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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Jun 03. 2024

너의 존재에 감사해

“누나 한국 왔는데 연락도 안 하고! 언제 한번 만나!” 


한국에 잠시 방문하는 동안 오래전에 함께 일했던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SNS를 통해서 보았는지 한국에 왔다는 것을 알고서 연락을 해왔다. 

한국 일정이 바쁘다 보니 먼저 연락을 못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먼저 연락을 해주어서 반가웠다. 


마침 숙소도 동생이 있는 곳과 가까운 곳이다 보니 오후에 커피 타임을 가지기로 약속을 정했다. 

동생과 만나기로 정하고서 어디에서 만날까? 뭐 먹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 친구와 만날 때는 항상 장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왜냐면 동생은 지체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걸어 다니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가 어려워서 

메뉴를 정하려면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뷔페는 특히 피해야 하고 너무 사람이 많거나 시끄러운 곳도 좀 어렵다. 

말을 하려면 온 얼굴의 근육이 일그러지면서 힘겹게 말이 나오기 때문에 

보통 이 친구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런데 장소마저도 너무 시끄럽거나 번잡하다면 대화가 더 힘들어진다. 

조용하면서도 동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만한 곳으로 생각하면서 

장소와 메뉴를 선택하다 보니 적당한 곳을 골라내는 게 매번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식사 약속이 아니라 티타임 정도라서 가까운 곳에 있는 커피숍으로 정했다. 

2 시간 정도의 대화 시간을 가지면서 여러 가지 추억거리들을 나누고 

요즘 사는 얘기도 하다가 헤어지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손이 떨릴 정도로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발음이 좋지 않은 동생의 말을 알아들으려니 

온몸의 집중력을 다 쏟아부으면서 대화를 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2배의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 같다. 

중간에 잘 못 알아들어서 “어? 뭐라고?” 하면서 여러 번 다시 물어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생과의 짧은 만남의 시간으로 마음에 무언가 울림이 생긴다. 

오래전에 동생이 했던 말..


“내가 장애인이라서 나를 불쌍해하지 마. 난 나 자신을 잘 돌볼 수 있어”


20대 중반에 만났던 동생은 40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날씬하고 단단한 체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보기 좋았다. 

비록 정상의 몸은 아니지만 늘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유지했다. 

많은 월급을 주는 직장은 아니지만 꾸준히 직장도 다니면서 자신의 일을 해 나가고 있다. 

결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과 동생 가정과 함께 살면서 

도란도란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보니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놓인다. 


이 동생을 생각할 때마다 뭔가 걱정되고 마음이 많이 쓰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친구가 한 말 


“내가 장애인이라서 나를 불쌍해하지 마. 난 나 자신을 잘 돌볼 수 있어”


처럼 스스로를 잘 돌보며 살아가는 모습에 감사하며 새로운 안경으로 바라보기를 다짐한다. 


장애인이라서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으로 이 친구를 바라보지 않고 

그냥 한 사람, 한 아들, 한 조카의 삼촌, 한 사회인으로서 동생을 바라보고 싶다. 


너의 존재에 감사해..” 

집으로 오는 길에 마음속으로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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