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는 어른들의 동화?
오늘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잘 알기로는 [해님 달님]으로 알고 있어요. 이 동화는 우리나라에서 너무나 유명한 전래동화입니다. 모르는 분은 안 계시겠지만, 대략적인 줄거리를 먼저 말씀드릴게요.
옛날에 어머니와 어린 남매가 살고 있었어요.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면 이 남매는 단둘이 집을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집을 나서면서 문단속을 잘하라고 이야기해요. 아무에게나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고 말을 하지요. (엄마가 떡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엄마가 떡을 파는 것으로 나옵니다만 판본에 따라서는 잔칫집에 일을 도와주고 품삯으로 떡을 받아온다는 버전도 있어요)늦은 저녁, 엄마는 떡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집으로 가기 위해 고개를 넘습니다. 그때 호랑이가 나타나요. 그리고 그 유명한 대사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광주리에 있는 떡이 다 없어질 때까지 고개마다 나타나서 떡을 다 받아먹고는 맨 마지막에는 엄마까지 잡아먹고 엄마의 옷을 입고 오누이가 사는 집으로 갑니다. 그리고 엄마 흉내를 내며 문을 열어달라고 하지요. 오누이는 그것이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꾀를 내어서 집을 탈출해 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호랑이가 이들을 잡으려고 나무 위로 따라 올라오자 소원을 빌어 튼튼한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해님 그리고 달님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호랑이도 소원을 빌어요. 그래서 동아줄이 내려오는데 이것이 썩은 동아줄이라 하늘로 올라가다가 수수밭 위로 떨어져서 수수밭이 붉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원래는 오빠가 해가 되고 누이가 달이었는데 깜깜한 밤을 무서워하는 여동생 때문에 오빠가 달이 되고 여동생이 해가 되었다고 마무리가 됩니다.
이 이야기를 나무위키에서 찾아보면 한국의 대표적인 전래 동화 중 하나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넓게 보면 원래는 이것이 한국의 해와 달의 기원 신화였던 것으로 추정하지만 차후에 격상이 되어서 민담이 되고 그것이 지금은 전래동화로 널리 퍼져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이야기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혹은 [햇님 달님]이라고 하는데 제가 어렸을 때는 “해님 달님” 이렇게 기억해요. 그래서 사이시옷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기억했었는데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표준어로는 [해님 달님] 이렇게 된다고 해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대사는 전래동화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대사가 아닌가 싶어요. 이 대사만 들으면 이 전래동화가 바로 떠오르지요.
오늘은 이 동화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호랑이가 나오죠, 그리고 남매와 함께 살던 엄마를 호랑이가 잡아먹는 것으로 나옵니다. 살인이 나오는 거예요. 게다가 이 호랑이는 엄마의 흉내를 내면서 아이들까지 잡아먹으려고 합니다. 나중에 호랑이도 결국 썩은 동아줄을 타고 높은 하늘로 올라갔다가 떨어져 죽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것이 인과응보 혹은 권선징악의 면에서는 통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것 또한 또 ‘죽음’이 연관된다는 것이 어른의 입장에서는 조금 무섭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tvN에서 하는 [뜻밖의 여정]이라는 프로그램에 윤여정 배우님께서 나오셔서 봤는데요.
3화인가를 보면, 일라이 로스라고 하는 감독님이 나와요. 그 방송에서 이 감독님은 공포 영화를 연출하시는 분이신데 본인은 팔다리가 잘리고 머리가 잘리고 이런 것들을 보면 무슨 마술쇼를 보는 것 같아서 재미있다고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가 왜 이런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하면서 본인의 엄마가 화가시고 아빠가 하버드 대학교 정신분석학 교수님이시라고 해요. 가족들과 이야기했는데 ‘자연스러운 거다’라고 이야기를 하셨대요. ‘마치 동화를 보는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이야기를 하셨다는 거예요. 아이들 동화에 잡아 먹히거나 죽거나 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이런 것들을 엄청나게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리고 본인에게는 공포 영화가 어른이 보는 동화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랬더니 윤여정 배우님께서 ‘굉장히 좋은 비유인 것 같다’라고 수긍을 해 주세요. 본인 생각에도 한국에도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고 그걸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쓸까, 아이들이 너무 무서워할 것 같은데, 근데 아이들은 너무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하신 거예요. ‘호랑이가 팔을 떼어먹고 이런 이야기 하면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는다는 협박으로 시작한다.’ ’ 이렇게 나오더라고요 그러니까 일라이 로스 감독이 ‘공포영화가 마술 트립 같다. 본인은 이것을 진짜 폭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걸 보니 어쩌면 아이들도 이 동화 속 이야기가 전라도 동화 속에 나오는 그런 죽고 잡아먹고 막 이러는 것들이 사실일 거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도 어른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너무 무서운 거예요. 공포가 있는 거예요. 어른들은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죽음에 대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하므로 공포로 다가오는데 아이들은 그렇지가 아는 거죠. 아이들은 깔깔거리면서 웃어요.
이건 어린이들의 만화 영화를 봐도 그렇거든요. [톰과 제리]라는 만화 영화를 보면 고양이 톰 그리고 생쥐인 제리가 있죠. 고양이 톰이 생쥐인 제리를 잡아먹기 위해서 매번 쫓아다녀요. 잡아먹기 위해서 제리를 먹기 위해서 쫓아다니는데 이게 생명을 위협하는 것인데도 제리는 늘 웃으면서 깔깔거리면서 웃으면서 도망을 가요. 그리고 잡아 먹혀도 다시 탈출하고 그런 것들이 나옵니다. 만약 누군가가 저를 잡아먹기 위해서 쫓아다닌다면 정말 두려워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견딜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보는데 아이들은 이것을 재미있게 보더라고요. 어른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왜 이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 달릴까 싶은데 아이들에게는 그게 그냥 일종의 놀이처럼 보이는 거예요. 또 탈출하고 괴롭히고 이런 것들이요.
또한 작은 생쥐인 제리가 고양이 톰을 굉장히 많이 괴롭히거든요. 털도 다 깎고 하늘에서 피아노가 떨어져서 톰이 깔리기도 하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자동차에 깔리고 그런데도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나기는 해요. 다치는 것만 조금 나오고, 혹은 죽어서 묻혀도 또다시 부활하는 식으로 나오거든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깔깔거리면서 웃는 그런 것들이 나쁜 걸까 생각해다가, 그냥 아이들의 시선과 어른의 시선이 같지 않다고 생각을 하면 되겠다고 결론 내렸어요.
저는 이런 것들이 너무 폭력적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이들도 이게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물론 아이들이 따라 한다거나,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똑같이 행동하거나 이럴 경우에는 물론 주의가 필요하고 어른들의 개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아이들 자신도 그런 것들을 거를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인지 능력은 있다고 생각해도 되어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요즘 정서에 너무 안 맞다, 감금에, 폭행에, 사기에 이런 각종 안 좋은 범죄를 미화시켰다’ 하면서 이거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안 되지 않느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어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이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그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걸 무조건 또 함부로 바꾸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생각했어요. 기록은 일종의 역사잖아요. 당시의 시대 상황이고 그때 당시에는 그게 맞았던 거고 그 나름의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작성이 됐었고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용인이 되어 왔던 것들이에요. 시대 상황에 맞았을 테고 문화나 상황이 녹아 있었던 기록의 결과이기 때문에 현대에 맞게 약간은 각색이나 편집 같은 것들을 할 수는 있겠는데, 이것을 일방적으로 현대에 맞게 모두 다 바꾸거나 이러면 문제가 되겠다는 것을 과거에 우리 역사를 되짚어보면 그런 것들이 되게 많잖아요. 억지로 다 바꾸고 없애고 불태우고 그래서 지금 저희가 얻는 불이익이 분명히 있을 거니까 옛날 기록인 동화도 없애거나 바꾸지 않는 대신에 현재 상황에 맞게 이야기는 해줘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읽어주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 한번 언급해주시거나 아니면 아이들하고 토론을 해봐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제가 어렸을 때는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른의 입장에 대해서 사고가 바뀌어서 똑같은 것을 봤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받아들이는 것이 바뀌었듯이 아이들도 스스로 바뀌어 가겠다고 생각하니까 그대로 놔둬도 큰 문제는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해님 달님]은 오늘 1부 그리고 다음번에 2부 이렇게 두 번으로 나눠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