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은 마릴라 아주머니와 함께 마차를 타고 스펜서 부인 댁으로 출발한다. 그곳이 세상의 끝일 것 같지만 앤은 즐겁게 가기로 결심한다. 마릴라 아주머니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앤에게 너무 애쓰지 말고 ‘너’의 이야기를 해보라고 한다. 앤은 자신의 이야기는 재미없으니 만약 아주머니가 허락한다면 상상 속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말한다.
“No, I don’t want any of your imaginings. Just you stick to bald facts. Begin at the beginning."
매튜 아저씨였다면 흔쾌히 허락했겠지만 마릴라 아주머니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녀는 앤에게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이야기를 처음부터 들려주길 원했다.
차의 시작
차의 기원은 중국의 삼황오제(三皇五帝)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소의 머리(또는 소의 뿔)를 갖고 있는 신농(神農) 황제가 그 주인공이다. 신농은 기원전 2723년에 차나무를 발견했다. 그는 매일 70여 종 이상의 초목을 직접 먹어서 효능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연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독초에 중독된 신농이 차나무의 잎을 먹고 해독하여 그때부터 차나무의 이로움이 세상에 알려졌다고 한다.
신농 황제
차는 점차 중국인의 삶의 중심부로 진출한다. 당(唐) 대에 이르면 중국의 남북 문화가 광범위하게 융합되어 차 마시는 풍습이 전국에 보급되고 보편화된다. 뿐만 아니라 당과 교류하던 인접국에도 차문화가 전파된다. 동양에서 나뭇잎으로 만든 뜨거운 음료가 ‘아름茶움’을 꽃피울 동안 서양에서는 열매로 만든 차가운 음료가 삶을 ‘연酒’했다.
간간히 여행자들의 이야기나 글로 만난 동양에 호기심을 품은 서양인들은 15세기부터 신비로움을 찾아서 바다를 ‘질舟’한다. 물론 서양이 느낀 호기심과 신비로움은 동양에서 환영할 만큼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세상의 끝, 삶의 끝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두려운 항해를 시작한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배는 유럽에서 큰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잔뜩 싣고 돌아갔다. 그중에는 ‘누구나 마시고, 언제나 마시고, 뜨겁게 마시는 것’이라고 알려진 음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차는 1610년에 네덜란드의 배를 타고 유럽에 도착한다. 동양에서 온 마른 잎사귀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고 유행을 이끌 수 있는 각국의 왕실과 상류층에 소개되었지만 쉽게 정착하지 못했다.
캐서린 공주
유럽 국가들 중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한 곳이 영국이다. 영국에서의 유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차는 상선이 아니라 타국 공주의 배를 타고 왔다. 찰스 2세(Charles II, 1630~1683년)와 결혼하고자 1662년에 잉글랜드로 온 포르투갈의 공주 캐서린(Catherine of Braganza, 1638년~1705년)이 배에 싣고 온 물품 중 하나였다. 영국에서 서서히 기반을 넓혀가던 차는 캐서린 공주의 등장과 함께 날개를 단다. 이것이 영국 차문화 번영의 시작이다.
마음을 알면 ; Possible
앤은 처음부터 시작하여 초록지붕 집으로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마쳤다. 마릴라 아주머니는 앤에게 궁금한 것이 생겼다. 그 사람들이 잘해줬는지 묻고는 앤의 표정을 살핀다. 앤은 잠시 주춤하다가 그들의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말한다.
“When people mean to be good to you, you don’t mind very much when they’re not quite—always.”
잘해줬다고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고작 11살이 된 소녀는 잘해주려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고충을 이야기하며 누군가가 자신에게 잘해주려는 마음이 있으면 늘 잘해주지 못해도 괜찮다고 한다. 앤은 그들을 이해하려고 했다. 앤에게는 앤의 마음 자체가 삶의 위안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상상처럼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