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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 Dec 16. 2020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직원

왜 저러고 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우

살다 살다 세상에 이런 거지 깡패 같은 직원을 르완다 파견 근무 중에 만날 줄은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한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 어느 직장에나 동료들을 힘들게 하는 또라이들은 반드시 하나씩 있고, 일 대신 말썽만 몰고 다니는 고문관들은 넘치는 줄 압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도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 제대로 된 진상 또라이 고문관을 만났습니다. 더욱이 피할 방법이 없는 제 밑의 직원이라 르완다 생활의 가장 큰 스트레스 중의 하나로 지난 2년 반 저의 회사 생활을 힘들게 하고 때로는 아예 출근하기 싫게 만들었습니다. 저의 상사도 아닌 것이 말입니다.


이 놈은 장비와 자재의 통관과 업무용 차량 관리 담당입니다. 업무 특성상 원래 외근이 많기는 한데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정부의 강제 재택근무를 핑계로 사무실에 아예 나오지를 않습니다. 초기에는 전체 직원 수의 최대 30%, 상황이 많이 나아진 요즘에는 50%까지 출근할 수 있어서 대부분의 직원이 주 2 ~ 3 회 정도는 사무실로 출근을 합니다. 하지만 이 놈은 잠깐잠깐 사무실에 들리는 외에는 자기가 제출한 출근 스케줄도 무시하면서 아예 풀타임 사무실 근무는 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전화도 잘 안 받고 이메일에 답장도 제때제때 하지 않습니다. 이놈에게 급하게 연락할 일이 생기면 연락되기를 기다리느라 제 속이 터져 나갑니다.


또한 이놈은 매주, 매월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되는 자기 책임의 보고서에 대해 아주 무책임합니다. 절대로 마감시간을 지키지 않으며, 어제 혹은 지난 주가 보고서 제출 일정이었다고 독려를 해주면 그제서야 대충 쓴 무성의한 보고서를 올립니다. 매주, 매월 온갖 협박과 야단을 통해서 보고서를 받다 보면 제가 상사인지 지가 상사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정말 급하고 아쉬울 때는 제 성질 죽이고 억지로 웃으며 달래다 못해 이놈에게 사정사정해서 보고서를 받아야 하니까요.


도저히 안 되겠어서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해고하겠다고 경고를 주면 그 자리에서는 공손하게 알겠다고 대답은 잘합니다. 물론 몇 차례 경고를 받았어도 행동과 태도에 변화는 전혀 없습니다.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도 모르는 이놈을 붙들고 지적하고 경고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제 입만 아프고 그 상황이 골치 아파 오히려 제 쪽에서 그 인간을 피하고 싶어집니다. 연말에는 반드시 이놈을 해고하려고 근거를 쌓아가고는 있는데 근로자에게 유리한 르완다 노동법을 가지고 싸우는 일이라 싸워서 회사가 이길지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차량관리를 하면서 렌터카 업체와 주유소를 통해서 뒤로 돈을 빼돌리는 것 같은데 아직 꼬투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음흉한 얼굴로 자신은 정직하게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화할 때 눈을 제대로 못 마주치는 것을 보면 정직한 놈은 아니고 분명히 뒤로 뭔 짓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걸리기만 해봐라 하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미꾸라지 같이 살살 잘 피해 다니는 통에 아직 결정적인 단서를 잡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열 경찰이 도둑 하나 못 잡는다는 조상님들의 속담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는 형편이네요.


이러면 안 되지만, 요즘 이 인간을 볼 때마다 정말 그 면상에 주먹질을 하고 싶어집니다. 월급도 많이 주지 않고 매년 평가도 바닥으로 깔아주는데도 다른 회사로 옮겨가지도 않습니다. 이놈과 일 년 더 근무하다가는 아무리 마음을 비우고 부처님처럼 자비롭게 살자고 다짐해도 매번 동일한 이유로 저의 가슴을 박박 긁어대는 이놈 때문에 제가 미치든지 아니면 수명이 단축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인간을 죽이든지 아니면 파견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르완다에서 감옥 생활을 할 수는 없으니, 결국 연장 근무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전적으로 이놈 때문에 귀국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2020년 12월 16일

묵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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