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위해 탈출!
'결혼' 이라는 것은 태어나서 치르는 행사 중에 어쩌면 가장 큰 행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납치와 강제 결혼의 위기를 맞이한 동화 속 주인공이 있다. 바로 엄지공주이다. 우선 원래의 엄지공주 줄거리를 알아보도록 하자.
옛날에 아이를 갖지 못한 한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은 마법사의 도움으로 아이를 갖기 위해 화분에 씨앗을 심었고 꽃이 자라나자 어린 소녀가 그 안에서 나왔다. 이 아이는 키가 겨우 엄지손가락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인은 그 소녀의 이름을 엄지공주라고 지었다.
호두껍질로 만든 침대에서 잠든 어느 밤, 어미 두꺼비가 엄지 공주를 보고 아들의 신부로 삼기 위해 눈깜짝할 사이에 그녀를 잡아갔다. 엄지공주는 흉측한 두꺼비와 결혼하고 싶지 않았고, 또다시 풍뎅이에게 납치되고 만다. 하지만 풍뎅이에게 버림받고 겨울이 되어 그녀는 들쥐할머니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녀는 엄지공주에게 부자이웃인 두더지와 결혼하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평생 땅속에 갇혀 사는 것이 싫어서 거절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엄지공주는 다친 제비를 발견하고 그를 도와주게 된다. 제비는 엄지공주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들쥐할머니의 지속적인 요구로 두더지와 강제결혼을 하게 된 그녀는 자신이 도와줬던 제비의 도움으로 따뜻한 곳으로 오게 되었다.
제비는 그녀를 꽃의 나라에 데려다 주었고, 그곳에서 그녀는 꽃의 나라 왕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엄지공주의 이야기이다. 너무 작고 귀여워서 두꺼비에게 납치가 되면서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그녀는 납치를 당하지만, 다양한 곤충과 동물들에 의해 탈출에 성공하게 되지만 또다시 납치나 감금에 가까운 상황을 맞이하고 또 누군가가 그녀에게 구애를 하게 된다. 동화 속에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엄지공주 영화를 보면 그녀는 매사 소극적이고 의존적인 인물로 나온다. 본인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동화 내용만을 보면 그녀는 납치당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포기하며 그 상태로 사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탈출을 위해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고, 강제 결혼을 앞두고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다친 제비를 고쳐주고 그의 도움으로 자신의 상황을 벗어났으며 마침내 자신의 마음에 드는 꽃나라의 왕자를 만나 자신의 의지로 결혼하게 된다. 꽃의 나라 왕자이외의 구혼자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그녀의 의지는 상관없이 강제로 결혼을 진행하려 한다. 한마디로 상대방의 합의가 없는 일방적인 구애였던 것이다. 그리고 어른인 두꺼비의 엄마나 들쥐할머니 또한 엄지공주의 뜻이나 감정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결정에 따라 결혼을 진행시키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나는 이 동화가 주는 교훈이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까지 닿아있다고 본다.
사실상, 엄지공주를 납치하는 것이 두꺼비나 풍뎅이 같은 것으로 묘사가 되어서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지만, 이것이 '사람'으로 둔갑을 하는 순간, 심각한 납치와 감금같은 범죄가 여실히 드러난다. 동화 속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엄지공주는 마침내 자신의 의지로 결혼을 한다는 행복한 결론을 맞이했다.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면 좋았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같을 수는 없기에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던 와중에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면서 차후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상황을 만든 것, 싫은 것을 참지 않고 본인의 의사를 그래도 표현한 것은 그나마 엄지공주가 보여준 적극적이고 영리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납치당했다고 방구석에 앉아 흐느껴 울고 슬퍼하지만은 않았고 납치와 강제 결혼에 순응할 생각은 없었던 엄지공주, 그런 그녀는 주변에 의해 구조되고 마침내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만약 현실이라면 어떨까? 지금도 지구촌 반대편 어딘가에서 납치당하고 감금당하고 강제 결혼에 내몰리는 현실에 맞닥뜨린 어린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나라로 초중고생 나이에 강제 결혼해 고통받고 있는 여성이 전세계에 통틀어 약 7억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중에는 10살이 되지도 않은 어린 아이들이 강제결혼에 내몰리며 현재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이러한 일들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결혼 후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성폭행, 학대, 구타, 강제노동, 무리한 출산, 육아 등이며 이 와중에 종종 목숨을 잃기도 한다. 엄지공주처럼 작고 가냘픈 어린 소녀들이 납치와 감금, 강제결혼에서 벗어날 길은 거의 없다. 이들을 이러한 길로 내몬 것은 바로 자신의 가족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이 상황을 탈출시켜줄 제비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켜줄 꽃의 나라 왕자님도 없다. 부모와 가족은 모두 두꺼비엄마나 들쥐할머니 같은 사람들이며 그들의 신랑이 될 사람은 두꺼비나 풍뎅이 혹은 두더지 같은 사람들일 뿐이다. 이러한 현실세계에서는 그들이 자립으로 헤쳐나갈 방법은 전혀 없다. 혹시 날개가 생겨 하늘을 날지 않는 이상 그녀들에게 '탈출'이라는 것은 현실불가능한 일이다.
누가 이들에게 동화 속 제비같은 조력자가 될 수 있을까? 바로 우리다. 국가가 나서고 세계가 나서서 이러한 사항을 개선시키기위한 움직임을 이 사회가 지속해야한다고 본다. 작은 움직임으로 커다란 결과는 얻지 못할 수 있지만 꾸준하게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면, 느리더라도 서서히 인식이 바뀌게 되고 언젠가는 '관습'이란 미명하의 이러한 범죄도 사그러들지 않을까? 엄지공주 동화 속의 해피엔딩처럼 강제 결혼에 고통받는 많은 어린 소녀들도 그녀들의 인생에 밝은 꽃길이 드리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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