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안다리 Feb 09. 2024

진짜 네가 좋아하는 것. 그것!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반복되는 습관이 있다.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시킬 때 내가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기보다는 

가격에 따라서 메뉴를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우동을 먹으러 갔는데 나는 튀김우동을 먹고 싶지만 가격이 좀 세다는 느낌이 들면 

그냥 일반 우동을 먹는다. 

내가 지금 정말 먹고 싶은 것은 튀김이 들어간 우동인 것을 알지만 

가격을 비교하다가 결국에는 그냥 저렴한 다른 것을 선택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어려서부터 홀로 가정을 돌보시는 어머니 때문에 용돈이 충분치 않아서 그런 습관이 생겼다 할 수 있긴 한데, 

어른이 된 지금, 사실 가격이 얼마 차이도 나지 않는 경우는 그냥 내가 원하는 메뉴를 시켜도 될 터인데 

그것이 몸에 배어버린 것인지 자꾸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선택하게 된다. 


또, 때로는 가격이 아닌 배려의 마음에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먹는다. 

내가 뭘 먹고 싶은지 표현하고 주장하는 것이 어색하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보다는 상대가 뭘 원하는지 묻고 그것에 맞춰서 먹게 된다. 


한 달 전 방콕에 방문할 일이 있어서 갔을 때 나의 방콕 일정을 돌봐 준 친구가 계속 나에게 물었다.


넌 어떤 메뉴를 좋아해? 

주스는 이런 게 좋아? 아니면 저런 거를 먹으러 갈까? 

이런 음식은 어때? 저런 걸 더 좋아하면 저기로 가도 좋아.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뭐야?


친구의 물음에 계속해서 대답하면서 처음에는 자꾸 물어봐서 귀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저하며 뭐라고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면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왜일까? 

돌아보니 정말 내가 원하는 메뉴를 선택해 본 적이 별로 없다. 

늘 가격에 맞추고, 상대를 배려하면서 메뉴를 정해 오다 보니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는 상황이 뭔가 어색하고 불편했다. 


예전보다 나를 많이 사랑해 주고 내 감정들을 읽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나의 많은 결정들은 상황과 환경에 따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정 규모에 맞추어서 메뉴를 정하는 것,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무엇을 먹을지 정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긴 하지만 

너무 그렇게 해 온 나머지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잘 캐치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 깊은 물음표를 던져 본다. 


너는 뭘 좋아하니?

너는 뭘 먹고 싶어?

진짜 네가 원하는 건 뭐야? 

진짜 네가 좋아하는 것. 그것!



작가의 이전글 쉼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