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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 Mar 30. 2024

당신의 창조자는 안녕하십니까

아주 빈번히 그리고 아주 극적으로 실패하는 우리들 중 한 명입니다

창조자는 기질, 개성, 자세가 확연히 다르다. 창조자는 현재의 작업, 현재의 기준, 현재의 문제, 현재의 답에 끝없이 불만을 느낀다. 창조자는 낯선 방향으로 치고 나가고, 자신이 무리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사실을 즐긴다. 이례적인 일이 발생하면 (낯선 화음, 예상치 못한 실험 결과 등) 창조자는 뜻밖의 현상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그 원인을 이해하기를 원하고, 그것이 사소한 실수인지 일회성 요행인지 혹은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인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는 끈질기고 강인하다. 수많은 유명한 창조자들이 학교를 싫어하거나 중도에 그만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남의 장담에 춤추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한편 권위자들도 그들의 독특한 춤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겪지만, 창조자들은 특별히 대범하고 야심만만하기 때문에 아주 빈번히 그리고 아주 극적으로 실패한다. 자신을 일으켜 세워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사람만이 창의적인 업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해당 분야에서 업적을 인정받을 때에도 전형적인 창조자는 월계관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또 다른 새로운 흔적을 남길 기회를 얻기 위해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무도 시험하지 않은 새 길을 따라 계속 전진한다. 창조적 활동에는 번민 이상의 고통이 따르지만, 신선한 통찰, 극적인 성공, 진정한 발명에 수반되는 "몰입"에는 중독성이 있다.


- <하워드 가드너 심리학 총서: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에서 발췌





저 글을 읽고 "어? 내 얘긴데?" 싶은 분들 있으시나요?


현재의 작업, 기준, 문제, 답에 끝없이 불만을 느끼시고, 낯선 방향으로 치고 나가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고, 새로운 관점과 통찰을 볼 때마다 도파민이 터지는 것 같고, 규율과 형식이 진절머리가 나고, 그래서 그 누구보다 실패를 자주 겪으신 분들이 계신가요?


저는 하워드 가드너의 책의 해당 내용을 읽으면서 매우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실패를 계속 겪는 것 같았거든요. 왜 남들은 잘 견디고 수용하는 상황이 나만 진절머리가 나도록 싫고, 버티질 못하겠고, 어려운지... 사실 조금 움츠러든 상황이었어요. 내가 이것밖에 못하는 인간인가? 왜 이렇게 힘들지? 고민은 많고 상황은 답답한데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는 느낌. 어렵더라고요.


어느 날 유튜브를 보다가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교육학자인 하워드 가드너가 제 알고리즘에 뜨더라고요. EBS의 위대한 상상에서 다중지능이론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링크) 그 영상을 흥미롭게 봤던 저는, 하워드 가드너의 책들을 읽게 되었고 그의 이론과 얘기들에 매료되었답니다.


책에서 가드너는 미래를 준비하는 5가지 마음 중 하나로 창조하는 마음(creating mind)를 제시하며, 창조자의 특징을 추가적으로 설명하더라고요. 극적으로 실패하는 게 당연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또 일으키고 또 일으키고 또 일으키는 사람들.


솔직히 저는 제가 창의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음 속에 불같은 열정은 있지만, 정말 창의적인지는.. 글쎄요. 어릴 때 진행하는 창의력 테스트 등을 보면 흠 별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없었는걸요.


하지만 가드너의 저 글이 공감이 되었고, 실패하는 게 당연한 것이고, 그럼에도 본인을 다시 추스려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결국에는 창의적인 업적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 꽤 위안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위안이 된 것처럼, 당신이 아주 빈번히 그리고 아주 극적으로 실패하는 우리들 중 한 명이라면, 해당 글이 당신에게도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 참고로 하워드 가드너는 꽤 거물이랍니다 (가드너 교수님의 글에 신뢰가 조금 생길까요?)


창조적인 당신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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