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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주업자 Dec 13. 2022

네이버 도착보장은 매력적이지 않다

네이버 도착보장이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이유

 코로나 시대를 맞아 유통산업 전반에는 혁신이란 이름으로 배송 서비스에 대해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었다. 특히 배송 인프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잘 갖춰진 한국에서 혁신이라고 불릴만한 배송을 보여준 쿠팡의 등장과 성장은 유통에서 배송이 단순한 기능적 역할을 넘어 고객 유치 및 관리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란걸 입증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쿠팡이 선보인 유통의 구조는 우리가 모르던 것은 아니었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이를 증명하였으며, 배송 인프라가 부족한 미국이니깐 통하였던 전략이 아니었냐는 세간의 평을 뒤집고, 한국이라는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한 구조임을 입증한 쿠팡을 통해 배송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유통을 지배하는 건 시간문제나 다름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뀐 시대의 패러다임은 기존 산업과 구조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온라인 전환은 더욱더 가속화되었으며, 배송만을 위한 새로운 시장 창출은 물론 구조적 투자 및 인수합병이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플랫폼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물류서비스가 되었다.


네이버도 결국 이 같은 시대의 흐름을 따르기 위해 최근 '네이버 도착 보장'이라는 물류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쿠팡을 대항하기위한 서비스는 아니라고 했지만, 적어도 쿠팡에게 빼앗길 수 있는 점유율을 지키는 방어적인 서비스임에는 틀림이 없다. 과연 네이버는 쿠팡에 공세에 맞서 자신들의 점유율을 지키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물류서비스를 제시할 것인가? 안타깝지만 현재까지는 낙관적인 전망보단 부정적인 전망이 클 수밖에 없다.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는 마케팅 솔루션으로 판매자에게 접근한다. '네이버 도착보장' 매뉴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서비스가 판매자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도착 예정정보 제공, 도착일 보장/보상과 같은 고객 경험을 증진시키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출처 : 네이버도착보장 프로그램 소개


즉 판매에 대한 프로세스 개선 또는 비용절감 측면 보단 판매자 마케팅을 강조하는 솔루션으로서 방향을 잡았단 것이다. D2C 구조의 확대와 네이버에서 주력으로 하고 있는 브랜드 스토어의 성장, 물류서비스 기반 확대를 동시에 하고자 하는 네이버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건 도착보장이 물류서비스라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물류서비스가 충족해야 하는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네이버가 말하는 부가가치성  발생하는 것이다. 그럼 네이버 도착보장은 기본에 충실한 물류서비스인가? 아쉽지만 아니다가 결론이다.


 네이버 도착보장은 기본적으로 NFA라는 연합체계속에서 파생된 서비스이다. 즉 서비스 모델이 연계와 연결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 연합체계는 장단이 뚜렷한 모델이다. 중앙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기 위해 많은 비용 지출이 필요한 쿠팡의 모델과는 달리 많은 투자 없이도 기존 연합사들이 가지고 있는 체계를 활용해 빠르게 시장을 진출할 수 있는 것이 네이버가 선택한 연합체계의 장점이다. 흔히 큰 투자가 선행되지 않는다 해서 '에셋 라이트'라고도 불리는 모델이다. 쇼피파이, 챠이나오등과 같은 플랫폼에서 시도하였던 물류체계가 바로 이러한 연합체계이다. 그렇다면 연합체계는 성공하였나? 결론부터 말하면 연합체계는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는 완벽히 실패하였다.


출처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센터


크게 2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연합체계가 생각보다 시장 변화 대응에 적절하지 않은 모델이다. 기본적으로 물류서비스가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반드시 구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가령 새벽 배송을 예를 들어보자. 동네 슈퍼에서 새벽 배송을 시작한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배송을 할 인력과 차량이 필요하고, 새벽에 주문을 수령하고 처리할 인원과 장비들이 필요하다. 또한 새벽 배송 물품만을 보관 또는 구분할 수 있는 시설 또는 장비도 필요하다. 이처럼 물류서비스를 도입하는 건 많은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투자가 필요하다.  NFA로 적용해보면, 새벽 배송을 하려면 기존 연합군에서 새벽 배송 인프라를 위한 투자 및 구조 변화 이후에 서비스 제공을 하거나 새벽 배송이 가능한 연합사와 제휴를 맺어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과 구조속에서는 느린 속도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반면 쿠팡의 모델의 경우에는 돈이라는 대전제를 제외하고는 이 같은 구조 변화에 훨씬 더 유연하고 대응이 빠른 구조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연합체계에서는 시장이 원하는 속도만큼 서비스 적용 및 제공이 어렵고 이는 연합체계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손꼽힌다. 연합체계에서 말한 장점은 서비스를 초기에 구축할 때만 적용되는 내용인셈이다. 배송 서비스를 빠르게 다변화할 수 없다는 건 물류서비스를 통해 판매 가능한 상품수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에, 물류서비스를 통한 판매기회 확대가 아닌 축소로 이어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연합사들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로 인한 서비스 품질 저하다. 연합체계에서는 기능적으로 주체들이 분리되어 있다. 가령 물건을 보관하고 상품화하여 내보내는 창고의 역할, 건네받은 상품을 배송하는 배송의 역할 이렇게 크게 나눠져 있다. NFA 연합사들은 기본적으로 창고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업체들이다. 하지만 고객들이 느끼는 물류서비스는 배송의 역할에 좀 더 치중되어있다. 당연하게도 내가 물건을 빨리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니깐 그런 거다. 문제는 창고의 역할을 하는 업체들은 배송의 역할을 하는 업체들을 통제할 수 없을뿐더러 종속되어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즉 물류서비스 가격의 결정부터 종합적인 서비스의 품질 결정은 최종적으로는 배송업체에게 종속되는 구조인 셈이다. (가령 택배비를 인상하는 경우, 창고 업체들의 경우에도 무조건적으로 서비스 제공 비용을 올릴 수밖에 없음. 배송이 늦어지는 경우에도 전체적인 품질 저하로 시장에서는 인식하게 됨.) 12월 오픈할 때 네이버 도착 보장 제공 가능한 NFA 연합사들은 아래와 같다.

출처 : 네이버도착보장 프로그램 소개


CJ 대한통운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배송 능력이 없는 창고로서의 역할만 하는 업체다. 고객 경험 측면에서는 배송이 더 중요한데, 이것을 핸들링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또한 대한통운도 택배사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각 택배기사와 개별 계약을 통해 움직이는 구조다. 즉 위탁을 한번 더 주고 있는 구조인데, 이 부분은 파업이라던지 재난 재해 등 우발상황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쿠팡의 경우, 직고 용한 기사를 통해 배송하는 구조, 사입이라 해서 판매자의 물건을 매입한 이후 본인들의 인력과 장비를 통해 물건을 배송하는 거라 기본적인 화물운송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음.) 결국 네이버 도착보장 제공 업체 모두가 서비스 품질에 대해서 보증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배송의 역할을 보장할 수 없는 구조에서 어떻게 상품 도착을 보증할 수 있는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배송의 품질은 고객의 유입 이탈에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판매자들은 어찌 보면 불안감에 살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셈이다.


앞서 예시를 들었던 쇼피파이, 챠이나오가 결국에는 에셋 라이트 모델을 포기한 이유도  위 두 가지 이유가 중요하게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커머스 물류서비스에서 만큼은 에셋 라이트는 결국 실패한 모델임을 입증된 셈이다.


다음 글에서는 구조적인 측면이 아닌 서비스를 이용하는 판매자 관점에서 서비스가 아쉬운 점을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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