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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elle SO 에스텔 Mar 09. 2022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이 책...여전히 읽어주시나요?

이야기를 먼저 들려 드리겠습니다.

어느 날 한 여자가 언니들하고 같이 비행기를 타고 먼나라로 온천여행을 갔어요. 그곳에 물이 굉장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간거였어요. 온천욕이 끝난 뒤에 보니까 자신의 옷만 사라진 거예요. 그런데 이제 비행기 시간이 거의 다 돼서 언니들은 비행시간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타고 먼저 떠났고, 그녀는 옷을 찾기 위해서 남았습니다. 근데 어떤 남자가 슬그머니 나타났어요. 도와주겠다며 자신의 집에 가자고 하는 거예요. 알몸으로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어서 그녀는 그 사람의 집으로 갔습니다. 그녀는 빨리 항공권을 구해서 집으로 돌아가야 되는데 이 남자는 그녀에게 비행기 티켓을 사줄 수 없는 사람이에요.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에 그 남자와 함께 삶을 꾸려갑니다. 

종종 그녀는 집에 가고 싶어 눈물을 흘리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이제는 남편이 된 그 남자는 그녀를 달래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서 청소하던 도중 봤더니 항공권이 그 남자의 옷장 깊숙이 숨겨져 있는 거예요. 그걸 발견했을 때 그녀의 기분은 어떨까요? 그녀는 그 남자 사이에 아이가 두 명 있었지만, 자신의 고향으로 가고 싶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어느 날 그녀가 사는 곳으로 온 거예요. 어떻게 왔는지 모르지만 이 남자를 다시 돌려보내자니, 아이들의 아빠이기도 하고 비록 그녀를 속였지만, 천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자신의 고향에서 그 남자와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가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라 어머니를 보러 자신의 집에 다시 다녀오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남자의 경우는 비자 문제 때문에 만약 떠난다면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었어요. 그래서 조심해라 조심해서 빨리 돌아오라 했는데 어머니를 보러 갔다가 못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인연은 거기서 끝맺음을 했어요.


여러분께서 이미 아시다시피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좀 바꿔본 것인데요. 오늘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렸을 적에 저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굉장히 로맨틱한 사랑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선녀가 하늘로 올라갔을 때 너무나 안타까워했었고 나무꾼이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갈 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으며, 지상에 홀로 남겨진 어머니를 보기 위해 잠시 세상에 내려갔던 나무꾼이 어머니가 주신 팥죽을 먹다가 말에서 떨어져서 지상이 남게 되었을 때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어른의 눈으로, 그리고 현대적인 시각으로 다시 한번 보도록 할게요.

선녀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나무꾼의 도움으로 나무꾼의 집에서 살게 되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남자가 선녀의 옷을 훔쳤습니다. 그리고 거짓말로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오게 했어요. 날개옷이 없기 때문에 선녀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어요. 감금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인 겁니다. 함께 지내다 둘은 결혼을하게 되고 선녀는 나무꾼의 아이를 가졌어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그의 절도나 납치, 감금 문제가 다 해결이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에 도와줬으면 모르겠는데 그 상황을 모두 다 만든 장본인이잖아요. 그리고 본인을 따라올 수밖에 없게 만들고 선녀가 너무나 슬퍼하고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해서 우는 것을 알면서도 선녀가 하늘나라로 올라갈 수 없도록 아이가 셋을 낳기 전까지는 돌려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판본에 따라 나무꾼이 선녀에게 날개옷을 돌려주는 것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정말 순수하게 선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일까요? 저는 아니라 생각을 합니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 범죄에요. 스톡홀름 증후군 같은 것들 때문에 납치가 되거나 인질이 된 상황에서 자신을 이러한 상황에 빠뜨린 사람에게 동화가 되어서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 같은 경우는 스톡홀름 증후군조차도 없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선녀는 날개옷을 찾자마자 아이들만 데리고 떠났어요. 왜 떠났을까요? 그 떠난 이유는 아주 정확합니다. 바로 이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이 선녀가 굉장히 커다란 배신감을 느끼고 나무꾼을 떠났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이 둘만 데리고 올라갔다고 봅니다.


사슴도 공범입니다. 사냥꾼에게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녀의 인생을 다 망쳐 버린 거예요. 아이가 두 명이 태어났다면 최소한 3년 이상은 걸렸을 겁니다. 그동안 그녀가 이전에 하늘에서 누렸던 그 모든 자유나 권리를 누리지도 못하고 가족들도 보지 못하고 그렇게 살았던 거예요. 그리고 정말로 선녀가 이 나무꾼을 사랑했다면 저는 떠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근데 떠나요. 게다가 선녀는 지상과 하늘을 오갈 수 있지만 절대로 다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무꾼이 찾아왔으니까 어쩔 수 없이 받아 준 거예요. 다시 돌려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결혼도 재결합도 선녀의 의견은 없는 일방적인 결정을 나무꾼은 해버립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나무꾼이 사슴을 구해준 것 하나만을 보고 나무꾼이 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무꾼이 저지른 이후의 악행을 착해서 당연히 해도 되는 일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어요. 동화는 그것을 묵인해줬습니다. 참 무섭기까지 해요. 명백하게 범죄를 저질러 놓고 이것을 뉘우치는 기색 없이 너무나 뻔뻔하게 하늘나라까지 찾아왔어요. 만약에 제가 이러한 일을 겪는다면 너무 소름 끼쳤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동화는 착하면 모든 게 다 용서되는 것처럼 나와요. 착하면 옷을 훔쳐도 되나요 ? 착하면 납치해도 됩니까 ? 착하면 감금해도 되고, 상대의 의견 없이 결혼해도 되나요 ? 그리고 원하지 않는데 막 찾아가고 그래도 되는 겁니까> ? 정말 나무꾼이 착했다면 처음에 사슴의 말을 듣고 어여쁜 선녀를 색시로 맞이하고 싶어서 옷을 훔쳤더라도 빨리 옷을 돌려주고 난 다음에 그녀의 결정을 기다렸어야죠. 그런데 이거는 강압적인 그런 상황이 없잖아요.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런 내용의 전래동화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그만 읽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전래동화 전집을 샀던 때가 2014년이었는데 이 전집에도 선녀와 나무꾼이 있습니다. 내용은 마찬가지이고요. 

지금도 여전히 이 책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나오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내용을 현대에 맞게 각색을 하던지, 출판을 자제시키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만 이렇게 되면 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이것을 그대로 읽어준다하더라도 범죄와 같은 행위들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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