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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Jan 16. 2024

공명(共鳴)

맞울림이 그립다 

     

다양한 연으로 이어져 있는 인간관계의 복잡성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생겨난다. 그중에서도 혈연血緣은 물보다 진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따끈따끈한 이야기들을 생성한다. 가화만사성을 추구하며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싶은 욕망이 넘쳐나지만 오히려 물보다 진한 피가 남보다 못한 관계로 전락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력한 지연의 관계로 인한 이야기도 많다. 지연地緣은 정치성향과 결부되어 칼부림날정도의 매서운 갈등, 연합을 초래하기도 한다. 학연學緣은 어떤가? 만만치 않은 세력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여하튼 사람과의 다양한 인연이 너무나도 중요하여 조화로운 관계를 원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마태복음 12.46-50     


예수님이 군중에게  말씀을 전할 때 밖에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아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과 이야기할고 밖에 서 계십니다. ” 이에 예수님은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며 주변의 제자들을 가리키며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라고 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혈육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어머니요 형제와 같이 친하고 귀중한 존재는 어떤 사람이냐라는 데 있다. 그 당시의 맥락을 따라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다시 말해 마음이 통하는 사람정도로 이해된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란?


바이올린의 4줄은 현을 집지 않는 개방현의 상태에서 각각 G, D, A, E 즉 솔, 레, 라, 미의 소리를 낸다. 이 G, D, A, E의 소리는 다른 줄에 특정한 위치를 손가락을 눌러 낼 수도 있다. 이렇게 손가락을 현에 눌러서 나는 G, D, A, E의 소리는 개방현(손가락을 집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소리의 현)의 같은 음의 진동을 일으킨다. 다시 말해, E 선에서 D 소리를 내면 개방현 D가 진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신기한 현상이다. 이 현상은 악기에서만 아니라 다양한 자연현상에서도 볼 수 있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끼리도 공명현상이 일어난다. 그래서 자연스레 사람도 같은 부류끼리 모이기를 즐기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서로 그것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운명 같은 만남 운운 하는 것은 그 같은 교감, 공명이 있었다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공명共鳴의 사전적 의미가 위의 내용들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공명共鳴共鳴共鳴

맞울림. 남의 생각이나 말에 공감하여 그에 따름.

발음체가 외부 음파에 자극되어 이와 동일한 진동수의 소리를 내는 현상. 


혈연도, 지연도, 학연도 또 어떤 사정에 의한 인연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서로 공명하지 않고 관계가 겉도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 그런 가운데 바이올린 현이 서로 공명하듯, 사람을 만나 이런 진동이 일어나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맞울림 그러니까 맞장구, 손뼉 치기 정도의 일이라고나 할까!? 물론 그건 흔하지는 않지만 다행히 소소하게 발견하긴 한다. 그래서 어쩌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어쩌다 사물에서, 풍광에서, 이야기 속에서, 나를 닮은 같은 진동을 만나면 반가워 가슴이 뛰게 된다.  

    

최근에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 하는 중에, 한 친구가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가 이런 말을 했다. 

“그런데 내 말이 튕겨 나가는 것 같아.” 

서로 다른 소리를 하고 있었다는 말로 들린다. 그것을 알아차린 것만 해도 대단하다.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고,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가?      

그래서 춤을 추면 장단을 맞추어 주는 진짜 협음, 진짜 공명이 그립다. 오늘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내 말에 누군가 귀를 기울여 주길. 

그보다 누군가의 말에 진심으로 내가 귀를 기울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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