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많이 발전했네?”
얼마 전에 화가이신 지인에게 최근에 그린 꽃 그림의 사진을 보내드렸다.
발전했다는 말에 기분이 으쓱해진다.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주제가 꽃이라서 여러 형태의 꽃을 그려 보고 있다.
비슷하게 계속 그리다 보니 이제는 제법 잘 그리는 것 같다.
그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좋은 것이 꽃이다 보니 자꾸 비슷한 느낌의 꽃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익숙하고 편한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반복하게 되는 느낌이다.
꽃이 핀 들판, 멋진 풍경화도 그려보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가 않는다.
풍경화는 산이나, 나무나, 들판의 모습 등등 표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보니
초보인 나에겐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몇 번 시도를 했다가 어려워서 망치고 또 덧칠하고 또 망하기를 여러 번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 그리고 나서 잘했다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꽃 중심의 그림을 자꾸 그리게 되는 것 같다.
익숙하고 편하니까.
캔버스 하나를 새로 꺼내놓고 나서는 잠깐 고민을 한다.
익숙한 꽃을 그릴까? 어려운 숙제 같은 풍경화를 그릴까?
익숙하고 편한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쑤욱하고 올라온다.
하지만 익숙하고 편한 것만 하다 보면은 발전이 없는 것 같아서 갈등을 하게 된다.
그냥 익숙한 것에 만족할까 아니면 힘들어도 새로운 것을 도전하면서 이겨내 볼까?
지난주에는 처음으로 그림을 배울 수 있는 스튜디오를 알아봐서 선생님에게서 레슨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그림 주제로 고른 것은 자신 없는 풍경화.
그것도 좀 많이 복잡한 것으로 정해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완성해 보았다.
평소 그려놓았던 풍경 그림도 몇 개 가져가서 뭐가 문제인지 진단을 받으며 왜 이상하고 자연스럽지 못했던 것인지 이유도 알아낼 수 있었다.
나의 실수들을 진단받고 마주하면서 부끄러웠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것 같아 선생님의 지적들이 감사하고 반가웠다.
스튜디오에서 수업이 끝나고 나오면서 오늘은 나에게 칭찬을 좀 해주어도 되겠다 싶다.
익숙하고 편한 것에 안주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겨낸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