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적인 신데렐라라고?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니, 난 억울해!

앤 앤더슨(Anne Anderson, 1874~1930)의 삽화

'신데렐라 콤플렉스 Cinderella Complex'라는 말이 있다. 이 용어는 Colette Dowling의 동명의 저서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는데,  자신의 능력과 상황으로는 더 나은 생활이 불가능할 때 자신의 인생을 한순간에 바꿔줄 누군가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그런 타인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고 보살핌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의 심리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드라마는 가난한 여주인공과 재벌인 남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진다는 기본적인 플롯이 형성되어있는데, 바로 신데렐라의 기본 설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비록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누구보다 씩씩하고 착하고 수동적으로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가난한 여자 주인공을 신데렐라라고 지칭한다. 그런데 정말로 신데렐라는 자신의 인생역전을 위해 왕자를 기다린, 의존적인 심리를 지녔던걸까?

 

Gustave Doré의 삽화, 1867년

어린 시절, 양육자를 통해 세상을 접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전래동화들은 거의 대부분이 권선징악의 내용을 담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당하고 부당함을 당해도 참아야 하고 착한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차후에 ‘언젠가는’ 착한 마음에 감동해서 하늘이 복을 준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동화 속에는 너무나 많은 오류와 잔혹함, 그리고 범죄를 미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게다가 현대의 상황과는 맞지 않은 내용을 ‘교훈’이라는 미명 하에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동화를 재해석하여 어른의 눈으로 바라 본, 이야기 속의 캐릭터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Estelle SO, 신데렐라의 계획, 41x33cm, 순지에 채색, 2019

흔히 알기로 신데렐라는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을 받은 마냥 착한 이미지로 생각하지만, 나는 그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반드시 이루고야 마는 굳건한 의지의 소유자였다고 생각한다. 마냥 착하기만 했다면, 계모가 그렇게 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굳이 본인이 스스로 옷을 만들어 입고 가려했을 만큼 고집을 피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요정의 찬스로 기어이 파티에 참석했고, 나머지 유리구두 한 짝도 고이 가지고 있다가 왕자의 심부름을 온 사람들 앞에서 그 구두까지 마저 꺼내 신으며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고 성에 입성했다. 이렇듯, 어른의 시선으로 바로 본 신데렐라는 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영특하기까지 하다.

위의 [신데렐라의 계획]이라는 작품을 보면 마차가 될 호박 위에 앉아 자신의 삶을 바꾸어 줄 유리구두 한 짝을 손에 쥐고 있다.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노력하여 한껏 꾸미고 파티에 가게 된 신데렐라는 마침내 왕자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데, 꿈을 위해 노력하는 신데렐라의 적극적인 모습을 작품에 표현하고 싶었다. 수동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줄 상대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로 직접 찾아 나선 적극적인 캐릭터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왕실파티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신데렐라가 귀족 출신이었기에 가능했다. 이미 왕자와 결혼이 가능한 사회적인 위치였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당시 시대에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이렇게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주인공인데, 의존적이고 부정적인 심리상태에 신데렐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는 신데렐라가 계모와 의붓언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착해서 왕자에게 선택받아서 신분 상승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데렐라는 이미 귀족 출신이었기 때문에 왕자와 결혼이 가능했고, 그저 착하기만 해서 복을 받은 것이 아니라 파티에 참석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가 있었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 이제는, 신데렐라가 착해서 복을 받아서 왕자님과 결혼하게 된 것이 아니라, 본인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의지를 굽히지 않아서 본인의 목적을 이룬 신데렐라의 모습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위 내용은 2022년부터 팟빵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3255/episodes/24266287)에서도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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