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위험한지는 모르고 불쌍하다는 남 걱정만
지인 한 사람이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그 지인은 지난 토요일에 테니스 코트에 나왔다가 몸이 좋지 않다고 중간에 집으로 돌아갔었는데 검사를 받아보니 코로나 양성이었던 것입니다. 수요일에 결과를 전해 듣고 이를 어쩌나 하는 걱정에 '빨리 완쾌하시라'라고 위로하고 도와줄 거 없냐고 물었습니다. 직접 접촉 없이 식사와 생필품을 갖다 줄 방법까지 고민했었습니다. 전화를 끊고도 병원이 부실한 아프리카 땅에서 코로나에 걸렸으니 혹시 위험한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닌지 걱정을 열심히 해줬습니다. 그도 그럴 게 어차피 약은 없을 테지만 르완다 방역 당국이 구체적인 조치나 동선 파악 절차도 무시하고 그저 자택에서 격리하라는 명령만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서울에 있는 집사람과 딸내미와 통화를 하며 소식을 전하니 둘은 오히려 제 걱정을 크게 하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그 양반이 코로나에 걸린 생각만 했지, 같이 테니스를 쳤으니 혹시 저도 걸렸을 수도 있다는 것은 통화 전까지 전혀 인지하고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비록 실외이기는 했지만, 파트너로서 근처에서 같이 땀 흘리며 운동을 했으니 저도 걸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요? 둔한 게 참 한심한 노릇입니다. 가족들의 걱정을 듣자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는 게 혹시 코로나 증상이 아닌지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집사람과 딸내미의 성화에 바로 코로나 검사를 받았습니다. 아직 아무런 증상이 없고 그 양반과 접촉한 날의 정황상 감염 확률이 낮으니 저에게 별일은 없겠지요. 하지만, 머리가 빨랑빨랑 돌아가지 않는 이 둔탱이를 어찌할까 하는 걱정은 남네요. 집사람과 딸내미가 지적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코로나 검사도 받지 않았을 것이고 혹시 걸렸어도 왜 아플까 궁금해하다 죽을 판이었습니다. 다른 데는 다 둔해도 적어도 아픔에는 민감해도 되는데 그마저도 되지 않는 이 둔함이 갑갑한 순간이었습니다.
2020년 12월 12일
묵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