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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EAful Jun 23. 2020

검은 용의 향기로운 유혹, 오룡차

BeauTEAful Story 006

한문으로 ‘검을 오’ 자와 ‘용 용’ 자를 쓰는 오룡차(烏龍茶/乌龙茶)는 현지에서 우롱차라고 발음하며 영어로는 Oolong Tea라고 쓴다. 이 검은 용의 차가 지닌 향기는 누구라도 유혹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마치 넓게 펼쳐진 푸른 들판에서 셀 수 없이 다양한 꽃들이 춤을 추는 듯한 인상을 갖게 한다.



천하의 절반, 대홍포 大红袍

대홍포 모수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검은 용이 구불거리는 모양을 하고 있는 대홍포는 무이암차(武夷岩茶)의 한 종류이다. 1999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복건성(福建省)의 무이산(武夷山)에서 생산되는 차를 통칭하여 무이차(武夷茶)라고 하고, 오룡차류를 무이암차라고 한다. 무이암차 독특한 풍미를 암골화향(岩骨花香)이라고 하며, 암운(岩韻)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한다. 무이산의 천심암(天心岩) 구룡과(九龙窠) 바위 절벽 위에서 자생하는 대홍포 모수(母樹)는 국가 1급 보호를 받고 있는 품종이다. 이 차나무는 사람의 병을 고친 공덕으로 크고 붉은 두루마기를 하사 받았다. 황후의 병을 고쳤다고도 하고, 과거를 보러 가는 서생의 병을 고쳤다고도 한다. 누구의 병이든 사람의 병을 고친 공덕으로 지금까지 홍복(洪福)을 누리고 있다.

미국의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이 핑퐁 외교차 중국을 방문했을 때 모택동(毛澤東) 주석이 대홍포 200g을 선물했다. 닉슨

 차 200g이 담긴 선물이 조금 의외였나 보다. 주은래(周恩來) 총리에게 모택동 주석이 인색하다는 뜻을 표했다고 한다. 주은래 총리는 닉슨 대통령에게 ‘당신에게 천하의 절반을 준 것’이라고 답했다. 대홍포 모수에서 딴 찻잎으로 만들 수 있는 차의 양은 1년에 겨우 400g 정도인데, 그중에 200g을 선물한 것이니 가히 천하의 절반이라고 할 만하다.



단단하고 부드러움, 철관음 鐵觀音(铁观音)

철관음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검푸른 찻잎이 마치 잠자리 눈처럼 동글동글 말려있는 철관음은 차의 이름이자 차나무 품종의 이름이며 민남오룡차(閩南烏龍茶)의 대표 격이다. 차를 마신 청의 건륭제(乾隆帝)가 1741년에 ‘차의 무게감은 철과 같고, 향과 맛의 아름다움은 관음과 같다’ 고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복건성 남부지역인 천주시 안계현의 서평진(泉州市 安溪县 西坪镇)에서 시작되어 안계철관음이라고 한다. 무이암차의 암운과 비교되는 음운(音韵)을 갖고 있으며, 일곱 번을 우려도 향이 그대로 유지된다 하여 칠포유여향(七泡有余香)이라 한다.

철관음은 청향(淸香)과 농향(浓香)으로 나뉘는데, 2005년 1월 1일부터 「中华人民共和国国家标准․原产地域产品-安溪铁观音(중화인민공화국국가표준․원산지역산품-안계철관음)」에 근거하여 구분하고 있다. 진향(陈香) 또는 진년(陈年)철관음은 저장 기간이 오래된 것을 말한다. 농가에서는 철관음을 장기간 보관하며 ‘三年是药, 五年是金, 十年是宝(삼년시약, 오년시금, 십년시보)’ 즉, 3년은 약, 5년은 금, 10년은 보배라 한다. 단순히 밀봉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재건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백 여 가지의 향, 봉황단총 鳳凰單叢(凤凰单丛)


온갖 꽃의 향기로움과 꿀의 달콤함 그리고 나무의 묵직함 등 세상의 향을 다 품고 있는 듯한 봉황단총은 광동성(廣東省) 조주시(潮州市) 봉황산(鳳凰山) 지역에서 생산된다. 남송 말기에 원나라 군대에 쫓기던 어린 황제가 마침 오동산을 지나다가 차를 마시고 극찬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후 그 차를 송차(宋茶)라고 불렀으며 후에 송종(宋种)이 되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차나무인 송종1호(宋种1號)는 해발 1150m에서 자라는데 1987년에 어느 정신 이상자에게 벌채를 당해 생산량이 급감했다가 차농의 지속적인 보살핌으로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봉황산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단총(單叢)은 하나의 나무에서만 채취한 찻잎으로 만든 것이라는 뜻이다. 차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단주채엽(单株采摘), 단주제다(单株制茶), 단주판매(单株销售) 방법은 청 동치․광서 연간(同治․光绪年间, 1875-1908년)에 시작되었다. 현재 향기별로 나무를 구분하여 재배하고 있으며, 백 여 가지 이상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봄에 생산한 차를 춘차(春茶), 여름에 생산한 것을 하차(夏茶) 또는 이춘차(二春茶), 가을은 추차(秋茶), 겨울은 동차(冬茶) 또는 설편차(雪片茶)라고 한다. 제품명이 봉황단총 밀란향 설편이라면 겨울에 생산된 밀란향을 지닌 봉황단총차라는 뜻이다.



상처 입은 찻잎의 아름다움, 동방미인 東方美人(东方美人)

소록엽선에 피해를 입은 찻잎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야외 활동하기 좋은 5~6월이 되면 차밭에 벌레가 나타난다. 찻잎의 수액의 빨아먹고 사는 이 벌레의 이름은 소록엽선(小绿叶蝉)이며 초록애매미충으로 알려져 있다. 벌레에게 상처를 입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구부러지거나 붉게 변한 싹 또는 어린 찻잎으로 만든 차가 동방미인이다. 영국의 여왕이 이 차를 마시고 Oriental Beauty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대부분의 오룡차는 1아3엽의 자란 잎으로 만들지만 동방미인은 1아2엽의 어린잎으로 만든다. 완성된 차에서 싹의 하얀 털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백호오룡(白毫烏龍)이라고 부른다. 대만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오룡차이지만 소록엽선이 대만에서만 서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동방미인의 또 다른 이름은 팽풍차(膨風茶)이다. 아름다움과는 제법 거리가 느껴지지만 흥미로운 이름이다. 벌레에 피해를 입은 찻잎을 두고 고심하던 차농은 차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찻잎에 생긴 상처 덕분에 생긴 독특한 풍미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시장에서 높은 값에 거래되었다. 그야말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이다. 차농은 기쁜 마음에 마을 사람들에게 자랑했지만 축하는커녕 오히려 허풍 떨지 말라는 핀잔을 들어 팽풍차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비록 상처 입은 찻잎이지만 마치 홍차의 샴페인이라 부르는 다르질링(darjeeling)과 같은 향미를 느끼게 해주는 동방미인이 가진 아름다움은 결코 허풍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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