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모다 Apr 11. 2024

결혼에 대하여

운명에도 노력이 필요해 

 

나이가 들었나 보다. 자녀뻘의 사람들 그러니까 친구의 자녀, 지인의 자녀, 혹은 자녀의 친구들이 결혼을 한다. 좋은 계절이라 결혼 소식도 넘쳐난다. 나도 지나왔던 그 길을 많은 청년들이 가고 있다. 결혼은 선택이라 여전히 솔로를 지향하는 사람도 있고, 어쩔 수 없어 솔로 속에 있는 사람도 있다. 여러 가지 삶의 모습. 그래도 짝을 만나 결혼을 선택한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별 탈 없이 잘 자라, 승승장구하며, 짝도 잘 만나는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살아보면 그런 경우는 아주 힘들다. 속을 들여다보면 나름 다 힘들다. 게다 짝을 선택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마무시한 결정인가? 만나서도 그 이후의 삶을 예측할 수 없고 많은 경우 실패를 거듭하거나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럼에도 왜 결혼을 하는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결혼을 실패하고 이혼한 후 한참 후에 두 번째 결혼을 한 사람이 있다. 이 부부는 내가 본 부부 중에 가장 서로의 합이 잘 맞는 사람으로 보였다. 내 눈에는 거의 외계인 같았다.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그리고 측근에서 평가하기에 부부간의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거의 하루종일 시간을 함께 보내며,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일을 그만둘 정도로 서로에 대한 배려와 마음이 끈끈하다.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저런 사람도 있구나....   

   

결혼의 좋지 않은 예를 많이 보아왔기에 결혼은 꼭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저런 부부라면 결혼을 권장하고 싶어 진다. 원래 그렇게 합이 잘 맞았을까? 아니면 노력하며 유지하는 것일까?  

    


너는 내 운명 



결혼 생활을 오래 해본 사람으로서 결혼에 대해 두 가지 정도를 정리할 수 있겠다. 원래 서로의 합이 맞는 게 아주 중요하고 결정적이다. 운명적이라는 말이 맞다. 그래서 이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위에서 내가 언급한 부부의 경우는 운명적인 만남에 해당한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물론 이 또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 신비의 영역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직업, 경제력, 집안, 취미, 성격 등등 우리가 결혼 전에 내거는 조건들은 부차적인 일이다. 물론 아주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이전에 서로의 마음이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니체는 결혼 조건으로 첫째,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대화란 무엇인가? 같이 밥 먹고 생활을 공유하는 정도 그 이상의 것으로 보인다. 서로 통해야 한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마음이 통하지 않은 채 사는 부부가 아주 많다는 것은 불행이다. 그게 안되면, 직업도 취미도 돈도 성격도 그 무엇도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직업, 취미, 돈, 성격이 그 대화에 기여하는 부분은 있다. 


운명적인 만남은 드라마나 영화에만 나오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있다. 문제는 그런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느냐고? 나도 모른다 ! 부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운명 내 사랑'을 만나는 행운을 만나기를!! 



'운명 내 사랑'과도 노력이 필요해 

    


노력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서로 마음이 맞는 '운명 내 사랑'도 현실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장미가 아니라 쓰레기와 기저귀의 문제에 부딪힌다. 달콤한 허니문의 시간을 지나면 냉혹한 현실이 기다린다. 치약을 위에서부터 짜는지 밑에서부터 짜는지, 아침식사로 빵을 먹는지 밥을 먹는지, 코를 고는지, 암막 커튼이 필요한지, 나열하려면 이 페이지가 모자랄 지경의 많은 다른 생활 습관들이 있다. 그 간격을 서로에 눈 맞추며 조절하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 노력의 부분은 전자의 운명 내 사랑의 경우가 아니라면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많은 경우에 노력하며 유지하되 결혼 생활에 생명력이 결여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의 경우는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결혼을 해보지 않고 어떻게 알 수 있겠나? 모험이기도 하다. 물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는 결혼은 무효화할 수도 있다. 그 또한 별 문제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그럼에도 고통을 감수하며 결혼을 무효화하는 것이 탁월한 선택인 경우도 많다. 

      

여하튼, 결혼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 중요한 일들이 봄날에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들 친구의 결혼, 친구의 아들 결혼을 보며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오래 산 나도 지금은 노력하고 있다. 운명 같은 사랑도 결혼이라는 현실에서는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운명 같은 사랑 아니어도 노력하다 보면 운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결혼하는 청년들이 사랑스럽다. 그야말로 좋을 때다. 운명적인 사랑이든, 그렇지 않든, 이왕 그 길에 들어섰으니, 자신들의 여정에 기다리는 많은 일들을 함께 헤치며 성장하기를 바란다. 축하한다. 



미셀 드라크르와 작 (Michel Delacroix) 

 



결혼도, 출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요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룬다는 소식이 반갑다. 


할 수만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함께 가는 게 더 좋지 않겠나! 

작가의 이전글 I SEE YOU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