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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 Dec 05. 2020

르완다 살면서 힘들었던 일

세상에 공짜나 완벽은 없음 

시간이 제법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적응하지 못하고 아니 영원히 적응하지 못할 것 같은 힘듬이 르완다의 삶에는 있습니다. 어차피 계속 살아가야 할 '나의 조국도 아닌데' 하면서 굳이 적응하려고 하지 않았던 스스로의 노력 부족이 원인인 부분도 조금은 있기는 할 텐데, 그걸 떠나서 제 몸과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힘든 점들이 분명히 있다고 느낍니다.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르완다의 추위입니다. 물론 아프리카에 한국의 겨울 같은 매서운 추위는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추위는, 하루 종일 지속되는 따뜻한 르완다의 날씨에 적응된 몸에 밤과 새벽에 침대 위 벗은 몸에 찾아오는 한기입니다. 해발고도가 1500미터 이상으로 높아 밤에는 기온이 낮은 데다가 집에 난방시설이 전혀 없어서 자고 일어나는 새벽에는 더 춥습니다. 더욱이 제가 사는 아파트는 방마다 그리고 거실에 큰 유리창이 있고, 그 유리창들 위에는 환기창이 있어서 밤마다 찬 공기를 집안으로 들여보내니 더 춥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몸이 무겁고 머리가 띵합니다. 아마도 낮은 새벽 기온이 제 몸을 식혀 버린데 더 해 해발이 높아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덕분에 매일 오전에는 몸 컨디션도 기분도 좋지 않습니다. 8시에 맞춰 억지로 출근하기는 하지만, 9시 전에는 누가 말 시킬 때 대답할 기운이 없을 정도로 컨디션이 꽝이 됩니다. 산소가 부족한 것은 운동할 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가쁘고, 오래 걸었다 싶으면 쉽게 지칩니다.


또 하나 힘든 것은 사람들의 몸에서 나는 냄새입니다. 잘 사는 사람들이나 외국인 회사에 다니니 그래도 상류층인 저희 회사 직원들은 그렇지 않지만, 일부 하급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썩은 내와 가까운 악취가 납니다. 주로 경비원들이나 청소부들, 테니스장 볼보이들, 노점 상인들 혹은 못 사는 동네의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물어볼 수는 없으나 아마도 자주 씻지 않아서 악취가 몸에 밴 것 같습니다.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서 서민 가정에 물이 귀하니 집에서 씻는 일이 연례행사에 가까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재수 없이 걸레질을 하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게 됐을 때는 청소부들의 악취에 숨을 들이킬 수가 없고 심한 날은 머리까지 지끈지끈 아파 옵니다. 테니스 레슨을 받을 때 보조하는 테니스장 볼보이 중 하나는 2미터 안에만 들어와도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특히 공을 주우러 열심히 뛰어다녀 땀까지 많이 난 날은 그 냄새에 현기증까지 납니다. 그래도 자기들끼리는 견딜만한 냄새인가 봅니다. 가까이 앉아서 대화도 하고, 이어폰으로 같이 음악도 들으니까요. 저는 4년 가까이나 살았지만 아무리 해도 그 냄새에는 적응이 안됩니다. 냄새가 르완다 파견 생활을 힘들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랍니다.


2020년 12월 5일

묵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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