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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EAful Jun 20. 2021

6. 재미와 쓸모

빨간머리 앤 홍차 인문학 6

바로 잡다 ; Put the kettle on.


마릴라 아주머니와 함께 스펜서 부인 댁에 도착한 앤의 마음을 무슨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마치 세상의 끝일 것만 같은 곳에 도착한 앤은 분명 밝고 좋은 기분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인사는 나누어야 한다.


“Good afternoon.”


어찌 되었건 찻물을 끓이기 위한 주전자는 불 위에 올려졌다. 앤이 초록지붕 집에 잘못 온 것을 두고 어른들끼리 이야기도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결론은 쉽게 났다. 앤은 뾰족한 블루엣 부인 댁에 가느니 차라리 고아원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점점 어두워지던 앤에게 한줄기 희망이 생겼다. 마릴라 아주머니는 앤을 다시 초록지붕 집으로 데리고 가서 매튜 오라버니와 그녀의 거취에 대해 상의하겠다고 했다. 다시 초록지붕 집으로 돌아가는 마차를 타고 있는 앤에게 지금은 그야말로 Good afternoon이다. 나중은 나중 일이니까.



커피 하우스


오랫동안 유럽인의 삶을 지탱해온 차가운 알코올음료에 뜨거운 카페인 음료가 더해진다. 17세기 유럽인들은 불 위에 올려둔 주전자의 물이 끓으면 기호에 따라 세 가지 음료를 만들 수 있었다. 바로 차, 커피, 초콜릿이다. 차보다 먼저 유행한 커피는 유럽 곳곳에 커피 하우스를 세웠다.


영국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1650년에 제이콥(Jacob)에 의해 옥스퍼드에 만들어졌다. 커피하우스는 남성이라면 누구나 커피 한 잔 가격(1 penny)을 지불하고 입장하여 정치, 시사, 철학, 예술, 가십거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가능한 일명 1 페니 대학(penny universities)이었다. 계급과 경제적 지위를 중요시했던 사회에 형성된 독특한 공간이었다. 커피하우스는 점차 특정 주제에 전문화된 공간이 되어 특히 금융시장과 신문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개러웨이의 커피하우스 (Wikipedia)


커피하우스는 커피 외에도 차와 초콜릿 그리고 간단한 식사를 제공했다. 1657년에 영국에서 차를 최초로 판매한 커피하우스는 토마스 개러웨이(Thomas Garraway)가 런던에 개점한 개러웨이의 커피하우스(Garraway's Coffee House)이다. 당시 차(tay) 가격은 1파운드(pound) 당 £0.80~£2.50 정도였다. £2.50는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550.00 정도라고 한다. 450g 정도의 차를 약 88만원에 판매한 셈이다. 지금도 이 가격은 상당히 비싼 값이다.


개러웨이는 귀족과 상류층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차의 효능을 홍보하는 판매 전략을 세웠다. 차를 마시면 신체와 뇌를 활성화하고, 두통을 완화하고, 기억력을 향상하고, 악몽에서 벗어나게 하는 효능 등을 강조했다. 개러웨이의 커피 하우스는 1666년과 1748년에 두 차례나 화재로 소실되어 재건했지만 1866년에 완전히 문을 닫았다. 현재는 이곳이 개러웨이의 커피하우스였음을 알리는 기념명판이 붙어있다.


비록 여성의 출입은 제한되었지만 런던 거리의 커피하우스를 통해 사람들은 점차 차와 친숙해졌다. 그리고 몇 년 후, 이제는 여성에 의해 영국의 왕실과 최상류 층에 차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영국의 여왕이 된 포르투갈의 공주 캐서린 브라간자가 차를 즐겼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차를 마셔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이제부터 차는 효능과 사교의 두 가지 쓸모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국적인 중국의 도자기를 사용해서 만드는 차와 차를 통한 사교는 재미와 쓸모를 동시에 갖고 있다.



너를 사랑하게 한다면 ; If you only get her to love you.


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마릴라는 매튜에게 오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앞으로 앤과 함께 해야 할 것 같다는 마음도 털어놓는다.


“She’s such an interesting little thing.”

“It’d be more to the point if you could say she was a useful little thing,”


매튜의 마음속에 앤이 이미 재미있는 아이로 자리 잡았지만, 마릴라의 마음은 앤이 쓸모 있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I kind of think she’s one of the sort you can do anything with if you only get her to love you.”


매튜는 마릴라에게 한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만약 앤이 ‘너를 사랑하게 한다면’ 그러니까 ‘네가 앤에게 마음을 준다면’ 앤은 스스로 너를 배울 거라고 말한다.


차를 마시는 것이 재미가 되거나 쓸모가 있거나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는 차를 만나면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누구든 차를 사랑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고 좋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을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초록지붕 집의 매튜, 마릴라, 앤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원문 : www.gutenberg.org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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