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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Jan 16. 2024

쉼표

방콕에 일정이 있어서 일주일간 와서 머물게 되었다. 

바쁜 일정이 끝나고 시간이 남아서 숙소 앞에 있는 대학 캠퍼스로 들어가 보았다. 

처음으로 와보는 그 캠퍼스에 들어가 보니 "와!" 하고 느껴질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이다. 


캠퍼스 중앙에 있는 호수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운동을 하기 시작한다. 

태국은 워낙 덥다 보니 야외에서 운동을 하려면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가능하다. 

그래서 보통 5시 반에서 7시 정도가 가장 운동하기 좋은 시간인데 

내가 마침 그 시간에 캠퍼스 안으로 들어갔더니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호숫가 주변이 분주하다. 


땀을 내며 달리기를 하는 사람

아이와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 

호수 물고기에게 밥을 던져 주고 있는 아버지와 아이들

산책하며 재밌게 떠드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태국에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방콕에 많이 와보지 않은 이유는 

방콕 하면 시끄러움, 교통체증, 답답함이 떠올려져서 

별로 오고 싶지 않은 도시였기 때문이었는데 

이곳에서는 방콕 사람들에게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도 있구나 하는 새로운 면을 보게 해 준다.

나는 운동화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아주 천천히 호수 주변을 걸었다.


걷다가 아는 노부부를 만나서 반갑게 인사한다. 

“우린 운동하러 왔어!” 

하면서 손을 잡고 걸어가시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듣고 있는 음악을 조용히 흥얼거리면서 천천히 걸어본다. 

남들은 눈치챌지 모르지만 사실 나는 음악의 박자에 맞추어서 걷고 있다. 

흥얼거리며 걸으면서 캠퍼스 안에 있는 많은 것들을 눈에 담아본다. 

나무, 건물, 꽃, 이름 모를 열매들, 호수의 반짝거림, 떨어져 있는 낙엽들

시간이 지나면서 어스름이 내려앉고 하늘은 붉게 변해간다. 

또 다른 분위기를 이루어 낸다.


조용히 많은 것들을 눈에 담으며 걷다 보니 

내 삶의 일상들이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 시간 나는 내 삶에 쉼표를 그려 본다. 

잠시 천천히 쉬어 가면서 쉽게 놓칠 수 있는 주변 환경들을 마음에 담았다. 


한 번은 큰 기업의 행사에 통역으로 초청받아서 간 적이 있다. 

이 기업의 CEO는 혼자서 이 기업을 일으켜서 큰 회사로 만들었고 

현재 매출 1조 원대의 주요 기업이 되었다. 

그 회사가 태국에까지 진출하게 되어서 태국 직원들을 위해 하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는 회사 직원들에게 이렇게 도전했다. 


“잠자는 시간까지 아끼면서 일하세요. 

24시간도 모자라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잠든 시간에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줌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일하라고 도전했다. 

아마 그것이 그가 이런 기업을 일으킨 비결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도전에 별로 동의가 되지 않는다. 


너무 바쁘게 쉼 없이 달려가다 보면 삶에서 놓치는 것들이 많을 것 같아서다. 

다급한 마음으로 앞만 보면서 달려가다가 작지만 소중한 것을 놓칠 수 있지 않을까?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조용히 주변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쉼표를 한번 찍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우연히 발견한 소중한 쉼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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