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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Feb 21. 2024

시원한 바람이 샥-하고 부는 때

태국에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은 아마도 ‘더위’가 아닌가 싶다.

2월 말인 지금 가장 더운 여름으로 온도가 치솟고 있다. 

한낮의 온도가 약 36-38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점심때 이후부터는 더위로 인해서 

정신이 몽롱하고 지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학생들의 방학은 보통 3월 중순에 시작되어 5월 중순쯤에 마무리가 된다. 


나는 보통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에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 

아이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학교에 보낸 뒤에 이것저것 내 일들을 해가다 보면 

점심때부터 벌써 좀 에너지가 달리기 시작하는데 

낮기온이 한참 올라가기 시작하는 지금은 더하다. 

더위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힘이 든다. 

모든 문을 닫고 커튼을 치고 집에서 가장 시원한 곳을 찾아서 거기에만 머물러야 한다. 

에어컨을 켜면 좋겠지만 하루 종일 또, 밤에 잘 때까지 에어컨을 돌리는 것은 

비용적으로도 건강상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낮에는 최대한 에어컨을 많이 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오후에는 더위에 지쳐서 힘없이 보낼 때가 많은 것 같다. 

이놈의 더위.. 언제쯤 적응이 되려나..


오후 6시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운동을 하거나 야외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슬슬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나도 동네 놀이터에 가서 걷고, 뛰며 운동을 시작했는데 

해가 기울기 시작하기는 했으나 덥지 않은 것은 아니다. 

후끈후끈한 공기를 마시며 운동을 이어갈 뿐.


그런데 운동을 하다 보니 해가 완전히 기울고 선선한 바람이 샥-하고 불어온다. 

그저 지나가는 바람인가 싶은데 계속 시원하게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하루 종일 흘린 땀을 씻어 주는 듯하다. 

그렇게 낮에는 쪄 죽을 듯이 덥고 힘들더니 

그래도 하루 중에 잠시 휴식 같은 시원한 바람이 부는 때가 있는 것에 감사하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너무 힘이 들어서 이 어둠의 터널이 끝나지 않을 것 같더라도 

인생 중에는 분명히 시원한 바람이 샥- 하고 불어 내 땀을 식혀주는 때가 있다. 

그때를 바라보면서 희망을 또 가져 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늘 실패하거나 늘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니까.

마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불볕더위도 시간이 지나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저녁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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