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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동하는 영양사 Jan 28. 2023

세상에 나쁜 음식은 없다

많이 먹은 내가 나쁠 뿐

나는 스포츠 영양사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데일리스트렝스에서는 일 년에 한두 번 다이어트챌린지를 한다. 

6주 또는 8주 정도의 기간을 두고 회원들이 스스로 식단과 운동 일지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챌린지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영양강의를 한다. 영양의 전반적인 지식을 전달하고 무조건 제한된 칼로리와 한정된 식재료의 식단으로 식사를 하지 않도록 한다. 

챌린지 기간에는 식사를 사진으로 찍어 기록(시각적인 효과)하면서 평소 본인 식사의 문제점을 파악하게 되고, 챌린지 기간 동안 본인 식사의 문제점들을 스스로 바꾸어 보는데 목적이 있다. 


많은 회원들이 경쟁을 하게 되는 챌린지지만 굶거나 '탄수화물 안 먹기' 같은 구닥다리 방법으로 체중만 빼서는 1등을 할 수 없다. 운동기능도 떨어지지 않아야 하고, 식단도 잘 기록해야(굶으면 안 된다는 뜻)하고, 체지방과 근육량 모두를 체크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른 피트니스 센터의 before & after 같은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다. 

회원들의 단시간 눈에 보이는 외적 다이어트 효과보다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과 운동을 잘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드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하되 일상생활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다이어트가 끝나더라도 지속가능한 방법의 경험치를 제공한다.

다이어트 식단이라고 닭가슴살, 고구마, 샐러드, 현미밥 공식이 아니라 내가 평생 먹을 수 있는 쌀밥, 국, 나물, 불고기, 김치를 먹으며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닭고야가 아닌 일반식을 먹고 다이어트를 한다고?
시간은 걸리지만 된다고!





이제 데일리스트렝스에는 다이어트를 하는 회원들이 많지 않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여성보다 어떻게 하면 스쾃을 잘할지, 데드리프트를 잘할지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뛰고, 잘 움직일지 생각하는 여성들이 늘어났다(물론 남성회원들도 마찬가지). 

운동목적을 스스로 정하고 체력관리를 하며, 식사도 조절할 줄 아는 바람직한 운동인이 많아졌다.

스포츠영양사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줄어들긴 했지만 분명 좋은 현상이다.





다이어트만을 위해 운동을 하기보다 나의 체력향상과 좋은 생활습관을 위해 운동을 하다 보니 내 몸의 구성이 서서히 바뀌게 되는 결과를 경험해 보길 바란다.



















고 단백, 저 칼로리, 저 탄수화물, 저 지방, 무 설탕, 무 염, 물 3리터 마시기




전족으로 인해 뒤틀린 발 사진은 차마 공유하기가 힘들었다.


중국의 전족을 알고 있는가?

여성의 발을 어릴 때부터 인위적으로 묶어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중국의 풍속이다. 중국 미인의 조건인 작은 발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고 단백, 저 칼로리, 저 탄수화물, 저 지방, 무 설탕, 무 염, 하루 물 3리터 마시기"는 누가 만들어 낸 현대판 식사 전족인가??

외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몸과 정신의 건강을 망가뜨리는 다이어트가 전족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우리는 모두가 다른 존재다.
 

생활방식이 다르고, 직업이 다르고, 활동량이 다르고, 환경도 다르다. 

중량운동을 하거나 근육량을 늘려야 하는 피트니스 선수에게 필요한 단백질양과 운동을 하지 않고 활동량도 많지 않은 사람에게 필요한 단백질양은 다르다. 운동을 하지 않거나, 가벼운 유산소 운동만 하는 일반사람에게는 체중의 1.2배 이상의 단백질은 필요이상이다. 그런데도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하는 것처럼 제품을 판다(물론 모든 연령, 성별 구분 없이 단백질은 중요하다. 문제는 필요이상의 섭취는 단백질도 결국 지방이 될 뿐이다). 

단백질은 적정량을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 식품을 식사로 골고루 잘 먹으면 된다.

'고 단백'이란 문구에 혹 해서 지갑을 열지 마시라!




지방은 공공의 적?

그래서 저지방 제품이 난무하는가? 지방이 한 낱 쓸모없는 존재라면 우리 몸은 왜 남는 에너지를 지방으로 전환해서 저장하려고 하는가? 지방은 진짜 쓸모없어서 갖다 버려야 하는 것인가?

지방으로 호르몬을 만들고, 지방으로 그 많은 세포의 막을 이루고, 무엇보다 수분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저장이 용이하며 간이나 근육에만 저장하는 포도당과 달리, 우리 몸 곳곳에 한도 없는 저장이 가능하다(한도 없는 VVIP카드라고나 할까...). 그래서 포도당 우선 에너지체계의 우리 몸에 포도당이 딸리면(혈당이 떨어지거나 저장된 글리코겐이 적어지면) 한도 없이 저장된 지방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도 필요이상으로 많이 먹으면 지방으로 저장된다는 불편한 진실, 지방을 많이 먹어서 체지방이 많다고 생각한다면 오해!!

결국 내가 많이 먹어서 문제였던 것이다. 




"설탕은 당뇨병을 유발하고 뱃살을 찌게 하니까 설탕을 적게 넣어야 제품이 잘 팔릴 거야" 그런데 맛은??

"그럼 칼로리도 없고 단맛은 있는 대체감미료를 쓰면 되지!"(지난 '다이어트의 배신'글에도 대체감미료의 문제점을 썼다)

결국 다이어트를 위해 마셨던 제로콜라가 장기적으로 다이어트가 안 되는 몸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콜라는 제로콜라 마시면서 각종 소스와 빵과 디저트, 간식에 있는 설탕을 평생 안 먹고살 수 있나?




나트륨을 줄여라?

우리 몸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재흡수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게 몇 가지 있다. 그중에 하나가 나트륨이다. 심각한 질병을 가지고 있어 전문가의 권고가 있지 않은 이상 그 누구도 저염식을 할 필요도 없고, 무염식을 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살아가려면 반드시 나트륨이 필요하다. 

무염식은 나를 한 인간으로서 존중한다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루 물 3리터 마시기?

인플루언서들이 커다란 물통을 들고 다니며 캠페인처럼 해시태그를 다는 걸 본 적 있다. 

"오늘도 물 3리터 마시기 성공했어요"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너는 3리터 마셔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

내 몸이 믹스커피 타듯이 필요한 물의 양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더운 환경에서 장시간 일을 하는 사람, 운동을 많이 해서 땀을 많이 흘리는 선수들, 신진대사가 빨라서 소변양이 많은 사람, 체성분이 지방보다 근육량이 많은 사람 등등 활동량과 생활환경, 체성분 등등에 따라 필요한 수분섭취량도 다를 수밖에 없다. 

내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그저 물을 많이 마시는 게 몸에 좋다고 인플루언서 따라 3리터 마시다가 '저나트륨혈증'으로 건강이 악화될 수도 있다. 물을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마시면 우리 몸엔 나트륨(소금)이 일정농도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체액에 수분이 많아지면 나트륨 농도가 떨어져서 저나트륨혈증으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을 얼마만큼 먹어야 하나?

내 몸이 필요한 수분양에 따라 몸이 보내는 다양한 신호가 있다. 

첫 번째는 갈증이다. 내 몸의 수분양이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물을 먹으라고 '갈증'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갈증을 느꼈을 땐 이미 내 몸의 수분양이 떨어졌다는 것이므로 갈증을 느끼지 않을 때 미리 물을 200-300미리 정도를 자주 섭취해 주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소변의 양과 빈도, 색깔이다. 소변양이 적거나, 색이 짙다면 내가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는 신호다.


스포츠 영양사로서 운동을 하기 전 각종 부스터 제품이나 고 카페인 음료보다 기능적으로 더 강력하면서 안전한 부스터를 권한다면? 바로 물이다. 부스터 중에 가장 저렴하고 안전하며, 구하기 쉽고, 내가 마시려고 시도만 하면 된다. 

운동하기 30분에서 1시간 전, 한꺼번에 들이키지 말고 조금씩 자주 생수를 마시고, 운동직전 화장실을 다녀온 후 운동을 해보시라. '고수분현상'(초과수분이라고도 함)으로 운동으로 인한 수분손실을 예방하고 체액의 순환이 잘 되어서 컨디션도 매우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물에 뭐 타먹지 마시라.(예를 들어 아르기닌, BCAA 등등..) 

그냥 물이면 충분하다. 진짜다!

(단, 2시간 이상의 고강도장시간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운동 중 물과 함께 당과 전해질 보충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취미로 운동하는 일반인이라면 물이면 충분하다.)




*수분과 보충제 부분은 다음에 하나의 주제로 글을 추가로 쓸 예정이다.










세상에 나쁜 음식은 없다. 
나쁜 식습관만 있을 뿐,


개가 나빠서가 아니라 나빠지게 만드는 원인과 환경이 존재한다










우리는 다양한 음식을 먹으며 살아간다. 

건강에 좋다고 챙겨 먹는 다양한 건강즙, 각종 주스, 꿀, 효소를 가장한 설탕절임(매실액기스, 도라지액기스 등등)도 결국엔 식이섬유가 거의 없어 과당과 포도당 형태의 단당류를 비싸게도 챙겨 먹는 경우다(회원들의 식단기록에서 이런 경우의 당류 섭취가 많았다. 본인도 모르게 단당류를 섭취하게 되는 예이다).



과일은 살 안 쪄!?

과일은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끼니때마다 챙겨 먹거나, 아침식사 대용으로 과일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또 식사 후에 과일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저녁 식 후에 과일을 디저트로 먹는 습관은 가득 채운 물 잔에 넘쳐흐르는 물과 같다

식사를 만족스럽게 잘했다면 식 후 디저트는 필요 없다. 그냥 습관처럼 먹고 싶은 내 욕구일 뿐,

과일에 많은 과당은 포도당과 달리 체내에서 에너지로 거의 이용되지 못한다. 식후에 충분한 양의 포도당을 섭취했는데 거기에 과당까지 많이 먹는다면 그 과당의 최후는 지방이다. 

과일은 아침에 혈당이 떨어지고 아침 입맛이 없을 때 사과 반쪽이나 좋아하는 과일을 다른 식사와 곁들여 먹으면 좋다. 이렇게 먹은 과일은 식이섬유가 혈당을 급격히 올려주는 것을 방지해 주고, 비타민 무기질 공급도 되며, 식감과 향이 좋아서 식사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하지만 식사대용으로 과일을 먹게 되면 많은 양을 먹게 되기도 하고, 다른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을 섭취할 기회를 뺏기도 한다. 

결국 아무리 몸에 좋은 식품이라도 한 가지를 많이 먹는 것보다는 적은 양이라도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게 영양 밸런스 면에서 좋다.



그렇다면 반대로, 몸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술이나 빵, 패스트푸드, 치킨, 피자 등은 어떨까?

다이어트 기간에는 물론 이런 것들을 적게 먹으면 좋다. 

체지방을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칼로리는 중요한 요소이고, 이런 식사는 대부분 칼로리가 높으니까!

앞서 얘기했지만 세상에 나쁜 음식은 없다. 

다만, 과식하고 폭식하는 식습관, 과음, 불규칙한 식습관, 영양 불균형, 수분섭취 부족이 더욱 문제다.

술을 마시되 본인이 좋아하는 종류의 술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족스러운 분위기에서 몇 잔 정도 마시는 것, 좋아하는 빵을 주말 아침에 여유롭게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 것, 가족이나 친구와 치킨 먹으며 대화하는 것은 노잼인생에서 살아가는 원동력이 아닌가? 소소한 행복을 누릴 권리를 평생 유지하지도 못할 다이어트와 맞바꾸지 말았으면 한다. 

하지만 기분 나쁠 정도로 과식하거나 다음날 일상생활이 지장이 있을 정도의 과음과 폭식이 인생을 즐겁게 만들지는 못하므로 진짜 내 인생에서 만족할 만한 식사방향을 잡아보길 바란다.

음식을 먹는 행위를 단순히 '배부름'이라는 양적인 만족이나 '맛'만 쫓지 말고,

식사를 편안하게 먹었는지, 음식의 식감과 냄새, 맛은 만족스러웠는지, 먹고 나서 소화가 잘되고 더부룩하지는 않은지의 다양한 감각의 만족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평생 술을 끊고, 평생 빵을 끊을 게 아니라면 적당히 조절하고 달래는 과정에서 내 식욕과 내가 진짜 만족하는 양을 알아가야 한다.




"식욕은 과하게 통제하면 집을 뛰쳐나가는 사춘기 아이와 같다"
그렇다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만 끌려다니면 미성숙한 어른으로 자라게 된다.
컨트롤할 수 있는 주체는 언제나 '나' 자신이어야 한다.












내가 먹은 식사가 칼로리가 얼만지, 탄수화물 몇 그램, 단백질 몇 그램, 지방 몇 그램... 이러한 수치에 얽매이다 보면 어쩐지 내가 실험실에서 키워지는 쥐 같은 느낌이 든다. 

영양사로서 회원들의 식사의 칼로리나 단백질, 탄수화물 양은 정확하게 계산되어야 하는 직업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몫이다. 


우리는 평생 먹어야 하고, '먹이'가 아닌 '식사'로서 늘 감사하게, 만족스럽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

목표에 따라 체지방을 줄이기 위해 식사조절을 할 수도 있지만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장기간 본인의 상태를 지켜보며 조절해야 한다. 

내 몸이 보내는 정교한 신호들을 무시하지 말고, 귀 기울여 주기를!

내가 감사히 먹은 식사는 나를 더 강하게, 더 잘 뛰게, 더 활력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바디프로필 보다 건강프로필을 지향하자!!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는 건강한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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