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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Apr 20. 2024

봄비

우산 쓴 신랑신부  


마냥 어린 코흘리개 아이들인 줄 알았는데 

아이들 고교졸업 후 10여 년 지나고 나니 사정이 많아 달라졌다. 

당연한 게 아닌 변화가 생겼다.      

당연한 게 아니다. 


대학졸업 후 그 어렵다는 기업에 취직까지 하는 것 

대학졸업하고 번듯한 직장 들어가진 못했으나 건강까지 한 것 

대학졸업 못했으나 고등학교 졸업하고도 별 탈 없이 지내는 것 

혹은 별 탈이 있어도 꿋꿋이 살아 있다는 것 

아주 혹은


살아 있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 


그리고 또 달리 드물게는 

졸업에 취직에 결혼에 집 장만까지 했다는 것  

이 모든 것 중에 당연하게 있겠나?   

   

그렇다. 

당연하게 아니다. 

이리될 줄 몰랐을 게다. 

원하는 대로 되는 사람도 있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원하는 것의 대부분이 되는 사람도 있고 

원하는 것의 절반만 되는 사람도 있고 

겨우 원하는 것의 약간만 되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원하지 않는 것만으로 채워지는 사람도 있고 

참 다르다. 

왜 이럴까? 


결혼식에 다녀왔다. 

좋은 날의 축하를 하면서도 

가슴 언저리에 드는 많은 생각들을 놓칠 수가 없다. 

모두 웃는 얼굴이라 사는 게 맨날 이리 축제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새로 시작하는 젊은 부부의 웃음이 

때로는 눈물로, 고뇌로 변하는 때도 있겠지? 

다 그러니까.... 


그래도 살아주렴. 

잘 살아내주렴. 

암 그래 어미아비처럼 

꿋꿋하게 살아내주렴.

사는 게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으니

그 길을 가면서 

보게 되는 새로운 세상이 있을 거야. 

          

하늘 탓인가? 

자기 탓인가? 

알 수 없지만 

좋은 일은 축하하고 

슬픈 일은 위로하고 

덤덤한 일은 덤덤해하며 

살다 보면 

오늘처럼 

사는 것이 축복임을 

알게 될 거야. 

봄비는 알고 있는지도 몰라.   



우산 쓴 신랑신부


    





오늘 아들 친구 장가가는 날 

하필 야외결혼식에 비가 내려 

새로운 풍경을 만났습니다. 

우산 쓴 신랑신부 

양가 어머니, 할머니까지 고운 한복 차려입고 

여자어른 넷이 나란히 손잡은 색다른 풍경

비에 바람까지 꽤 불어 

하객이 서 있기에 구성진 날씨였지만 

우리가 웃는 이유는 

기쁜 날이라서이지요. 

기쁜 날. 

맨날 기쁜 날일수는 없겠지만 

잘 살아내기를 기도합니다. 

반갑고 고마운 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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