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되어서야 철이 든 딸의 고백
40대로 들어오면서 점점 더 내 얼굴이 엄마의 얼굴과 비슷해져 간다.
가끔 사진에 찍힌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엄마를 닮아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의 교회에 방문하러 가게 되었을 때 누구의 딸입니다라고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 얼굴은 비슷해져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언니는 아빠를 닮았고 나는 엄마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때는 엄마를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것이 싫었던 것 같다.
내 시선에서 봤을 때 엄마는 예쁘거나 도시적인 세련된 외모가 아니었다.
특히나 돌출된 입이 더 촌스럽게 보이는 듯해서 그 모든 부분을 비슷하게 닮아있는 내가 싫었다.
누가 “엄마를 많이 닮았네”라고 말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좋다고 웃어야 할지 싫은 속마음을 비추어야 할지..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서울 강남에서 살았는데 다른 집 엄마들의 부드러운 서울 말씨와 다르게
사투리 섞인 투박한 엄마의 말투가 좀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각으로 돌아본 우리 어머니는
30대 젊은 나이에 갑자기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었고
전업 주부가 갑자기 생계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어머니는 5번이나 운전면허 시험에 떨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면허를 따냈고
지금은 우리보다 운전을 훨씬 더 잘하신다.
혼자서 남자 직원들이 많은 식당 운영을 하셨고
미용을 배워서 미용실을 10년 넘게 운영하셨다.
나이가 들면서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셔서
70이 된 나이에도 혼자 운전해서 다니며 꾸준히 자기 일을 하신다.
엄마는 한 번도 술이나 놀음 등등의 유흥에 빠지신 적이 없고
그냥 조용히, 열심히, 성실하게 두 딸을 혼자서 키워낸 멋진 어머니이다.
누군가 나에게 성실하다고 얘기해 줄 때 나는 엄마를 닮아서 그렇다고 얘기한다.
이제 나는 엄마를 닮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좋다.
나의 어머니는 훌륭한 어머니이니까.
그 어머니를 닮아가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