할 이유를 자꾸만 찾게 되었다. 


지난 몇 년간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냥 귀찮아서. 

우리 집에는 나의 작업 공간이 따로 없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모든 도구를 다 꺼내고 

또 다 정리해서 서랍에 집어넣어야 하는데 

그걸 할 만큼의 열정과 에너지가 생기지가 않았다. 

무기력감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내가 답답하지만 

그래도 그 귀찮은 일을 할 만큼이나 무기력감을 이겨낼 방법이 없었다. 

이 무기력감을 그냥 놔둬도 될까 싶어서 호르몬제 같은 약을 먹어봐야 하나 생각까지도 해 보았는데 

굳이 병원을 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것마저도 무기력해서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다가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왜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가에 대해서 나누었다. 

지금 싸우고 있는 무기력감을 돌아보고 그림을 그릴 때 내가 느꼈던 기쁨을 복기했다. 

‘맞아! 이 좋은 걸 왜 내가 계속 안 하고 있었지?’


그러고는 정말 오랜만에 수채화 도구들을 꺼내서 작은 그림을 그렸다. 

아마추어의 서투른 솜씨이지만 내가 그린 그림이 좋았다. 

그리고 이후에 모임에서 지인을 만나 아크릴화를 해보라는 도전을 받고 “YES!!” 로 답할 수 있었던 것. 


“아크릴화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요?”

“너의 가능성을 보고서 도전하는 거야. 원한다면 아크릴화 재료를 모두 다 사줄 수도 있어”


정말 감사하게도 지인의 도움으로 아크릴화를 시작하기 위한 재료를 모두 새로 구입하게 되었고 

나는 다시 그림을 그리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나를 괴롭히던 무기력감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사라졌다. 

병원에 가서 약을 먹어야 하나 생각했던 증상들이 마음의 변화로 사라진 것이 신기하고 재밌다. 


또,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가능성을 믿고 도전해 준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 도전이 나에게 새로운 활력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볼 때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봐주고 싶다.

비록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일지라도 누군가가 인정해 주는 작은 가능성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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