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눈
두어 달 전 값싼 선글라스를 장만했다. 쓰던 게 부러졌지만 사러 나가기 귀찮아 그냥 있었는데, 마침 Mother's Day가 다가오길래 아마존을 뒤져 아이들에게 링크를 보냈다. 십 불 대의 가격도 그렇고 직접 껴보지도 못한 채 고른 거라 별 기대 없이 받았는데 막상 껴보니 너무 좋았다.
싸서 그런지 shade가 별로 진하지 않고 그냥 보이는 세상이 갑자기 따뜻해졌다. 살짝 톤다운되어 하늘은 푸르고 온갖 나무는 싱싱한 연둣빛 잎으로 팔랑거린다. 선글라스를 벗고 보면 한껏 자라 진한 초록을 드러내는 무성한 여름 나무들인데, 선글라스를 끼면 막 돋아난 새순잎의 봄 나무로 변신한다. 계속 탄성을 지르며 좋아하니, 딸이 껴보고는 말한다. "웜톤이네." 그러고 보니, 사진 찍고 보정할 때 사용하는 필터 중에서 웜 필터 같은 색감이다.
매번 선글라스를 고를 때는 내게 어울리는지만 따졌는데,
이 얼떨결에 걸려든 렌즈 덕분에
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밖에서 나를 보는 시선이 아니라
내가 밖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
나는 어떤 필터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때 묻은 내 마음이 냉기로 차올라오면
선글라스를 끼고 걷자.
다시 따뜻해진 세상을 바라보며
마음에 온기를 지피자.
시니컬해지지 않기를.
차가워지지 않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무신경해지지 않기를.
#관점
#세계관
#perspective
#point_of_view
#결국_보는_것의_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