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에도 노력이 필요해
나이가 들었나 보다. 자녀뻘의 사람들 그러니까 친구의 자녀, 지인의 자녀, 혹은 자녀의 친구들이 결혼을 한다. 좋은 계절이라 결혼 소식도 넘쳐난다. 나도 지나왔던 그 길을 많은 청년들이 가고 있다. 결혼은 선택이라 여전히 솔로를 지향하는 사람도 있고, 어쩔 수 없어 솔로 속에 있는 사람도 있다. 여러 가지 삶의 모습. 그래도 짝을 만나 결혼을 선택한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별 탈 없이 잘 자라, 승승장구하며, 짝도 잘 만나는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살아보면 그런 경우는 아주 힘들다. 속을 들여다보면 나름 다 힘들다. 게다 짝을 선택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마무시한 결정인가? 만나서도 그 이후의 삶을 예측할 수 없고 많은 경우 실패를 거듭하거나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럼에도 왜 결혼을 하는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결혼을 실패하고 이혼한 후 한참 후에 두 번째 결혼을 한 사람이 있다. 이 부부는 내가 본 부부 중에 가장 서로의 합이 잘 맞는 사람으로 보였다. 내 눈에는 거의 외계인 같았다.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그리고 측근에서 평가하기에 부부간의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거의 하루종일 시간을 함께 보내며,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일을 그만둘 정도로 서로에 대한 배려와 마음이 끈끈하다.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저런 사람도 있구나....
결혼의 좋지 않은 예를 많이 보아왔기에 결혼은 꼭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저런 부부라면 결혼을 권장하고 싶어 진다. 원래 그렇게 합이 잘 맞았을까? 아니면 노력하며 유지하는 것일까?
결혼 생활을 오래 해본 사람으로서 결혼에 대해 두 가지 정도를 정리할 수 있겠다. 원래 서로의 합이 맞는 게 아주 중요하고 결정적이다. 운명적이라는 말이 맞다. 그래서 이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위에서 내가 언급한 부부의 경우는 운명적인 만남에 해당한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물론 이 또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 신비의 영역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직업, 경제력, 집안, 취미, 성격 등등 우리가 결혼 전에 내거는 조건들은 부차적인 일이다. 물론 아주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이전에 서로의 마음이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니체는 결혼 조건으로 첫째,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대화란 무엇인가? 같이 밥 먹고 생활을 공유하는 정도 그 이상의 것으로 보인다. 서로 통해야 한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마음이 통하지 않은 채 사는 부부가 아주 많다는 것은 불행이다. 그게 안되면, 직업도 취미도 돈도 성격도 그 무엇도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직업, 취미, 돈, 성격이 그 대화에 기여하는 부분은 있다.
운명적인 만남은 드라마나 영화에만 나오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있다. 문제는 그런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느냐고? 나도 모른다 ! 부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운명 내 사랑'을 만나는 행운을 만나기를!!
노력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서로 마음이 맞는 '운명 내 사랑'도 현실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장미가 아니라 쓰레기와 기저귀의 문제에 부딪힌다. 달콤한 허니문의 시간을 지나면 냉혹한 현실이 기다린다. 치약을 위에서부터 짜는지 밑에서부터 짜는지, 아침식사로 빵을 먹는지 밥을 먹는지, 코를 고는지, 암막 커튼이 필요한지, 나열하려면 이 페이지가 모자랄 지경의 많은 다른 생활 습관들이 있다. 그 간격을 서로에 눈 맞추며 조절하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 노력의 부분은 전자의 운명 내 사랑의 경우가 아니라면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많은 경우에 노력하며 유지하되 결혼 생활에 생명력이 결여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의 경우는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결혼을 해보지 않고 어떻게 알 수 있겠나? 모험이기도 하다. 물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는 결혼은 무효화할 수도 있다. 그 또한 별 문제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그럼에도 고통을 감수하며 결혼을 무효화하는 것이 탁월한 선택인 경우도 많다.
여하튼, 결혼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 중요한 일들이 봄날에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들 친구의 결혼, 친구의 아들 결혼을 보며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오래 산 나도 지금은 노력하고 있다. 운명 같은 사랑도 결혼이라는 현실에서는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운명 같은 사랑 아니어도 노력하다 보면 운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결혼하는 청년들이 사랑스럽다. 그야말로 좋을 때다. 운명적인 사랑이든, 그렇지 않든, 이왕 그 길에 들어섰으니, 자신들의 여정에 기다리는 많은 일들을 함께 헤치며 성장하기를 바란다. 축하한다.
결혼도, 출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요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룬다는 소식이 반갑다.
할 수만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함께 가는 게 더 좋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