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묵묵 Nov 28. 2020

어느 나라가 좋았더라?

출장과 여행으로 다녀본 나라 중에서

바쁜 일 없이 심심한 오늘, 그 동안 제가 다녀본 나라들을 세어보았습니다. 업무 출장과 휴가 여행을 합하여 총 25개 국, 39개 도시를 75차례 방문했더군요. 꽤 많죠? 여행을 다녔을 때야 방문하는 도시의 명소를 꼼히 스치느라 노력했었고, 출장길에서도 어떻게 든 틈을 내어 방문한 곳의 풍광이나 이색적인 특징들을 눈에 담으려고 애썼습니다. 물론 빡빡한 일정으로 공항과 호텔과 사무실 밖에는 거치지 못할 때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 나라들 중 가장 살고 싶었던 곳은 스위스였습니다. 아내와 둘이 일주일 정도 여행을 했었는데 깨끗함과 안전함 그리고 사람들의 여유 있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외계의 풍광 같은 높은 산들은 멍하니 앉아 몇 시간 보고만 있어도 좋았고,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나왔던 나무집들과 풀밭이 있는 동네 주변 산들도 제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여기저기 펼쳐진 호수들의 맑은 물은 호숫가 벤치에 널부러져 몸도 마음도 쉬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대충 교통이나 편의시설 같은 인프라들도 훌륭했고, 사람들도 매우 친절했습니다. 다만, 물가가 너무 비싸고 음식이 맛이 없다는 단점에 실제로 살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또 한 번 휴가로 가고 싶은 곳은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섬입니다. 여기는 딸내미와 둘이 갔었네요. 인도양의 옥색 바닷가에서 그늘막 밑 침상에 반쯤 누워 시원한 맥주를 마시다, 해가 지면 발이 빠지지 않는 단단하고 새하얀 해변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던 추억이 도저히 잊혀지지 않습니다. 다양한 해양 스포츠도 근처에서 바로 즐길 수 있고, 해산물도 맛있고 가성비도 괜찮습니다. 크지 않은 섬에서 자연 공원과 시장, 농장, 옛 이슬람 거리, 노예 무역 흔적 등 즐길 거리도 충분합니다.


우리와 비교하면서 여러가지로 부러웠던 나라들도 있었습니다. 조상님들이 남겨놓은 유적지 때문에 먹고 사는 것 같은 프랑스, 모든 게 널찍 널찍하고 풍족해보였던 미국, 해가 지기 전에 상점과 회사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던 뉴질랜드, 아기자기 골목길이 많이 남았있던 영국 런던, 뒷차에 추돌을 당하고도 순박한 표정으로 별일 아니라며 웃으며 헤어지던 캄보디아가 그랬습니다.


다시 방문하고 싶지 않은 나라들도 있었습니다. 머리가 뽀개질 것 같이 추웠던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 뜨거운 공기가 폐로 들어와 걷기는 커녕 거리에서 숨쉬기조차 어려웠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였습니다. 특색 없이 건물만 올려 놓은 데다가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거리를 편히 걸을 수 없었던 필리핀의 마닐라와 교통 체증에 갖혀 하마터면 타 안에서 용변을 해결해야할 뻔 했던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도 굳이 다시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르완드는 아직 어느 편에 드는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파견으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정이 들고 깨끗함과 안전함의 장점도 있어 언젠가 다시 돌아오고 싶어지다가도 형편 없는 인프라와 위험천만하게 무질서한 운전자들을 보면 정이 떨어지기도 하니까요. 르완다가 어느 부류에 속할지는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헤어져 봐야 아쉬움을 알고, 떠나봐야 그리울 줄 아니까요.  


2020년 11월 28일

묵묵

작가의 이전글 키갈리 맛집 소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